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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dden pleasures Aug 05. 2021

프랑스 자동차 여행 6_두 살 꼬맹이와 파인 다이닝

클레르몽페랑, 근사하지만 근사하지 않았던 식사

루아르를 떠난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리옹이었다. 나는 남프랑스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차를 가지고 간 우리 가족은 운전시간을 되도록 짧게 하려고 노력했다.

여행이 힘들었던 운전으로 기억되는 것도 좋지 않았고 아이들이 긴 주행시간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앙부아즈에서 점심을 먹고 근처에서 산책도 하고 과일도 좀 산 후 2시간 반정도 차를 달려 저녁식사 시간이 될 때쯤 우리는 클레르몽페랑이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루아르를 떠나 클레르몽페랑으로 가는 도로

[Paris 근교 - Mafflier 마플리에 - lusy Bistro 루시 비스트로 - Louirevalley 루아르 계곡 - Amboise  앙부아즈 - Clermont-Ferrand 클레르 몽페랑 - Lyon 리옹 - Villeneuve-les-Avignon 빌레브네아비뇽(아비뇽근교) - Sainte-Marie-la-Mer 생 마리 - Nimes 님 - Pont du Gard 퐁뒤가르 - Marseille 마르세이유 - Saint-Croix 생크루와 - Moustier-saint-marie 무스티에 생트마리 -  Gorges du Verdon 베르동계곡 - Lyon 리옹 - Paris 파리 - Dover 도버 - 영국 집]

오베르뉴의 주도인 클레르몽페랑에는 아름다운 화산지대 트래킹 코스가 있다. 르 퓌드 돔에서는 80여 개의 휴화산을 조망할 수 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가장 큰 자연공원이 있는 도시이기도 하면서 미슐랭 본사가 있는 곳이다.

나는 미슐랭 하면 레스토랑을 먼저 떠올리지만 고무공업이 발달한 이곳의 본사는 미슐랭 타이어 회사의 본사이다. 미슐랭 가이드는 이 타이어 회사가 자동차를 소유한 고객들에게 제공된 레스토랑 리스트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이 도시에 사는 사람 중 사돈에 팔촌을 거치면 미슐랭 회사와 연관이 없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이곳은 또한 파스칼의 고향이라고 하니 식사를 위해 잠시만 머무를 이 도시에 호기심이 생겼다.

발음도 근사한 클레르몽페랑이라니!


우리는 저녁을 먹기 위해 이 도시에 잠시 멈추었는데 구글에서 식사할 곳을 검색하다 보니 평점 4.9의 L’ostal <16 Rue Claussmann, 63000 Clermont-Ferrand, 프랑스>이라는 식당이 눈에 띄었다. 파인 다이닝이어서 조금 망설였는데 한국의 파인 다이닝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자주 거절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프랑스어를 하지 못하는 우리는 가서 두살배기 아기를 데리고 들어가도 되는지 물어보고 거절당하면 근처 식당에서 대충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여행을 시작해서부터 내내 흐린 날씨였는데 도착한 저녁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레스토랑 근처 도로에  유료 주차를 하고 잠에서  막내를 유모차에 태운  비가 내리는 오르막 길을 조금 걸어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도로의 유료 주차장
식사를 마치고 나온 후, L’ostal restaurant


조금 이른 저녁에 도착한 우리는 유모차 안의 아이를 보여주며 “이렇게 어린아이가 있는데 우리가 식사할 수 있겠니?”라고 물어보았는데 매니저는 망설임도 하나 없이 “응, 당연히 할 수 있지”라고 대답해서 오히려 우리가 당황했다.

버터플레이트와 버터 나이프가 미리 셋팅되어 있는 테이블

레스토랑 안에는 아직 손님이 없었다. 여느 파인 다이닝처럼 다림질이 잘 된 하얀 테이블보가 깔려있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한코스가 끝날때마다 멋진 모양의 스크래퍼로 테이블을 정리해주었다.

때와 장소를 가릴 줄 아는 만 여덟 살의 큰 아이에게는 미리 매너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일러주었는데 말이 통하지 않는 두살배기는 딱 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차 타고 오는 내내 꿀잠을 잔 막내는 똘망하니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와인을 한잔 하고 싶었지만 여차하면 교대로 운전해야 해서 우리는 스파클링 워터를 주문하고 메뉴를 훑어 보았다.


레스토랑 소개와 공급받는 로컬 식재료 상점을 써놓은 것 같다.
스타터, 메인, 디저트의 포뮬라

우리는 호기롭게 5코스의 메뉴를 선택했는데 매니저는 5코스는 아이들을 데리고 즐기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거야. 너희에게는 3코스가 적당해 보이는데 어때? 그러길래 그러마 했다.

아이들을 위한 메뉴는 따로 없지만 키즈 메뉴를 10유로에 제공한다고 안내해줘서 주문했다.


앙트레가 나오기 전에 아뮈즈부슈(amuse-bouch) 4가지 나왔는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은 센스 있게 4피스씩 주었다.

아뮈즈부슈는 메뉴에는 없으며 쉐프가 제량껏 제공하는데 한입 크기의 전채요리로 스페인의 타파스와 비슷하다. 프랑스 레스토랑에서는 주로 파인 다이닝에서  와인과 함께 무료로 내주는 재미있고 깜찍한 요깃거리이다.

아뮈즈부슈1 : 사과파이와 찐빵

첫 번째 아뮈즈부슈 - 브라운 크림이 들어가 있는 사과 파이 위에는 프레쉬 사과 슬라이스가 얹혀 있다. 호빵과 같은 질감과 맛의 빵 위에 견과류를 얹어 내왔는데 호빵엔 단팥이라는 찰떡궁합을 아는 나로서는 견과류가 조금 무겁게 느껴졌다. 사과는 품종과 산지를 설명해주었는데 둘째 케어하느라 잘 듣지도 못하고 묻지도 못했다


음식을 제공할 때마다 설명을 덧붙여주었는데 나의 신경은 온통 버터 플레이트와 버터 칼을 가지고 장난을 치려는 둘째에게 가 있었다. 첫째는 의젓하게 식사예절을 잘 지켰다. 그리고 다행히 둘째가 소리를 크게 내거나 그릇을 가지고 소음을 만들거나 해서 주의를 끄는 일 없이 무난하게 식사를 마치긴 했지만 나는 사실 요리를 즐길 수가 없었다.

아뮤즈부슈 2 : 블루치즈가 들어간 비스켓

두 번째 아뮈즈부슈 - 아이들도 좋아했던 비스킷 - 블루치즈의 맛이 은은하게 잘 어울렸었다.


우리 둘째는 만 2년을 살았을 뿐이고 식사예절을 배우기에는 너무 짧은 인생이었으므로 내가 계속 케어를 해야만 했기 때문에 식사를 어떻게 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아뮈즈부슈 3 : 마시멜로

세 번째 아뮈즈부슈 - 마시멜로에 허브를 입혔는데 달고 부드러운 마시멜로에 입혀진 허브의 맛과 향이 의외로 너무 잘 어울리고 심플해서 너무 좋았다.


아뮈즈부슈 4

네 번째는 둘째가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해서 다녀온 사이에 나왔는데 이름도 설명도 못 들었다. 컬러부터 어른 취향이어서 두 피스만 나옴


우리가 식사를 하는 동안에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 셋과 여자 한명이  테이블, 커플로 보이는, 어깨가 드러나는 붉은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와 세미 정장의 남자가  테이블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후드가 달린 점퍼를 입은 여행자의 모습이었는데 동양인 관광객이 눈에 띄지 않는 이런 지역에서 이런 차림의 우리가 그들에게 어떻게 보였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더욱 아이로 인해 주목받지 싶지 않아 아이를 세심하게 케어하며 애를 썼던 것 같다.


그들은 아무도 우리를 대놓고 쳐다보지는 않았지만 뭐 특이하게 보였을 것 같다. 아무튼 그때 아이를 데리고 진땀 뺐던 생각과 비를 살짝 맞고 들어간 우리의 행색을 생각하면 뭔가 어색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하니 웃기기도 하고 그렇다.


빵과 함께 제공되는 버터와 소금

빵과 함께 소금과 버터가 제공되는데 무척 맛이 좋았다. 버터를 소개한 쪽지가 끼워져 있는 것이 귀여웠다. 다만 둘째가 어찌나 가지고 놀고 싶어 하던지 빼앗으면 울 수도 있어서 나와 남편은 진땀 꽤나 뺐다.


엉트레1 : 푸아그라

컬리플라워, 옐로 비트를 곁들인 로스트 한 푸아그라, 오렌지로 달콤하게 맛을 낸 비가라드 소스가 무척 잘 어울렸다.


엉트레2 : crayfish

갑각류의 일종인 Crayfish, 라이트 무스 아티초크, 그린 색의 소스를 따로 내와서 요리에 따라 주었는데 산미가 무척 강한 소스여서 갑각류에 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메인디쉬 1 : OMBLE CHEVALIER

OMBLE CHEVALIER(북극 곤들메기)는 프랑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캐나다 등에 서식하는 고급어종으로 연어과에 속하는 민물 생선이라고 한다. 팬 프라이 한 생선을 조리한 버섯에 얹어 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메인디쉬 2 : 허브크러스트의 양고기

민트가 많이 들어간 허브 크러스트를 얹어 나온 양고기, 잘 손질한 당근과 캐러웨이 jus가 곁들여 나왔다. 프랑스 요리에서 jus란 약간 묽은 농도의 소스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육류와 함께 작은 유리잔에 따로 낼 때도 있다. 간단히 만들 때는 고기를 굽고 난 후 팬에 눌어붙은 고기 누룽지에 물이나 술을 넣어 긁어내어 만든다. 르꼬르동 블루에서 실습 시간에 자주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풍미도 좋고 무척 맛있다.


디저트

페퍼 아이스크림과 쇼트 브레드, 유자를 썼는데 아뮈즈부슈의 찐빵도 그렇고 셰프가 동양적 터치를 좋아하는 것 같다.


어린이 메뉴 : 숏파스타와 양고기

어린이 메뉴는 주방에 물어보고 오겠다고 하고 두 가지 옵션을 주었는데 큰 아이가 양고기와 숏파스타를 선택했다.

이 사진은 식사를 하던 도중에 찍은 것인데 먹다가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기 때문에 사진으로 남기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심플한 요리가 이 식당에서 먹은 것 중에 가장 맛있었는데 아이들도 무척 좋아했다.

고기가 잡내가 하나도 없고 너무 부드럽고 맛있어서 어떤 부위인지 물어봤는데 여자 매니저가 자기 허벅다리를 두드리면서 여기 부위라고 했다. 저온 수비드로 오래 익힌 것 같았는데 잡내 없이 농축된 육향이 정말 일품이었다. 비가라드 소스의 파스타와도 너무나 잘 어울려서 내내 기억에 남았는데 복잡하게 맛을 쌓아 올리려고 노력한 메인디쉬보다 이 심플한 요리가 맛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셰프에게 미안해질 정도였다.


물론 모든 요리가 다 맛있었다.


남편과 나는 근사하지만 근사하지 않은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며 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혹여 아이가 소란스러운 상황을 만들면 다른 손님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매너가 없는 동양인으로 보일까봐, 눈칫밥을 먹는 것처럼 긴장된 식사였다.

훌륭한 식사를 마쳤는데 이렇게 피곤하다니!

역시 마음이 편해야 한다며 우리는 웃었다.


우리는 앞으로 있을 유럽여행동안 두 살배기를 데리고 파인 다이닝에 간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럽에서 미식을 즐기고 싶었던 나는 무척 아쉽긴 했지만 종합적이며 정신적인 행복을 위해 우리는 편안하고 즐거운 식사를 선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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