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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호랭이 Aug 31. 2024

[서평] 카뮈의 순수함이 묻어난 감각적 글쓰기

알베르 카뮈 『결혼 · 여름』



나는 꾸밈없이 이 삶을 사랑하며, 이 삶에 대해 자유로이 이야기하고 싶다. 이 삶은 나의 인간 조건에 대해 자부심이 들게 한다.



 카뮈의 20대 초반에 쓴 에세이 몇 편이 담긴 『결혼』과 그 이후 40대가 되어가는 순간들에 쓰인 몇몇의 에세이 『여름』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출간되었다. 카뮈는 워낙 특정 몇 개의 작품으로 유명을 떨치는 위대한 작가이기에, 일상의 모습에 가까운 담긴 이런 글은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더욱이, 『이방인』이나 『시지프 신화』 같은 작품들은 밝은 분위기라고 말하기엔 약간 어렵기 때문에, 이런 자연 속을 뛰노는 순수한 카뮈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다.


 그의 고향 알제리의 몇몇 도시에서 그가 보고 느끼고, 거기에서 떠오르는 단상들을 읽으며, 약간의 전율이 일었다. 특히나, 자연 속에서 스스로의 생을 느끼며 '현존한다'라고 느끼는 문장을 읽으며 그야말로 소름이 돋지 아니할 수 없었다.


 2023년 여름, 나는 심적으로 몹시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특히나, 회사원으로서의 내 원동력이 되어주던 즐거움이라는 모터가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었고, 그 즐거움을 어디서 더 찾아야 할지, 아니면 이제는 장소를 옮겨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낯선 환경에서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을 갖고자 휴가차 떠났다. 나는 5일의 여행 동안, 딱 두 번의 '현존'을 경험했다. 한 번은 경주의 하동 저수지를 바라보는 카페 안에서, 한 번은 거제도의 바람의 언덕에서.


 하동 저수지의 미동 없는 파란 장막과 뒤를 지켜주는 푸른 산을 배경으로, 한 젊은 부부와 어린아이 한 명을 보았다. 짝지어 날아다니는 이름 모를 새, 자그마한 오리도 보았다.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었지만, 그 모습들이, 아름다운 자연 앞에 놓인 존재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생에 거의 느껴볼 수 없었던 평온함을 만끽했다. 그렇게 나는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인식하게 됐다. 바람의 언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광활하고 눈부신 바다와 화창한 하늘 아래 압도되어, 이런 공간 안에서 내 존재를 사색할 수 있다는 것에 나는 엄청난 행복감을 느꼈다. 그렇게 나는 행복이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답을 얻었고, 사회에서 겪고 있던 어려움이 너무나도 작게 느껴져 더 이상 힘들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다. 나는 이 두 순간을 현존의 순간으로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는 이 카뮈의 에세이가 그의 현존의 기록들로 읽혔다. 자연 앞에 경탄하고, 그 아래에서 자신을 사색해나가는 것들. 그가 생각하는 죽음과 행복에 대한 단상들도 필사할 만한 것들이 많았다.


 아마도, 카뮈의 작품을 여럿 읽은 사람에게 더 울림 있는 글들이 아닐까 싶다. 그가 어떤 글들을 써 나갔는지 알고 있는 독자라면, 그의 이 순수성 가득한 글 속 그만의 키워드 (부조리, 빛, 죽음 등) 가 더 신선하고 명징하게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몇몇 단상들에 대한 건 따로 나만의 글로 브런치에 적어보려 한다. 카뮈의 정제되지 않은 모습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 에세이를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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