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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널스타일리스트 Mar 01. 2022

코로나와 마주한 간호사

#4

넷째날


원래의 일상이었다면 아침 6시에 폭탄 알람소리와 함께 일어나서 씻고 간단한 아침을 먹은 후 평소에 10분이라도 여유를 가지고자 하고있었던 명상을 하면서 출근 준비를 했을텐데 월요일이 아니라 주말이 계속 이어지는 듯 침대에 누워 시계 초침이 돌아가는 것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초침이 지나가는 소리 외에는 그 무엇도 들리지 않았던 적막함을 깨버린 것은 어머니의 전화였다. 요즘 어머니께서 매일매일 전화를 주시고 계신다. 말로는 “요즘 주변에 너무 많이 있어서 다들 가벼운 감기정도로 걸리거나 무증상으로 그냥 넘어가기도 하더라” 하시지만 속으로는 아들 걱정에 틈 날때면 내가 잘 살아있는지 확인하려 하신다.


 생각해보니 지금 내가 걸린것은 코로나가 아니라 오미크론이 맞는 것 같다. 코로나는 발열증상이 뚜렷하고 그 증상도 전신으로 이어진다고 하는데 오미크로은 인후통을 시작으로 근육통이 있고 간간히 발열 증상이 있다고 한다.


 오미크론에 걸려서 모든 일상의 제약이 있어 싫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많이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매일 연락을 해주시니 그것만큼은 그 어느때보다도 더 반갑다. 원래는 여자친구와 함께 전주에 내려가서 4일정도 쉬고 오려는 일정이었어서 여자친구도 오늘까지 휴가를 냈다. 그런데 내가 오미크론에 걸리는 바람에 함께 전주에 내려가지 못하고 여자친구도 반 강제적으로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더더욱 하루종일 연락을 하고 그동안 밀린 결혼준비도 비대면으로 하고 있다.


 오늘은 무엇보다 비대면 진료를 보는 날이다. 주말이라 진료를 보지 못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상비약도 모두 떨어졌다. 그래서 우리집 주변에 있는 내과 의원을 검색했고 다행히 3군데 정도 비대면 진료를 하는 곳이 있었다.


 오전 10시 30분 쯤 전화를 걸었는데 간단한 인적사항과 증상을 물어보고 다시 연락을 준다며 전화를 끊었다. 한 30분쯤 지났을까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코로나 양성 판정을 언제 받으셨고 지금 증상이 어떠신가요?”

내과 의사 선생님께서 전화로 내 몸 상태를 확인했다.

원래는 이렇게 비대면 진료는 불법으로 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대부분 비대면 진료를 먼저 받고 약을 처방받곤 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 목이 건조하고 인후통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콧물은 나지 않는데 기침을 할때마다 가래가 많이 나와요. 그리고 허리쪽으로 통증이 안없어지고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네 따뜻한 물 많이 드시구요 여기에 맞는 약 5일분을 처방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렇게 비대면으로 처방받은 약은 병원에서 근처 약국으로 FAX로 보낸다. 그러면 그 약국에서는 이 약 역시 비대면으로 나에게 주는 방식이다. 비대면으로는 약국에서 직접 배송을 해준다거나 내가 아는 지인을 통해 그 약을 받아와야 했다. 하지만 난 지금 혼자 살고있고 동기들도 모두 일하고 있는 상태라 바로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퀵서비스를 통해 약을 비대면으로 전달 받았다.


 약을 받아보니 위정막을 보호하는 레바미드정, 소염진통제 록사트론정과 가래를 제거하는 엘도스캡슐 그리고 내가 먼저 부탁해서 받은 코대원시럽을 받았다. 오미크론이라고 해서 별도로 정해져 있는 약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겪고있는 증상에 준하여 약을 처방해준다.


 점심을 먹은 후 곧바로 약을 복용했는데 아마 코대원시럽의 효과를 제대로 본 것 같다. 일반 약국에서 파는 콜대원에는 타이레놀과 동일한 아세트아미노펜325mg, 알레르기 콧물감기에 효과적인 클로르페니라민말레산염2.5mg, 교감신경 흥분제로 기관지를 확장시켜 기침이나 감기증상을 완화시켜주는 메틸에페드린염산염 18mg, 가래 배출을 도와주는 구아이페네신 42mg이 들어있다.


 그런데 처방받은 코대원시럽에는 메틸에페드린염산염 131mg, 클로르페니라민말레산염15mg이 들어있고 무엇보다 뇌의 기침 중추를 억제하여 기침 발생을 감소시키면서 통증을 줄여주는 디히드로코데인 50mg이 들어있다. 코데인은 장기 복용 시 약물의존성 및 남용이 유발될 수 있어 마약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코대원은 일반 약국에서 파는 콜대원보다 약 용량의 함량이 높고 마약성 성분이 들어가 있어 의사 처방 없이는 받을 수 없는데 확실히 기침 억제와 몸살기운을 없애는데 큰 효과가 있다. 그래서 덕분에 오후에는 조금 더 괜찮은 컨디션으로 있을 수 있었다.


 오후 2시 39분 처음으로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김진수님 맞으시죠? 여기는 영등포구 보건소입니다. 25일 양성판정 받으셔서 1주일 뒤인 3일 자정에 격리해제 되시구요 4일부터 일상생활 가능하세요.”

“지금 제가 체온도 못재고 산소포화가 얼마나 나오는지도 알 수 없는데 체온계라도 보내주실 순 없나요?”

“지금 방역지침이 바뀌어서 아무것도 보내드릴 수 없어요”

“아, 그런가요 근데 전 서대문구 소속인데 왜 영등포에서 연락이 오는거죠?”

“아! 주소가 어떻게 되시나요?”


 알고보니 이전에 살았던 영등포 주소가 전달되었던거고, 새로운 주소를 알려줘서 아마 내일부터는 서대문구 보건소에서 연락이 올 것 같다.


 뉴스를 틀어보니 내일 3월1일 부터는 또 다른 방역지침이 시행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부는 오미크론 대응을 위한 방역, 의료체계 개편과 보건소 업무 부담 가증 등을 감안해 지금까지 해왔던 방역패스를 중단하고 식당, 카페에서 QR코드를 더이상 안찍는다고 한다. 그리고 확진자의 동거인은 접종 여부와 관계 없이 격리의무를 면제하도록 한다고 한다.


 얼마전 확진된 의료인의 격리기간을 3일까지로 단축할 수 있게 한다고 했는데 이것도 더 확대해서 시행할 것 같다고 한다. 의료진인 나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의료진은 일반인보다 면역력이 높나?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3일 격리에 다시 투입된다는 것은 의료의 질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오늘로 4일차를 맞이하는 나로서 아직도 편도가 부어있고 기침이 계속 나오는 상태인데 이런 상태로 다시 병원에 돌아가서 환자들을 돌보라고? 정말 어디에서 어떤 근거로 나온 방역 대책인지 이해할 수 없다. 의료진의 희생을 너무 당연시하게 생각하는게 아닌가 라는 아쉬움 마음이 들 뿐이다.


 4일째인 오늘 저녁에는 밥을 먹는데 갑자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미크론의 증상 중 미각이 떨어진다는 것도 있었는데 아마도 오늘부터 미각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쨋든 시각적으로 음식을 보고 먹기 때문에 그 음식을 기억해서 내가 만들어 낸 미각인지는 몰라도 조금은 느껴지긴 했지만 어제보다는 확실히 많이 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은 종일 대변을 못보고 있다. 어제 대변을 봐서 조금 나아지나 싶었는데 다시 또 대변을 보지 못하니 너무 불규칙한 몸 상태가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약의 부작용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활동을 많이 못하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몸 상태는 꾸준히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제의 방역지침이 오늘은 다르고, 오늘의 방역지침이 내일은 달라지듯이 코로나와 맞서 싸우면서도 우리의 눈과 귀는 모두 열려있어야 한다. 해외에서는 점점 방역 지침이 풀려지듯이 우리나라도 조금씩 차차 방역 지침을 완화 하면서 곧 소상공인도 우리도 모두 잘 살아갈 수 있을 평범한 일상이 올 것이라 믿는다. 버티자 조금만. 그리고 이겨내자. 우리 모두 다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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