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서랍 맨 위칸을 열 때마다 마음이 좀 불편합니다. 쓰지도 않는 나무젓가락과 일회용 숟가락이 잔뜩 들어있거든요. 다들 이런 서랍 한 칸씩 있으시지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한 번씩 이렇게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회용품이 흘러들어오곤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나무젓가락과 일회용 플라스틱 숟가락인 것 같습니다.
배달 주문(을 이제는 거의 하지 않지만, 간혹)할 때 일회용 숟가락과 젓가락 안 주셔도 된다고 버튼을 꼭꼭 누르지만, 막상 포장을 풀어보면 들어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음식 포장할 때도 말씀드리는데 들어있곤 합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이건 안 주셔도 괜찮아요!’하고 다시 돌려드리는 편이지만 그러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제가 주문한 게 아니라 누군가 준 것에 들어있기도 하고요. 물건에 아예 포함되어있는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죽을 사면 숟가락이 꼭 들어있습니다. 이렇게 하나둘씩 저에게 흘러들어오는데 사용하지 않으니 쌓이기만 합니다.
딜레마입니다. 버리자니 어차피 재활용도 안 되는 일회용품들이라 쓰고 버리나 그냥 버리나 쓰레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버리기에는 죄책감이 드는 것이지요. 이것도 만들어진 자원인데, 애초에 안 받았으면 모를까 이미 저의 것이 된 이상 그냥 버리기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또 쓰자니 마음이 불편합니다. 멀쩡한 스테인리스 수저를 두고 굳이 일회용품을 써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그냥 계속 서랍 속에 방치해두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쓰겠지, 하는 마음입니다. 서랍 문을 닫으면 제 눈에 보이지 않으니 잠시 제 마음에서 치워두는 것이지요.
저 서랍에는 종종 빨대도 흘러들어옵니다. 제 의지와 상관없이 생기는 일회용품 중 정말 싫은 것, 테트라팩 음료에 붙어있는 주름진 빨대입니다. 제대로 분리배출하려면 어차피 가위로 팩을 잘라야 하니까 빨대는 거의 쓰지 않습니다. 편의점이나 마트, 슈퍼에 빨대가 따로 비치되어있으니 필요한 사람만 쓰게 하면 될 것 같은데 계속 제품에 붙어서 나옵니다. 이렇게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서는 빨대가 싫어서 제품을 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요? 저는 두유를 구매할 때 가급적 병 음료를 선택합니다. 테트라팩도 친환경소재이지만, 빨대가 붙어서 나오니 병 음료를 먹습니다. (병마개에 비닐 포장이 되어있어 아쉽습니다.) 바나나우유가 먹고 싶으면 항아리 바나나우유 대신 우유팩에 든 제품을 사는 편이고요. 제품의 포장이 구매의사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이니 앞으로 차차 바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잘하게 흘러들어오는 일회용품만 줄여도 꽤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의 수많은 선택지 중 일회용품을 줄이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드는 단계에서 고민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배달 시 함께 따라오는 일회용 식기의 경우는 앞으로 규제된다고 하니 점차 나아질 것을 기대합니다. 제 서랍 속 처치곤란 일회용품은 어떻게 처리해야 현명할까요?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