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간호사의 취준일기. 그대는 단 한번도 빛나지 않았던 순간이 없다.
세 번째, 불안함과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대학병원에서 신규 간호사가 버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자배정에 있다. 신규도, 연차가 있는 선생님들도 모두 똑같은 수의 환자를 배정한다는 것이다. 신규에게도 10명의 환자. 연차가 있는 선생님들에게도 10명의 환자. 경험이 많은 선배 선생님들은 일을 수월하게 끝내고 완벽하게 간호기록까지 정리하실 동안 신규는 5명의 환자를 케어하는 것조차 버겁다. 그 와중에 막내로서 신규로서 선생님들의 심부름까지 다녀오면 당연히 제시간 안에 모든 일을 끝내지 못한다.
하지만, 여긴 학교가 아니다. 모르면 가르쳐주고, 이끌어주고, 칭찬해주는 곳이 아니다. 내가 일을 끝내지 못하면 내 뒷타임에 이어받을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죄책감이 쌓이고 죄송함이 쌓였다. 당연히 욕을 먹었고 질책을 받았다. 완벽까지는 아니더라도 피해는 끼치지 않아야 하는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내 자신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거기에 내가 간호하는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기라도 하면 모든 것이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코드 블루. 내가 있던 병동은 코드 블루가 많았다. 코드 블루는 심장이 멈춘 상황을 뜻한다. 일주일에 4번 정도 환자분들이 코드블루가 생기니 여기가 일반병동인지 중환자실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상황들이 아니었다. 실제로 30명 정도의 의사들이 모두 뛰어온다. 그 중에서도 핵심이 되는 것은 담당간호사의 역할이다. 어떤 기저질환이 있는지 어떤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모두 미리 알아놓고 의사에게 알려야 정확한 처치를 할 수 있다. 난 내가 맡은 환자가 코드 블루가 될까봐 늘 불안했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지만, 내 능력이 부족해서 환자의 목숨을 구하지 못할까봐 무서웠다.
그렇게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던 세 달 동안 매일 오전 11시에 출근해서 새벽 2시에 퇴근했다. 집에서 병원에 갈 때는 버스를 탈 수 있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버스가 끊겨 택시를 타야했다. 새벽의 공기가 참 차가웠고 내일이 두려워서 잠드는게 무서웠다. 그리고 깨면 또 정신없이 병원으로 향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