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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y Feb 17. 2021

무명

나점수 개인전

Installation view of 무명 無名, 2018



나점수는 굉장한 철학적 고뇌를 작품으로 실현시키는, 내가 이해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철학적인 지론을 가진 작가인 듯 하다. 이번 개인전에서 볼 수 있는 육중하고 차가우며, 때론 거칠게 깎아낸 나무 조각들로 이루어진 그의 조각들은 '무너지는 한 순간'을 위해 태어난 듯 하다. 잔뜩 녹이 낀 듯 한 색감이지만 잘 정제되어 각이 진 지지대 위에 거칠게 흰 페인트를 휘감고 천장 끝까지 솟아 오른 얇고 가는 나무 판자들이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모습을 유심히 보았다. 의도 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 조각들은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듯 하다. 하나의 세계를 만나기전 까지는.


서있고, 기울어졌으나 아직은 아무것도 무너지지 않은 상태. 때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지만 아직 지탱하고 있는 상태. 이건 우리가 늘상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하루들을 보낼 때 지녀야 할 긴장감의 끈이다.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나점수의 조각들 속에는 그 힘이 있다.



Installation view of 무명 無名, 2018
Installation view of 무명 無名,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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