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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ds Aug 14. 2022

“어떤 계기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처음 지구를 지키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을  밖으로 꺼냈을 때는 스무 살이었다. 당시 나는 중어중문학과 학생이었고 교환학생으로 중국에 있었다. 그곳에는 나를 아는 사람이  명도 없었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쌓아가야 했다. 누구의 , 누구의 친구, 누구의 어떤 존재로 기대받는 역할을 하지 않아도 되어 홀가분했던 시기, 나는 마음껏 진짜 ‘ 대해 알아갈  있었다. ‘나는 이런 성격이구나’, ‘나는 이런  좋아하고 싫어하는구나’, ‘나는 환경을 보호하는 일을 하고 싶구나

이유는 없었다. 그냥 지구를 지키는 일이 하고 싶었다.


1년의 교환학생 생활을 마치고 귀국  환경모임에 들어갔다. 스물한 , 학생이지만 뭐라도 하고 싶어 내가   있는 실천을 찾았다. 가장 먼저 했던 것은 육식을 중단하는 .  먹지 않는 페스코가 되었다. (엄마, 아빠는 내가  먹던 육류를 끊으니 ‘얘가 어디 가서 이상한  배워왔다 맘에  들어했지만  이후로도 7 동안 육류를 먹지 않았던 나의 든든한 지지자였다.) 모임을 통해 탄소발자국,  발자국과 같은 개념을 접하며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환경오염과 자원낭비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환경모임 사람들과 함께 대학로 문화축제에서 지구를 지키는 다짐을 요청하는 부스를 열기도 했다.


학교에서 진로 조사를  때면 희망 진로에 ngo활동가라고 적어냈다. 취업해야 하는 시기가 점점 다가오며 조급해진 마음에 ngo뿐만 아니라 기업도 찾아보기 시작했지환경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기업을 찾기 어려웠다. 교수님께서 원하는 직무가 뭐냐고 물어보셔서 나에게는 직무보다 기업 윤리가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교수님은 답답해하시면서 취업에 있어서 기업 윤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해주셨지만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놓기가 쉽지 않았다. ( 대화를 나누었던 때가 2012년인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기업 윤리가 정말로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2013 2, 학교를 졸업하고 4월에 지금 일하는 환경단체에서 자원활동을 시작했다.  3, 남양주에서 서울로 출퇴근했다. 자원 활동가라 급여도 없었고 출퇴근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하루하루가 선물 같았다. 학교에 다닐 때는 내가 지향하는 가치를 말하거나 채식을 하는 일이 (당시에는) 마이너한 일이었는데 여기서는 그렇지 않았다. 가치를 삶으로 살아내는 사람들을 잔뜩 만났고 활동가들과 조직 문화에  빠졌다. 자원활동을 시작하고 4개월쯤  정부 지원제도로 인턴 활동가가 되었다.   말에 공채를 봤고 2014 1월부터 정식으로 활동가로 채용되었다. 그리고 2022 현재, 여전히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어떤 계기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라는 질문을 9 동안 많이 들어왔지만,  나의 대답은 “그냥 하고 싶었어요.” 전부다. 사명감 가득한 활동가를 기대하는 분들(예를 들면 우리 아빠)께는 맘에 차지 않는 대답이겠지만 어쩔  없다. 이게 나인걸. 근사한 이유가 아니지만 솔직하게 대답한다. ‘명확한 계기는 없지만, 언제부터인가 하고 싶었어요’, ‘자연을 물건처럼 다루는 사람들을 보며 화가 났어요’, ‘돈이 생명을 앞서는 것이 이상했어요라고. 이런 마음으로 누군가는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연대와 후원으로 참여한다면, 나는 그저 이것을 직업으로 택했을 뿐이라고.  삶과 시간으로 생명을 지켜내는 것뿐 특별할  없다고 이야기한다.


앞으로도 특별할  없이 활동가로 살아낼  같다. 세상이 자연을 망가뜨리려    앞을 막아서는 사람이고 싶으니까. 누군가는 자연의 목소리를 대신하여 외쳐야 하니까. 스무 살 때부터 이어져온  마음이 여전히  안에 있으니까.  마음이 사그라들 때까지는 환경 운동가로 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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