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찍은 사진 한 장으로 인생이 바뀌다
쿠바에 가면 헤밍웨이의 사진을 찍던 사진 기사를 아바나 해변에서 만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쿠바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다. 지금부터 약 3, 40년 전의 일이니 아마 지금은 쿠바에 가도 그 사진 기사를 만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일로 막연하게 쿠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았던 체 게바라에 대해 알고 싶던 차에 우연히 강태오라는 사업가가 쓴 《체 게바라의 나라 쿠바를 가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2000년 11월 도서출판 마루에서 출판되었으며 지금은 절판된 책이다.
이 책으로 《노인과 바다》의 무대 코히마르 바닷가, 헤밍웨이의 서명과 낙서가 장식되어 있는 술집에 대한 풍경을 엿볼 수 있고, 헤밍웨이가 좋아한 술 ‘모히토’와 ‘대키리’, 헤밍웨이의 주량 등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으며, 헤밍웨이가 쿠바에서 타던 배, 헤밍웨이가 기르던 고양이들의 무덤 사진 등도 볼 수 있다. 물론 아바나 시가지, 카리브해, 쿠바 혁명의 과정 등도 쿠바나 체 게바라에 애정을 가진 강태오 작가에 의해 들을 수 있다.
읽는 내내 흥미로웠지만 필자의 뇌리를 오랫동안 떠나지 않는 두 가지 사건이 있다. 하나는 1928년생 체 게바라가 볼리비아의 밀림에서 유격대를 지원하던 중, 1967년 정부군에 의해 사살되어 동지들과 함께 볼리비아의 불모지에 묻힌 시신을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카스트로 대통령이 특별발굴단을 구성하여 힘들게 찾아낸 일과, 체 게바라의 인물사진작가 코르다가 체 게바라의 사진을 맨 처음으로 찍던 날의 이야기이다.
불꽃같은 삶을 살다가 39세로 세상을 떠난 체 게바라.
‘사람들의 아픈 데를 고쳐주겠다며 치과 의사가 되었던 이 아르헨티나 출생의 젊은이, 쿠바의 독재자 바티스타를 중남미의 썩은 환부라고 판단하여 쿠바 사회주의 혁명에 뛰어들었던’ 체 게바라의 사진 중 우리가 본 사진은 대체로 ‘알베르토 코르다’라는 사람이 찍었다.
사진 출처 - WIKIPEDIA
위 사진은 1960년 3월 5일, 체의 나이 32세, 어떤 폭발사고의 희생자들 장례식에서 대미항쟁의 연설을 하던 모습을 찍은 것이라 하는데, 서기 2000년 시점에 이미 100만 장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체 게바라의 인물 사진을 전문으로 찍은 그는 체 게바라의 유명세에 힘입어 세계적인 명성과 부를 누릴 수 있었다고 하는데, 처음 체 게바라의 사진을 찍던 날의 다음 일화는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에 의해 쿠바 혁명은 성공을 거두게 된다, 코르다는 1960년 이후 체의 사진을 촬영하기 시작했는데, 쿠바의 <혁명신문사> 기자였던 코르다가 사진을 찍기 위해 체 게바라를 만나고자 했으나, 그를 만나는 일이 너무 어려웠다. ‘체 게바라는 당시 상공장관직을 수행하고 있었는데, 평일에는 이 공장 저 공장 다니면서 노동자들을 현장 지도하고, 일요일에는 또 사탕수수밭에 나가 근로봉사를 계속했기 때문이었다. 할 수 없이 어느 일요일 체 게바라가 일하는 사탕수수밭으로 가서 체 게바라에게 사진 좀 찍읍시다 했더니 체 게바라가 한 말,
“나를 찍으려면 사탕수수밭에서 사흘만 일하라.”
황당한 제안이지만 어쩔 수 없이 사흘 동안 꼬박 일한 후 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이날의 일이 인연이 되어 그는 체 게바라의 인물 사진을 계속 찍을 수 있었다고 한다.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하여 이 귀찮고 상식적이지 않은 제안을 받아들인 대가는 이 사진작가의 운명을 바꾸게 된다. ‘체 게바라에 관한 사진만 가지고도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사진작가가 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2025. 03. 20.
p.s. WIKIPEDIA와 위의 책에서 가져온 몇 장의 사진을 올려 본다.
2011년에 우리나라 서울 코엑스에서도 전시회가 열렸다고 하는, 1960년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낚시하는 모습의 사진(코르다 찍음)과 팔짱을 낀 아내와 함께 있는 체 게바라를 찍고 있는 코르다의 사진, 그리고 체 게바라 인물 사진(코르다 찍음), 체 게바라의 부인과 인터뷰 후에 사진에 서명을 받고 있는 위 책의 저자 사진 등이다.
사진 출처 - WIKIPEDIA
사진 출처 - WIKIPEDIA
사진 출처 - 위의 책
사진 출처 - 위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