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성인이 된다면 뭐가 가장 해보고 싶어?고등학생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뻔한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이었음에도 나의 들뜨는 마음을 누군가에게 전한다는 것도 즐거워서 뻔한 답을 했다. 유난히 알코올에 대한 로망이 컸던 것 같다. 과제를 하며 술을 마신다던가, MT에 가서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토한다던가, 친구들과 한강에서 치맥을 하거나, 저녁을 먹고서 근사한 칵테일바에서 2차를 즐기거나. 지금도 어쩌면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말도 안 되는 로망들이 있었다.
소주나 맥주의 경우에는 안주를 고르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래도 술맛이 다 거기서 거기로 느껴져 별 차이는 없었다. 그리고 소주와 맥주를 주로 판매하는 곳들은 견딜 수 없게 시끄러웠다. 맨 정신인 사람은 앉아있기 힘든 곳이다. 드라마에서 보면 고민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소주잔을 나누며 이야기를 하던데, 그런 곳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사람을 만나면 주로 하는 게 이야기인데 나는 술에 절여 경계선이 흐릿해 종잡을 수 없는 대화보다는 시간을 들여 하나둘 풀어나가는 대화를 하고 싶었다. 시끄러운 곳에서 왁왁 대려고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칵테일 바를 자주 찾게 되었다.
칵테일을 파는 곳은 대체로 조용했다. 카페보다 편안했고 술집보다 차분했다. 낄낄 거리는 사람보다 대화에 집중하는 사람이 많았다. 칵테일 한 잔은 일반적인 대학생의 밥값과 맞먹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늦은 시간에 만나기 때문인지 몰라도 언제나 마지막에 찾는 곳이었다. 밥을 먹고서 이야기가 하고 싶은데, 알코올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배가 부른 상태로 찾게 되는 칵테일 집의 기본 안주는 하트 모양의 프레첼이었다.
칵테일을 주문하면 점원이 동그란 접시에 프레첼을 가득 담아준다. 영화에 나올 것처럼 예쁜 하트 모양이다. 가게에서는 분명 기성품을 쓸 텐데 우스운 건 가게마다 맛이 다르다. 짭짤하기도 하고 달달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건조한 맛이다.
칵테일이 나오기 전까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손은 자연스럽게 프레첼로 향한다. 손이 간다는 타사의 과자 광고처럼 어두운 조명 아래 사람과 마주 앉아있으면 자꾸 손이 간다. 이런 조명 아래에서 사람을 마주한 적이 없기 때문일까? 어색하지 않은 사이에도 자꾸 먹게 되고 어색하면 더 자주 먹게 된다. 손을 가만히 두어도 뭐라 하는 사람은 없는데 마치 그게 상대에게 실례가 되는 행동인 마냥 부지런히 움직인다.
평소에는 과자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먹다 보면 입이 텁텁해지고 깔끔하지 않은 기분이 들어서 한 두 개만 먹고 만다. 꼭 그 조명 아래에서만 과자를 씹는다. 원래 느꼈을 불쾌한 느낌조차 느끼지 못한다.
이건 술이 나와도 마찬가지다. 칵테일을 마시면 자연스럽게 프레첼을 먹는다. 그 텁텁함을 느끼는 게 순례인 것처럼 행동한다. 어색함을 무마하려는 나름의 대책이기도 하고 어색한 분위기조차 씹어먹고 싶다는 나의 바람이기도 하다. 과자를 먹고 있으면 어색한 것도 감춰질 것 같다. 내 행동에 어색함이 가려져 상대는 알아차리지 못하지 않을까?
이제는 좀 된 이야기지만 한동안 사람에게 프레첼을 대고 찍는 사진이 유행했다. 아마 동그랗거나 네모난 모양이었다면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니까, 호감을 담고 있는 하트니까, 사람들은 바보처럼 프레첼에 갇혔다. 사진들의 초점은 우습게도 사람이 아닌 프레첼에 맞춰져 있다. 그래도 그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웃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색함 없이 행복해 보여서 더 사랑스럽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