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vedreamer Sep 15. 2020

오늘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은?

일요일 아침 늘 그렇듯이 하루가 후딱 가버릴까 봐 두려워 일어나 보니 다행히 아직  어두컴컴하다. 침대에 누워 잠시 뭘 할까 하고 몸을 쭉 길게 늘여본다. 토요일 밤이라

늦도록 넷플렉스 드라마를 보며 여유를 부렸다. 여섯 시간이 채 되지 않는 수면시간, 시간을  확인하는 휴대폰 화면이 뿌옇다. 오호라 아직 여섯 시! 식 구들은 느지막이 아홉 시는 되어야 일어날 테니  세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몸을 발딱 일으켜 잠옷은 벗어버리고 나만의 날개옷으로 갈아입는다.


통기성이 좋은 검은색 브라탑에 복부와 하체를 잡아주는 탄력 좋은 검은색 레깅스에 헐렁한 반팔티, 가벼운 러닝화  이런 조합이 나의 날개옷이다. 얼마 전 만난 동생이 최근 조깅이 좋아졌다며 하는 말에 팔 년 전 둘째가 초등학교 들어가며 시작하여 삼 년 정도 지속한 아침 달리기가 생각났다. 항상 새로움의 연속과 넘어될 산과 같은 육아에서 둘째의 초등학교 입학은 마치 어두운  동굴 탐험의 끝에 다다른 출구 같았다. 여전히 밤 열한 시  대략 다음날 반찬까지 만들고 아이들  책가방과 준비물을 확인해야 끝나는 일상이었지만 나 자신을 위해 뭔가 다음 챕터가 아니라 읽던 책을 덮어버리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그때의 두근거림을 기억한다. 네 시 반, 네시 오십 분,  다섯 시, 아직 삼월 달 새벽은 어두웠고 시간이 흘러 좀 더 달릴 여유가 있는 여름이 왔으면 했다. 아직  너무 어두워 위험하다며 일찍 나가는 것을 말리는  남편이 깰까 봐 살그머니 침대를 빠져나와 달리는 새벽 공기는 미세먼지와 어둠으로 무거웠지만 전혀 상관이 없었다. 도시가 잠시 잠든 새벽의 날벌레와 풀벌레 소리,  이슬에 젖은 풋내가 좋았다. 하루치의 일상만큼 무거워진 어깨에 매달릴 두 팔을 겨드랑이 붙이고 가볍게 움직이는 것은 힘들었다. 처음은 그렇다.  다시 말하자면 처음은 그렇다. 복부를 가볍게 당기고 자꾸 뒤로 젖혀지는 상체를 바로 세우고 턱을 잡아당기고 눈을 들어 약간 앞을 바라보는 자세를 잡고 처음엔 리듬 있게 조금씩, 몸에 열이 난다고 느껴지면 보폭을 넓혀 몸을 가볍게 뛰어본다. 날개옷을 입고 몇 분의 몇 초라도 날아볼 수 있다. 여기에 달리기의 즐거움이 있다.


발작적으로 찾아오던 편두통이 심해 토하기까지 하던 나였다. CT촬영과 경부 혈관 초음파를  해보았지만 단지 혈관 수축이 있을 뿐이니 심하면 약을 복용하시라는 처방이 다였다. 그래서 언제나 두통약은 필수였다. 통증이 시작될 때 가능한 한 빨리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편두통과 직업상 따라오던 어깨 통증이 어느 날 사라졌다.


그렇게 나의 액티브 라이프는 시작되었고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이후 수영,  웨이트, 요가, 걷기, 명상, 채식  이런 것들이 나의 삶에는 빠지지 않는 요소가 되었다.


삶이 뭔가 막혀있거나 일상이 나를 짓누를 때 달려보시라!

두발 돋음으로 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곧 다시 땅으로 내려오겠지만 어차피 인생이란 찰나 아닌가?^^


작가의 이전글 채식인이 채식주의자를 읽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