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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제대로 19화

쥐눈이콩이라 쓰고 흑진주콩이라 읽는다.

by 망초

올해의 텃밭농사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밭이 10평 미만의 보잘것없는 넓이지만, 작물의 가짓수는 20여 가지에 달하여, 3월부터 지금까지 근 일 년 동안 나의 마음과 몸을 오래오래 머무르게 했으며, 입을 만족시키고 머릿속을 정화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벌레나 달팽이와의 전쟁에 이길 자신이 없어서 배추는 심지 않았기 때문에, 6월 완두콩 수확 후에 파종한 쥐눈이콩과 서리태·팥 등을 거두고, 콩대를 제거하고, 그동안 수고한 땅에 거름을 덮어주는 것으로 2025년의 농사는 마무리된다.


지난주에 수확한 쥐눈이콩을 까다가 정말 쥐의 눈같이 생긴, 반짝이는 콩이 얼마나 예쁜지 흑진주로 착각할 정도였다. 이웃의 농부님에게서 종자 50여 개를 얻어서 처음으로 내 밭에 심어 보았는데, 폭염에도, 가을장마에도 꿋꿋하게 꽃 피우고 열매를 맺고, 또 그 열매를 알뜰살뜰 살찌워서 수백 배의 콩을 나에게 겨울 단백질 양식으로 안겨 주었다. 꼬투리가 주렁주렁 달린 콩나무 한 그루는 또 다른 이웃 농부님께 드림으로써 2025년도의 농사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흑진주콩.jpg
쥐눈이콩꼬투리.jpg


2025.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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