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머머 Apr 19. 2022

우린 문제 많은 사람들

그럼에도 포용할 수 있는 건, 사랑, 사랑, 사랑 때문이야

언젠가 친구들과 카페에서 하하호호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친구가 대뜸 "우리는 각자 문제점이 참 많아. 그런 문제점도 넘길 수 있기에 우린 친구야."라는 발언으로 그 자리에 있던 친구들을 모두 황당하게 만든 적이 있다.


그전까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웃고 떠들다 들은 이야기였기 때문에 즐거웠던 분위기에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었다.


나는 문제점이 많은 사람이 맞지만 그걸 드러내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욱 당황스러웠다.


다른 친구들은 몰라도라는 뜻을 숨기며 "나도? 나도 문제가 많아?"라는 질문에 친구는 내 문제점을 줄줄이 나열했다. 내 문제점은 친구가 표현하는 만큼 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귀여운 투정이었다.


'나는 표현에 서툴지만 노력해 볼게'라며 속으로 되뇌었다. 겉으로 뱉어내면 그 말을 지켜야 할 것 같은 부담감에 사로잡히게 되니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일궈보겠다는 의지였다.


친구가 내 문제점을 줄줄이 나열할 때, 물론 나도 친구의 문제점을 생각했다.

너의 문제점은 이런 황당 발언으로 우릴 놀라게 하는 점이라는 거지


하지만 친구가 내 문제점을 줄줄이 나열할 때도 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친구의 발언이 참 친구다운 발언이라고 생각했다.


친구가 말했듯 그 부분까지 이해할 수 있는 사이여서 그런지 '귀여운 발언이구나' 하고 넘기니 나도 그 친구와 웃으며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 친구가 말하는 이야기의 중심은 우리가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보다는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를 아낀다는 말을 하고 싶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나와 친밀감이 없는 사람이 나에게 “너는 문제가  많구나라는 발언을 한다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져서, "지는?"이라고 쏘아댔을 것이다.


이렇듯 친구가 우리에게 던진 충격발언도 유대감이 없는 관계에서는 나오면 안 될 말이기에

"우리니까 이해하지. 다른 곳 가면 말하면 안 돼"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친구는 "알겠다"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알아들은 것인지 아닌지 아리송했다. 친구가 다른 곳 가서도 이런 느낌의 발언을 안 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나는 친구를 아니까.


다음에 만나면 친구는 또 쪼르르 와서 "이런 일이 있었는데 말이야" 라며 긴 에피소드를 털어놓을 것이다. 가끔 이해할 수 없는 어리둥절한 에피소드라도 나는 "웬일이야, 어이없다"라는 호응으로 친구의 에피소드에 공감해 줄 것이다. 나는 친구를 사랑하니까.  


그 친구의 발언을 들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문제점을 감추려고 노력했는데도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것에 대한 황당함과

구들이 그런 문제점을 사랑으로 포용하며, 지금까지 나와 친구를 해주고 있었다는 .


친구의 발언은 식은 죽처럼 반갑지만은 않은 발언이었지만 나는 식은 죽을 음미 하며 먹어보았다. 사랑에도 여러 가지 종류의 사랑이 존재한다. 나는 친구의 그런 엉뚱하면서도 분위기에 맞지 않는 발언도 웃으며 넘길 수 있을 만큼 친구를 사랑하고 있었나 보다.


작가의 이전글 책 한 권에 꿈을 사려는 야무진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