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기나긴 장마, 짧지만 강했던 폭염, 그리고 태풍. 시시각각 우리를 당황하게 했던 순간들이 가리키는 것은 기후위기였습니다. 문자로만 보던 ‘기후변화’,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정말 위기 상황에 놓인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뉴스에서 많이 보고 듣던 말은 ‘경제 성장’이었습니다. 경제 지표들이 헤드라인에 걸릴 때면 ‘제자리걸음’, ‘하락’이라는 단어가 곧잘 눈에 띄었고, 그런 내용의 기사는 늘 경제 성장을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곧 망할 것처럼 불안함을 조장하는 글이었습니다. 성장을 하지 않으면 망한다, 그렇게 배워왔습니다. 그러나 요즘, ‘성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껏 사회가 말해온 ‘성장’은 무엇이었을까요. 성장하지 않으면, 그러니까 더 부유해지지 않으면, 높은 빌딩과 자동차가 더 많아지지 않으면, 전기와 물이 펑펑 쏟아지지 않으면, 휴대전화가 방방곡곡 오롯이 자연만이 존재하는 오지까지 터지지 않으면, 산 꼭대기에 리조트와 스키장과 골프장이 없으면, 경제 성장의 지표가 되는 숫자들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이야기되어 왔습니다. 선거 철마다 정치인의 공약 1순위는 경제성장이었습니다. 불안함을 자극하며 성장만을 향해 내달리는 사이 자본은 커다랗게 배를 불렸고, 우리는 기후위기와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기후위기는 우리로 하여금 이전과는 아예 다른 삶을 살게 만들 것입니다. 한 번도 겪은 적 없는 기후, 더 자주 찾아오게 될 전염병, 재난,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게 될 식량문제. 불평등한 성장 속 소외되었던 약자는 더욱 사지로 내몰릴 것입니다. 위기를 몸으로 체감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해결책을 마련해두지 않고 미적거린 대가를 그때 치르게 될 것입니다. 그때 우리가 그리워하게 될 것은 지금 그리워하는 마스크 없는 일상, 해외여행, 왁자지껄했던 모임 정도가 아닐 것입니다. 저는 그게 무엇이 될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저 스스로가 약한 존재라 두렵고, 저보다 사회적으로 더 약한 존재가 힘들어질 것이 두렵습니다.
‘성장’에 대해 다시 정의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세상에서는 탈성장이 곧 성장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멈추는 것이, 조금 더 불편해지는 것이, 자연과 함께 사는 것이 성장이라고 여길 수 있는 상상력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건드려도 되는 것과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알고 선을 지키는 게 성장이지 않을까, 한 번쯤은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모든 일이 나와는 상관없고, 그저 코로나19가 불편하고 나는 피해자니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원인이니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목소리 내는 게 성장이라고 이야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야 할 우리가, 그리고 미래세대가 ‘성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금 우리를 기후위기로 몰고 온 그 성장과는 다른 성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말
지금까지의 성장을 부정하는 글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필요한 성장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내용의 글입니다. 저 역시, 지금까지의 성장을 누리며 살고 있는 인간입니다. 동시에, 앞으로를 살아가야 할 인간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