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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호랭이 Jun 30. 2024

[서평] 어쭙잖은 이타주의자보단 지독한 이기주의가 돼라

에인 랜드 『파운틴 헤드 1, 2』




절대적인 의미에서의 자기중심주의자는 타인을 희생시키지 않는 사람입니다. 타인을 이용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는 타인들을 통해 기능하지 않습니다. 그는 근본적인 문제, 즉 목적이나 동기, 사고, 욕망, 에너지의 근원에 있어서 타인들과 무관합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지 않으며 타인에게 자신을 위해 존재해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그것이 인간과 인간 사이에 가능한 유일한 형제애이고 상호 존중입니다.




2권, 667p






이기주의란 무엇인가? 이타주의란 무엇인가? 우리는 수많은 교육을 받아오며, 이기주의는 배척해야 할 것이고, 이타주의는 곤경해야 할 것으로 각인되었다. 이기주의에 부정적 악령이 씐 건 무엇 때문인가? 이기주의자란 보편적 해석에 의하면 남을 생각할 줄 모르고 본인만 생각하는 욕심쟁이를 뜻한다. 하지만, 눈을 위로 치켜뜬 채로 곰곰이 생각해 보자. 이기주의자는 남을 생각할 필요 자체가 없는 존재다. 그들의 세계 속에 타인은 어떠한 중요한 위치도 차지할 수 없다. 그 악령을 세뇌의 결과였다.



'오직 나만이 나의 근원이다.' 이 책의 부제목이다. 내가 살아갈 생에 나 이외의 그 어떤 것도 주도권을 행사하게 할 수는 없다. 그것을 자기중심주의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들은 사회의 해악이 결코 아니다. 그들은 타인을 배척하거나, 음해하거나, 피해를 주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타협할 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어떤 것들보다 스스로가 세운 기준과 목표, 이성이 더 중요할 뿐인 것이다. 내 삶의 경로 위에 내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마땅히 그것을 뿌리칠 뿐인 것이다.



이타주의자들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나름의 삶의 논리로 이타주의를 선택해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기주의를 비난하며 자신은 이타주의자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남을 도움(혹은 돕는 척)으로써 공허한 자신의 어떤 부분을 채워나가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타인이 판단 체계 내에 존재하지 않는 이기주의자와 타인을 자신의 자존을 위한 도구로 삼는 이타주의자, 무엇이 더 바람직한 삶인가?



난 자기중심주의자들의 성취와 결과물들이 결국 타인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믿는다. 이 시대에 은퇴하고 나눔을 실천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수많은 사람들도, 그 이전에 자신의 일에 있어서는 극도의 자기중심주의자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나눔과 배려의 마음은 치열한 이기주의자적 삶 이후에 오는 느긋한 차 한 잔에서 오는 무엇이다.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할 줄 알아야 타인도 사랑할 줄 아는 법이다. 내 삶을 내 스스로 결정하고, 그 주도권을 온전히 나에게 갖고 오는 것. 그것이 바로 이기주의자의 삶이다.



 난 어쭙잖은 이타주의자가 될 바엔 지독한 이기주의자가 되라고 권하고 싶다. 악의를 품고 있지 않은 이기주의자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세상에 유익하다. 나를 진정으로 생각해 보지 않은 자는 남에게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임이 분명하다. 정 이타주의자가 되고 싶다면, 이기주의자가 된 뒤에 하길 바란다. 그리고 나 이외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에 무관심해지길 바란다.



나의 근원은 오직 나만이 접근할 수 있고, 탐구할 수 있고, 정의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결정은 오로지 나만의 것이다. 결단은 가벼운 행위가 아니다. 선택으로 인해 벌어질 모든 일들을 감당하겠다는 용기가 담긴 개인의 역사적 발자취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역사는 스스로 써 내려가라고. 오직 당신만이 당신의 근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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