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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널스타일리스트 Mar 01. 2022

코로나와 마주한 간호사

#2

두째날


새벽 2~3시에 정밀검사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잠들었는지 알람도 맞추질 않았는데 새벽2시30분경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바로 병원 어플에 들어가 검사결과를 보았다.


2022-02-26 (토)

감염 분자유전

2019-nCoV PCR(직원용)(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 검출검사)

결과 : Positive(양성)

참고치 : Negative(음성)


 결과지가 Positive로 양성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미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이렇게 검사 결과지로 양성 판정을 받으니 참담한 기분 뿐이었다. 새벽에도 계속 혀가 말라서 잠에서 깻고 그럴때마다 물로 목을 축이고 다시 자곤했다.


 한번 잠들었을때 푹 잠들고 일어나고 싶은데 평소 출근시간에 맞춰놨던 폭탄알람 시계가 어김없이 6시에 울리는 바람에 강제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알람을 끄고 나는 스스로 몸을 체크해봤다.


 코로나 양성 판정 2일째 아침은 누워있을 때 인후통이 조금 아래로 내려와 흉통으로도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경미한 감각이었지만 흉통과 더불어 심장쪽이 간지러운 느낌이 들어서 가볍게 몸을 긁게 되었다. 침대에서 일어나려 하자 오른쪽 골반쪽이 저리는 것을 느꼈으며 아침에는 오한감이 들어 왼쪽 몸부터 다리까지 소름이 돋기도 했다.


 똑바로 서있는 상태에서는 오른쪽 허리 통증이 지속되었고 기침을 할 때 역시 허리에 무리가 가곤했다. 일어나자마자 곧바로 거울을 통해 내 편도를 확인해봤다. 이미 혓바닥과 편도쪽이 모두 건조하게 말라있는 상태였다. Mallampati Grade를 체크해보니 2~2.5정도로 편도가 부어있었다. Mallampati Grade는 보통 마취전 기도평가를 할때 체크하는건데, Grade1이 연구개가 보인다면 Grade4는 연구개를 볼 수 없는, 즉 편도가 많이 부어있는 상태이다.


 뉴스에서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15만3528명이고 서울에서만 36,829명이 나왔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22일 최고 17만명 확진자를 보이고서 계속적으로 10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확진자 때문인지 정오가 되도록 정부나 보건소에서 개별적으로 연락이 온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내가 먼저 서대문구 보건소에 연락을 했는데 연락을 받는 직원의 목소리부터 굉장히 지쳐있다는 느낌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토요일 주말에 출근해서 코로나 관련 업무를 보고 있으니 지칠만도 했다. 의료진으로서 어느정도 이해는 하지만 내가 막상 환자 입장으로 이렇게 대응을 받으니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어떻게 하라는 행동방침이나 안내사항 하나도 없이 마치 혼자 외딴 섬에 방치된 느낌이었다. 진료는 어떻게 볼 수 있으며 약은 어떻게 처방받아서 받아야 하는지, 자택치료 중 위급상횡시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을 안내를 해줘야 하는데 전화상으로 답변을 받은 것은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지체없이 '119'에 전화를 하라는 것 뿐이었다.


 마치 AI로봇이 대답하는 듯 너무 형식적인 말투에 인간미를 느낄 수 없는 대화였다. 아직 나는 별다른 큰 증상은 없고 단지 인후통과 근육통만 지속되기 때문에 지켜보기로했다.


 오후 4시59분 처음으로 질병관리청에서 문자가왔다.

김진수님은 감염병예방법 제18조(역학조사)에 따라 코로나19 역학조사 대상임을 알려드립니다.

아래 URL에 접속하여, 기초역학조사서를 작성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아파 죽겠는데 아플때는 어떻게 행동하라는 연락은 안오고 역학조사가 처음으로 온 연락이라니.. 그리고 내가 사는 곳은 서대문구인데 URL에 접속하여 정보를 입력한 곳은 영등포 보건소에서 역학조사를 하고 있었다. 문제가 있어도 한참은 있는 시스템이다.


 내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거나 뉴스,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였다. 비대면 진료를 받아서 약을 처방받고 싶었는데 주변에 어느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조차도 알 수 없었다. 검색에 검색을 더해서 결국 유튜브 개인 영상을 통해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홈페이지 누리집 정보를 통해 알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틀째 오후 늦게서야 이 정보를 알아서 집 근처에 있는 병원을 알아내 전화를 했더니 주말에는 병원운영을 안하는 곳도 있었고 오후 6시 이전에는 모두 진료를 마감 한 상태였다. 일요일은 모두 휴무이고.. 결국 나는 월요일이 밝아야 진료를 보고 약을 처방받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별도 격리 시설에서 격리하는 것에서 자택격리를 하며 스스로 치료를 해야하는 것으로 바뀌고 중증도가 심하지 않는 이상 이제는 보건소에서 자가진단 키트나 체온계, 산소포화도 측정기 그리고 별도의 안내문도 보내주지 않는다.


 확진자가 늘고 중증도가 높은 환자 입원률이 적다고해서 이렇게 방치하듯이 관리를 해도 되는 것일까? 인체는 무엇인가에 감염이 되면 몸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몸 안에서는 감염권, 바이러스와 싸우게된다. 그 싸우고 있다는 증거가 체온이 올라가거나 몸의 이상반응이 나타나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모든 환자에게 체온계와 산소포화도를 측정할 수 있는 의료기기는 모두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택에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데 스스로 몸을 어떻게 체크하고 관리하라는 것인지 정부 방역 지침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 초반과 같이 14일동안 격리하거나 확진자 1명 1명 대조해가며 이동 동선을 모두 조사하기에는 그 인력 자체에 한계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이렇게 자택에서 자가치료를 하게끔 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키트를 주면서 자가치료를 하라고 하는 것이 맞는 말 아닌가?


 정확히 1년전이었던 오늘,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된 날이다. 아스트라제네카를 시작으로 화이자, 모더나, 얀센 백신 등 1년 만에 접종 완료율은 86.4%를 기록하고 있다. 정확하게 18세이상 성인 기준으로는 96.1%의 높은 접종율을 보이고 있다. 의료진으로 활동하는 나 역시 21년 3월 19일에 아스트라제네카 1차, 6월 11일에 2차를 접종했다.


 이렇게 80%가 넘는 접종 완료율 수치는 OECD 회원국 중 포르투칼 91.5%, 칠레 89.1%에 이어 우리나라가 3번째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는 3차 접종자는 미접종자에 비해 중증화 진행 위험이 81.7%, 사망 위험이 84% 감소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접종률이 높은 만큼 중증 환자의 비율이 다른 나라들에 비하여 많이 적은편에 속한 것이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확진자의 수는 3월 중순에 25만명 이상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 많은 확진자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방역대책을 세울 지 걱정만 앞 설 뿐이다.


 막상 내가 간호를 하는 입장에서 환자의 입장이 되어보니 사회적 인식이나 치료 과정에 개선되어야 할 점이 너무 많다는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2년이 지나도록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지만 이렇게 중구난방 식의 방역체계라면 결코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없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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