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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카보 Apr 28. 2024

위기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 Episode 1.

 동네에서 사귄 마음이 잘 맞는 이웃들과 함께 캠핑을 가기로 했다. 거리가 멀지 않고, 전망이 좋다고 소문난 캠핑장을 찾아 서둘러 예약했다. 출발 당일이 되니 보슬비가 내렸는데, 일기 예보상 비 내리는 시간이 길지 않고, 또 잠깐의 우중 캠핑은 매력도 있으니 설레는 마음으로 캠핑장으로 향했다. 우리는 서울 근교 카라반 주차장에 가서 카라반을 장착하고 캠핑장을 향해 출발했는데, 먼저 도착한 이웃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여기 엄청 좋네. 우린 도착했는데 언덕 경사가 좀 높으니 조심히 올라와."


카라반을 뒤에 달고 캠핑장 입구에 들어서니, 약 50m 정도 되는 언덕길이 보였다. 경사가 심해 보이긴 했으나, 차가 없어서 초반에 가속을 하여 올라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속도를 냈다. 그러나 언덕 중턱쯤 올라가자 갑자기 바퀴가 헛돌기 시작했다. 카라반의 무게가 있고, 경사가 높은 곳이니 앞바퀴에 실린 힘이 줄어들고, 비까지 와서 도로와의 마찰력도 줄어든 탓이었다.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으나 몇 번 하다 보면 될 것이라 생각하고, 뒤로 조금 후진하여 다시 전진하길 반복해 보아도 마찬가지로 일정 지점에서 계속 헛바퀴가 돌았다. 그러다 더 이상 후진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게 되었다. 카라반의 특성상 후진 시에 각도에 따라 조금씩 휘기 때문에 생각한 방향으로 반듯이 후진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폭이

넓지 않은 도로에서 이제 서서히 앞뒤로 대기하는 차량도 늘어나 무언가 빨리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때 함께 간 이웃 중 한 명이 아이디어를 내어, 차량으로 와서 차에 있는 짐을 내려서 카라반의 무게를 가볍게 하고, 앞바퀴의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 보닛 위로 올라탔다. 다행히 사이트까지 무사히 이동할 수 있었다. 전망 좋은 캠핑장의 호된 신고식이었다.



# Episode 2.

 한 겨울에 난방 없이 자 본 경험이 있는가? 깜빡하고 카라반 난방의 원료인 LPG가스를 충전하지 못해 추위에 잠을 못 이루며 밤을 보낸 적이 있다. 군대에서 혹한기 훈련 때는 핫팩이라도 있었는데, 무방비로 추위에 맞서려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가스통을 꺼내 가스 잔량 측정하는 게 귀찮아서, 하루 정도는 보낼 잔량이 있겠지……하고 준비 안 한 대가는 생각보다 혹독했다. 카라반 밖으로 나가서 차에서 난방을 켜고 잘까, 춥지만 그냥 좀 더 버텨볼까 하는 사이에 벌써 새벽이 되었다. 이것도 추억이거니 하고 다음날 아침 복귀를 준비하는데 또 생각지 못한 상황이 닥쳤다. 밤새 추위에 모든 배관이 얼어버렸다. 겨울철 카라반 관리의 키 포인트 중 하나가 퇴수다. 퇴수는 카라반 동파를 막기 위해 사용 후 물탱크뿐 아니라 배관의 남은 물도 외부로 배출하는 절차다. 그런데 퇴수 하기 전에 이미 배관이 얼어서, 잠깐의 당황 후에 먼저 어느 배관의 어느 부위가 언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카라반 밑으로 고개를 넣어 배관 구조를 살펴봤다. 외부로 노출된 배관은 싱크대와 세면대의 배수구였고, 이중 세면대 쪽 배관이 언 것으로 추정됐다. 배관에도 경사가 있어서 물이 얼지 않는데, 전날 귀찮아서 카라반의 수평을 안 맞추고 쓰다 보니, 역경사가 형성되어 그 부위에 물이 고이고 또 얼게 된 것으로 추정됐다. 언 부위 확인을 위해 위치를 조금씩 옮겨가며 배관을 두드려 보니, 다행히 단단히 언 부위가 넓진 않았다. 어떻게 녹일까 고민하다가 캠핑장 사장님께 헤어 드라이기를 빌려 시도해 보기로 했다. 좁은 공간에 옆 드려, 한참을 온기를 공급하니 언 부위가 조금씩 녹았다. 곁에서 지켜보시던 캠핑장 사장님도 다행이라고 함께 기뻐해 주셨다. 온몸으로 불편함을 경험하고 나서야 귀찮더라도 원칙을 꼭 지켜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복잡하지 않는 카라반  하부 배관


# 사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평소에는 좋은 동료였지만,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평정심을 잃고 성향이 ㄴ180도 바뀌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남 탓에만 몰두하는 사람도 있고, 또 시도해 보지도 않고 미리 포기해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위기 상황을 맞이했을 때도 크게 흔들림이 없이 평정심을 유지하고 사태를 수습하는 동료도 있다. 이 둘의 차이는 어디서 기인할까?


 두 가지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인내심이다. 평점심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게 그들에게 고난이 닥쳤을 때 해결 방법을 찾기 전까지 그 상황을 인내 잘 인내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을 몸소 보이는 이들도 가끔 있으나, 대부분은 '버터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경우가 많다. 다만 그들은 상황을 그저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인내하며 힘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해결 방안을 찾고자 노력한다.


 또 한 가지 차이는 '작은 극복 경험'이다. 평점심을 잃지 않은 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경험에서부터 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때론 그것이 근거 없는 낙관주의로 보일 때도 있으나, 작은 위기를 극복한 경험은 사람을 단단하게 해 준다고 그들을 한결같이 얘기한다. 작은 어려움을 극복해 본 경험이 부족한 경우, 이런 당황스러운 상황에 놓이면 마음이 불안해질 확률이 높고, 해결 방안에 대한 고민보다는 현실 부정 혹은 도피로 치우 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작은 어려움이라도 극복해 본 경험이 많다면 적어도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캠핑은 이런 작은 위기 극복 경험에 큰 도움이 된다. 캠핑을 하다 보면, 앞서 말한 에피소드들 외에도 수많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접하게 된다. 모든 자원이 충분히 다 갖춰지지 않은 캠핑이라는 환경 속에서 그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많이 배우게 된다. 특히 혼자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보다는 함께 간 가족들이나 주변 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극복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게 되는데, 이러면서 자연스레 우리 삶의 영역에서 인내심과 또 성공 경험들이 쌓이게 될 것이다. 위기상황에 평정심 유지하기 어려워하는 지인들에게 내가 캠핑을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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