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출근은 당연히 팍팍하지만, 회사는 더 팍팍하다. 회사는 노는 곳이 아니라는 말이 실감되는 분위기이다. 보수적이거나 눈치가 보인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자신의 일만 해나가는 분위기는 오랜만이었다. 도서관이나 재수학원에 있는 기분이다. 조용한 분위기 속, 자신의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업무를 처리한다. 하필 사무실에는 창문 하나도 없어서 오래 앉아있자니 숨이 막혔다.
그나마 단순 업무-실수하지 않을 업무-중 듣는 음악이나 사무실의 간식 창고, 간간하게 있는 화장실 타임이 나의 낙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모니터를 째려보며 스크롤을 내리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새콤한 향이 나기 시작했다. 어디서 나는 향기지?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곰곰이 머리를 굴렸다. 회사에서는 어떤 자극도 새롭다. 내 안에 고여가던 물에 색이 더해진 기분이었다.
옆에 앉아있는 사원분이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귤이었다. 누군가 선물 받았다며, 먹으라고 둔 귤 한 박스가 있었다. 그 귤의 향이었다. 귤을 몇 년 동안 안 먹은 것도 아닌데, 향을 맡자마자 이상하게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고등학생 때의 이야기다. 급식에서 주스나 젤리 같은 게 나오면 그걸 먹지 않고 꼭 교실에 가져오는 애들이 있었다. 왜 그걸 교실에 들고 오는지 이해가 안 됐지만 이유를 듣고 빠르게 납득했다.
"배불러서 들고 왔어."
우린 저녁을 5시 30분에 먹지만 10시까지 교실에서 버텨야 했고, 간식 먹을 시간도 없이 학원이나 과외에 끌려가는 애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니까 야자시간이나 그 사이 쉬는 시간 동안 열심히 먹겠다는 소리다. 합리적인 말이었다.
급식에 귤이 나온 날이었다. 귤을 까는 순간 새콤 달콤한 향이 빵, 빵 터졌다. 급식소의 반은 음식 냄새, 반은 귤 냄새로 가득 찼다. 새콤달콤한 향을 맡으며 우리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런 향의 미스트나 향수가 갖고 싶다고도 말했다.
교실에 돌아갔더니, 누군가 우리의 꿈을 실현해놓았다. 교실에서 귤을 까먹고는 껍데기를 모아놓은 것이다. 우습게도 거기서 귤 향이 났다. 교실에서 냄새가 나서, 향 좀 나라고 껍데기를 모아놨다고 했다. 어쩜 사람이 생각하는 건 다 똑같을까? 우리는 그 뜻을 따라 껍데기를 치우지 않았다. 껍데기 위의 자그마한 잎사귀 하나 덕분인지, 그날 야자시간은 좀 향긋했던 것 같다.
얼마 전 중국어 과외 선생님이 귤을 선물했다. 그날의 난 신경이 곤두서서 잔뜩 예민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챙겨 온 귤 두 개를 받아 들고 마음이 사르르, 풀어졌다. 그 귤 두 개 담겼을 마음을 생각했다. 날 주려고 귤을 챙겨 왔다는 게 무엇보다도 달콤했다.
요즘 사무실에서 귤을 먹는다. 그때의 향긋했던 기분을, 나도 잊어버렸던 시간의 단편들을 떠올리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건 얼굴이 찡그려질 정도로 시고, 어떤 건 혀가 녹을 것처럼 달콤하다. 그래도 귤을 까는 순간만큼은 모두 똑같이 새콤한 향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