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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촌자 Jul 03. 2021

바이슨의 허니문 (Bison's Honeymoon)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이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너무나도 이국적이어서 그랬을까? 여행을 다녀온 이후에도 이곳은 뇌리를 떠나지 않았고 1년여의 시간이 지나 캔버스에 다시 기억의 조각들을 맞춰본다. 


우리 부부에겐 가이저나 폭포가 아닌 바이슨으로 기억되는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그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는 라마밸리를 그림의 배경으로 삼는다. 깊은 산중임에도 낮은 구릉에 물이 흐르고 여유가 넘친다. 지구별은 맞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아닌 듯한 그들에겐 이곳은 파라다이스. 그야말로 지상낙원이다. 

가이저에서 뿜어내는 수증기가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느낌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멀리 보이는 산과 구름이 하와이에서 본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은 맑은 공기와 높은 하늘 덕분. 

일 년 중 며칠은 해가 지고 달이 뜨는 순간이 겹친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저녁노을과 달빛을 동시에 즐기기도 한다. 골든아워가 지나면 황금빛 노을이 사라지면서 붉은 노을이 푸른 하늘을 수놓는다. 하지만 붉은 노을이 나타나면 시야엔 많은 것들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해와 달이 만나고 골든아워와 블루 아워가 만난다. 그래서 그림이 좋다.

무사히 도로를 건너와서 새끼와 상봉 중인 바이슨 가족. 가족들이 무사히 길을 건너는 마지막 순간까지 수놈 바이슨은 도로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꿈쩍도 하지 않는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목숨 같은 녀석들이다. 


겨울 준비하느라 털이 다 빠져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지만 그 덕분에 더운 여름을 덥지 않게 보낼 수 있기도 하다.

이 녀석들 눈동자에 담긴 가족에 대한 사랑을 찾으셨다면 성공이다. 

https://billingsgazette.com/lifestyles/recreation/yellowstone-national-parks-east-entrance-opens-to-

겨울이 되면 눈보라 속에서도 끄떡없는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바뀐다. 저 모습에 반해 국립공원에 알아보니 스노모빌을 알아서 가지고 오란다. 그냥 사진으로 만족해야 할 모양이다.


가이저가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 덕분에 한겨울에도 풀이 자라니 눈 속을 헤치고 뜯어먹느라 입 주위가 하얗다.

 

캘리포니아 팜스프링 근처 샌 자신토 산에서 발견한 붉은 밑동 박피 나무(구글 이미지에서 찾은 영어 이름 ^^) 옐로우스톤에 서식하는 나무는 아니지만 그림 속 바이슨과 함께하니 왠지 잘 어울린다.  

https://pixy.org/ | Credit: https://pixy.org/141047/

양쪽 위에 그려진 Yew Tree라고 불리는 주목나무. 그 열매가 곱고 달지만 속의 씨앗의 독성이 강해 간혹 사슴들이 먹고는 죽은 채로 발견되기도 한다. 독(毒)을 의미하는 Toxin이라는 단어가 주목의 Taxane 성분을 화살 독에 썼던데서 유래한다. 영국에 주목나무가 많았는지 이 나무로 활을 만들어 프랑스와의 백년전쟁을 승리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셰익스피어의 소설 햄릿에도 등장하는데, 햄릿의 작은 아버지가 아버지 클로디어스의 귀에 넣은 독약이 주목 열매의 씨앗에서 추출한 것. 그러니 Toxin이 독(毒)이 될 밖에. ^^ 주목에 나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무껍질에서는 택솔이라는 항암물질이 발견되었고 나무는 강하여 활을 만드는 재료로 쓰이며 줄기는 붉은색을 띠어 조선시대엔 임금의 붉은색 비단옷인 곤룡포를 염색하는 재료도 사용되기도 했다. 


땅에 붙은 풀만 뜯어먹는 바이슨은 이 열매를 먹을 일이 없으니 안심하시라. 다만, 이쁜 것들은 언제나 조심해야 할 독이 있으니 매사에 경계할 일이다. 

실제로는 본 적이 별로 없지만 눈에는 익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꽃.

그렇다. 5월 난초에 등장하는 붓꽃(아이리스, Iris)이 옐로우스톤 일대에 번식하고 있다. 화투에 등장하는 꽃은 창포라고 하는 것이 정설이긴 하지만 붓꽃과 많이 닮았으며 옐로우스톤에는 아이리스 폭포라고 이름 지어진 곳도 있는 걸로 봐서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아이리스라면 5월 난초를 떠올려도 되지 싶다. 방문 시기가 7월 말이어서 직접 보고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다.

40인치 x 30인치 캔버스 아크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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