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들어갔던 수술도 평생 기억에 남을 만큼 어렵고 힘들었던 수술 이었는데, 또 다른 이유로 이날을 기억하고 있다.
먼저 수술은 13살 중학생의 신경외과 수술이었다. 평소 간질 발작과 두통을 호소했던 아이의 MRI에서는 종양이 후두벽쪽에 있었고 그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평소 바르게 누워서 하는 수술이 아니라 엎드린 상태로 수술을 해야 했다.
엎드려서 하는 수술은 올바르게 누워있는 환자에게 먼저 마취를 한 후 의료진이 환자의 몸을 뒤집어야 한다. 그래서 환자가 가지고 온 수액 라인과, 혈압, 맥박, 산소 포화도를 측정하는 기구의 선들을 모두 다시 정리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환자가 눌려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얼굴이나 몸에 짓눌리는 곳이 없는지 잘 확인해야 한다.
뇌(brain)수술을 할 때, 머리의 뼈(bone)만 열면 바로 뇌가 나오면 좋겠지만 뇌는 정말 소중한 존재라서 몇 가지 구조물로 보호받고 있다. 가장 바깥족에는 두피(Scalp)가 있고 두피 안 4개의 다른 층을 절개하면 머리 뼈가 보인다. 이 머리 뼈를 지나 3개의 보호막을 모두 열어야 뇌를 확인할 수 있다.
3개의 보호막 중 첫 번째. 바로 경막(Dura)이다. 이곳에는 뇌경막에 피를 공급하는 뇌막동맥이 있어서 제법 피가 많이 나는 부위 중 하나다. 두 번째 관문은 지주막(Arachnoid)이다. 지주막 아래를 보면 굵은 뇌 혈관들이 많이 보이는데 목동맥과 척추 동맥에서 나와 뇌에 혈류를 공급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 관문인 연질막(Pia mater)이 있다. 실제 뇌를 보호하는 마지막 보호막인데 2번째, 3번째 관문은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고 현미경을 통해 자세히 볼 수 있다.
그렇게 수술이 시작되었고 거의 시작과 동시에 피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5분도 안되는 순간에 300ml이상의 출혈이 있었고 빠져나간 혈액만큼 다시 수혈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그 속도를 따라가기도 벅찼다. 뇌에는 많은 혈관과 신경들이 지나가기 때문에 그만큼 출혈도 많은 편이다.
A-line외에도 피를 주기위해 잡았던 Hot Line (Peripheral Intravenous Line)으로는 부족해서 수술 중간에 Peripheral Intravenous Line을 하나 더 잡았다. 그렇게 5시간에 걸쳐 종양을 제거했지만 환자는 Bleeding이 3,000ml가 났고 우리는 Packed RBC 8팩에 FFP5개, P.con5개를 수혈하며 겨우 Hemoglobin 12로 맞출 수 있었다. 하지만 피가 너무 많이 나고 수혈도 많이 해서인지 뇌가 너무 부풀어 있어 앞에서 말했던 경막(Dura)를 닫지 못하고 두피를 닫아야 했다. 이후 두개내압(Intracranial Pressure, ICP)이 많이 상승해 뇌척수액의 배액을 통해 ICP를 낮추는 뇌실외 배액(External Ventricular drain, EVD) 수술을 다시 해야했다.
하루종일 정신이 없었던 수술을 했던 탓인지 유독 수술방이 춥게 느껴지고 몸살기운이 슬슬 올라오는 내 몸을 돌볼 여유도 가질 수 없었다. 초과근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저녁만 먹고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 잠들어버렸다.
보통 한번 잠이들면 중간에 잘 깨지않는 편인데, 이날은 입이 너무 건조하고 목이 말라서 새벽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냉장고를 뒤적거리다 물을 마시고 너무 건조해서 그런지 가습기를 켜고 다시 잠이 들었다.
첫 째날
아침 6시 폭탄 알람소리와 함께 다시 아침을 맞이했는데 일어나자마자 목이 불편하고 계속 입이 건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몸을 숙이면 오른쪽 허리와 골반쪽에 근육통이 있는 느낌이었다. 잔기침이 조금 나긴 했지만 열은 나지 않고 두통이 있지도 않아서 이때까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출근 준비를 했다.
병원에서는 하루에 2번 체온온 의무적으로 측정하고 기록하고 있다. 아침에 출근해서 한 번, 그리고 퇴근 전 한 번 측정을 하면서 몸 상태를 스스로 확인한다. 다른날과 다를바 없이 아침에 출근하고 체온을 측정했는데 36.1도가 나왔다. 몸에 열감도 없어서 그대로 수술실 마취 모니터링 업무를 들어갔다.
아침 첫 케이스를 준비하기 전 어제 수술했던 환자의 상태가 궁금해서 어제의 기록부터 살펴보았다. 환자는 신경계 중환자실에 입실해서 아직 인공 기도관을 빼지 못하고 인공호흡기 기계에 의존한 채 호흡을 이어가고 있었다. 어린 나이라 빨리 회복할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나는 곧바로 오늘 수술 스케쥴을 확인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잔기침이 지속되고 그 강도도 심해졌다. 10시쯤 지났을 때, 아침에 일어났을 때 보다도 허리 근육통이 심해지는 것을 느꼇고 점점 왼쪽 팔꿈치에서 새끼 손가락 쪽으로 이어지는 신경이 저릿하는 느낌도 받았다. 이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스스로 느꼈다. 곧바로 나는 12시에 출근하는 동기한테 연락을 해서 출근하는길에 코로나19 자가검사 키트를 사다줄 것을 부탁했다.
11시쯤 점심을 먹을때도 혹시 몰라 혼자 별도로 떨어진 곳에서 점심을 먹었고 내 앞에서 함께 식사를 하려던 동료 선생님한테도 다른 자리에 앉아 줄 것을 부탁했다. 일단 최대한 밀접 접촉을 스스로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는 먼저 탑시니어 선생님에게 내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생님 제가 열은 안나는데요, 잔기침이 계속나오는 인후통이 있고 허리쪽으로 근육통도 함께 있습니다.. 혹시 몰라서 동기 선생님한테 자가검사 키트를 부탁했어요.”
“일단 우리 병원 의료진은 자가검사 키트는 사용할 수 없고 무조건 PCR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수술 끝나는 상황을 보고 중간에 검사를 받으러 보내주던지 아니면 3시쯤 빠르게 교대할 수 있게 해 줄게요”
최근에는 자가검사 키트를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누구나 의증이 있다면 손쉽게 검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음성이 나온다 하더라도 PCR에서는 양성이 나올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 병원은 확실한 검사 결과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자가검사 키트는 지양하고 PCR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다.
보고를 마친 후 두번째 수술 케이스를 준비하는 도중에 12시에 출근하는 동기가 코로나 검사 키트를 주고갔다. 나는 곧바로 화장실로 자가검진 키트를 뜯고 검사를 진행했다. 처음 써보는 키트에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사용 설명서를 읽고 설명서에 부착된 QR코드를 통하면 유튜브 영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영상을 보고 그대로 검사를 진행한 뒤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검사키트에 1줄이 나오면 음성이고 2줄이 나오면 양성을 의미한다. 그런데 처음에는 희미하게 2줄이 보이더니 15분이 지나고나니 선명한 빨간색 2줄이 나랑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그 순간의 당황스러움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짧은 순간에 이번주에 있었던 일들을 다시 회상하게 되었고 일단은 탑시니어 선생님에게 보고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 당시 다시 체온을 측정하니 38도가 측정되고 있었다.
“선생님 제가 불안한 마음에 자가검사 키트로 검사를 해봤는데요, 여기에서 양성으로 나왔습니다..”
“병원 안심진료소 진료가 13시부터 시작이라고 하니 그 시간에 맞춰서 근무교대 해줄게요.”
곧바로 나는 인계를 한 후 시니어 선생님에게 보고를 한 뒤 안심진료소로 곧바로 갔다. 이미 내 상황은 감염관리실을 통해 안심진료소로 연락이 갔었고 그렇게 곧바로 PCR검사를 받았다.
이번 PCR검사가 아마 3번째 검사인 것 같다. 이전에 받았던 2번의 검사와는 사뭇 다른 느낌임을 스스로 직감할 수 있었다. 이미 자가키트에서 양성이 나왔고 내 몸 증상도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증상들이 나타나고 있기에 스스로 코로나 확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PCR검사를 받으면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자택에서 격리하고 있어야 한다. 곧바로 집으로 온 나는 그때부터 감염관리실과 파트장님에게 수차례의 연락을 받았다. 양성 의심이 있었기에 PCR검사를 받은 3일 전부터 밀접접촉자가 누가 있었는지에 대한 보고를 해야했다.
병원에서는 식사할 때, 갱의실에 돌아와 양치하고 옷 갈아입을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에 밀접접촉자를 가리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추적을 해보니 2틀전 점심식사 후 갱의실에서 양치하며 대화를 나눴던 3명이 있었다. 그렇게 밀접접촉자는 3명으로 판단되고 나의 자택격리가 시작되었다.
일단 몸부터 샤워를 하고 최종 검사결과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과 마주한 나는 다시 한번 내 몸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침부터 허리 근육통이 심했는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골반이 비틀어져 척추측만증이 심하게 진행 된 상태였다. 그래서 계속 걸음이 구부정거렸고 특히나 오른쪽 골반이 틀어져 있었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면서 근육 이완을 시켰고 다시 침대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첫날에는 인후통과 약간의 열감만 지속되는 느낌이었다. 먼저 내가 어디에서 감염이 되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이번주에 만났던 사람들에게 모두 연락을 해서 자가검사 키트라도 검사를 해볼 것을 권유했다. 그런데 모두가 다 음성이 나왔다. 도저히 내 감염원을 알 수 없었다.
PCR검사를 받고 곧바로 집으로 와서 상비약도 챙기지 못했다. 그런데 나를 걱정하던 동기가 퇴근하면서 몇가지 약을 우리집 문 앞에 걸어두고 갔다. 문 사이로 고맙다는 인사와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나는 저녁부터 약을 먹기 시작했다.
코로나 그리고 변종된 바이러스 오미크론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가 나오긴 했지만 이 약은 현재 중증도가 높은 환자가 고위험군에게만 주어진다. 그래서 일반 격리자는 독감 수준에 준해서 증상이 있는 것에 대하여 약을 먹을것을 권유하고 있다.
나는 인후통과 근육통이 가장 심했기 때문에 기침, 가래를 잡아주고 인후통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을 먼저 복용했다. 가습기를 최대로 틀고 전기장판 온도를 많이 높여서 건조함과 오한감 증상에 대비했다. 그렇게 휴식을 취하는데 20시에 감염관리실에서 연락이 왔다.
“김진수 선생님이시죠?”
“네 맞습니다.”
“PCR 검사결과 양성으로 나오셔서 개별적으로 연락을 드렸어요. 1차적으로 양성이 맞지만 여기에 정밀검사가 한번 더 들어가거든요. 결과는 새벽 2~3시정도에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보통 음성일 경우에는 어플로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양성은 이렇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주나보다.. 정밀검사가 더 있다고는 했지만 보통 1차 양성증상을 보이면 정밀검사에서도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7일동안 자택격리를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했다.
이렇게되면 나와 밀접접촉이 있었던 3명의 선생님도 명일 PCR검사를 받아야했다. 매번 주변에서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는 소식만 들었지 내가 이렇게 코로나에 직접적으로 걸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되다니..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플을 통해 1주일동안 먹을 수 있는 음식과 기본 생필품을 구했고 스스로 몸을 관찰하고 자가 간호를 할 수 있도록 이렇게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일단 첫날 가장 큰 증상은 입의 건조함과 인후통 그리고 허리와 골반의 근육통이 가장 심했다. 뉴스에서는 미각도 많이 소실된다고 그랬는데 아직까지 미각은 있고 입맛도 있다. 그래서 저녁도 든든히 챙겨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