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말과 글이 아름다운 씨앗이 되기를 소망한다.
『하얼빈』. 우리가 알고 있는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이등박문, 이하 이토) 살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는 소설, 2022년 발간된 이래 30만 부 이상이 팔렸고, 2024년에는 영화로 만들어져 관람자 500만 명 내외, 뮤지컬로도 공연되어 100만 이상의 관객을 사로잡은 베스트셀러 작품이다.
작가 김훈이 20대에 우연히 접하게 된 안중근의 재판 신문조서가 담겨 있는 문고판 책을 읽은 것이 반세기가 지난 70대의 나이에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라고 한다.
“이토의 어디를 겨누었는가?”
“가슴을 겨누었다.”
“권총에 한 발의 총알이 남아 있던데, 자살할 생각이었나?”
“아니다.”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 30분. 하얼빈역에 내리는 이토의 가슴에 세 발의 권총을 발사하여 명중시킨다. ‘코리아 만세’를 외치다가 현장에서 체포되어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으나 ‘피의자’ 안중근의 대답은 흔들림이 없다.
그는 러시아로부터 약탈하여 이제는 일제의 행정력이 미치는 다이렌의 뤼순감옥으로 옮겨져 국제적 관심 속에 재판을 받게 된다. 1910년 2월, 일주일 간 진행된 재판에서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은 사형을 선고받는다.
이토 살해라는 엄중한 사건을 계획하는 일도 아주 단순 명료하였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활동하던 안 의사가 이토의 하얼빈 방문 소식을 들은 것은 거사 대엿새 전. 동지 우덕순을 찾아가. “이토가 하얼빈에 온다는데……”
“언제?”
“이토를 실은 전용열차가 이미 다이렌을 출발했어.”
철 지난 신문쪼가리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이토의 사진을 보며 둘은 마음속으로 대화를 나눈다.
‘같이 이토를 죽이러 가자.’
‘그래, 가자.’
“수다를 떨지 않는다. 중언부언하지 않는다.” 아울러 “부사와 형용사를 쓰지 않고 뼈대로만 글을 끌고 나간다.”라는 작가 김훈의 소설 창작 기법처럼 안중근도 거사 앞에서 중언부언하지 않는다. 수다를 떨지 않는다.
“그대가 발사한 후 이토 공작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가?”
“모른다.”
“그대의 생명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그것은 생각해 본 적 없다. 나는 이토를 살해한 후 법정에서 이토의 죄악을 낱낱이 진술하고, 그 후 나 자신은 일본 측에 맡기려 했다.”
당시 500 명 이상의 내외신 기자가 취재한 재판에서 그는 당당하게 사형 선고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의외로 사형의 집행만은 좀 연기해 달라고 하였는데, 이토의 ‘동양평화론’에 대항할 참 ‘동양평화론’을 집필하기 위해서였다.
1910년 3월 26일 뤼순감옥에서 순국할 때까지 자신이 이토를 저격한 이유 15 가지, 그리고 각각의 민족이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사는 것이 진짜 평화라는 ‘동양평화론’을 남긴다.
우연히 읽게 된 안중근 의사의 신문조서가 『하얼빈』이라는 소설로, 난중일기의 한 대목이 『칼의 노래』라는 소설의 창작 계기가 되었다는 소설가 김훈의 말은 나에게 한 가지 소망을 안겨 준다.
내가 쓰는 말이나 글이 주변 사람들에게 미약하나마 아름다운 씨앗이 되기를. 2025. 0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