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카 파다 라자카포타아사나(Eka Pada Rajakapotasana)
유난히 어려워하면서도 잘하고 싶은 자세가 있다. 비둘기 자세다. 비둘기 자세에는 종류가 많은데, 수련 시간에는 주로 반 비둘기 자세인 에카 파다 라자카포타아사나를 한다. 골반이 많이 경직되어 있는지 할 때마다 쉽지 않다. 동작을 마치고 나면 몸 이곳저곳이 너덜너덜해져 어기적어기적 기어가게 된다. 비둘기 자세가 자연스럽게 되는 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 그렇게 비둘기 자세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일상에서 비둘기를 만나면 비둘기 자세를 떠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비둘기를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는 않다. 비둘기가 살고 있는 도시의 환경이 비둘기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해 전 도시의 야생동물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길고양이, 비둘기 등 도시에서 인간과 함께 사는 야생동물에 대한 글이었다. 그 글 속의 비둘기에 대한 부분을 발췌해 소개한다.
아침마다 버스정류장에서 마주치는 비둘기, 좋아하시나요? 비둘기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을 더 많이 본 것 같습니다. 사실 별 관심 없는 사람이 제일 많겠지요. 다음에 비둘기와 마주친다면, 발을 자세히 보아주세요. 발가락이 하나 없거나 반쯤 남아있는 비둘기가 많을 거예요. 도시에 가득한 보도블록에 끼이고, 사람들 발에 밟혀 발가락이 하나 둘 잘려나간 흔적입니다. 우리는 비둘기의 삶에 크게 관심이 없지만, 사실 비둘기는 도시의 커다란 사람들 속에서 작은 몸을 지탱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어요. ‘야생동물’하면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영상들과 먼 산, 바다가 떠오르지만 사실 우리는 도시에서도 이런 비둘기와 같이 수없이 많은 야생동물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과 연민은 주로 개나 고양이에게만 집중되지만요.
2018년, 본인 작성 / 소속된 환경단체 홈페이지에 업로드
2018년도에 쓴 글이지만 지금도 비둘기의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여전히 비둘기는 유해조수다. 더럽다는 이유로, 너무 많다는 이유로, 배설물이 건물을 부식시킨다는 이유로 미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요기가 바라보는 비둘기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상징적 차원에서 보면, 사람들이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믿는 ‘영혼’을 실어 나르는 존재가 바로 비둘기다. 이처럼 비둘기는 인간의 불멸성과 관련이 있다. 비둘기 자세를 통해 요기는 자신이 있어야 하는 곳에 자신이 그저 존재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 상기한다. 이러한 체험은 요기가 현실로 돌아와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 요가, 몸으로 신화를 그리다 중
영혼을 실어 나르는 존재가 어쩌다 이렇게 미움을 받게 되었을까. 도시의 비둘기 개체수 급증은 인간의 탓이며 우리는 이미 함께 살고 있으니, 비둘기도 원해서 이곳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헤아려주면 안 될까? 이 도시에서 하루하루 고단하고 절박한 존재가 인간 말고도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연민과 혐오 사이, 그들과 도시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할 수 있으면 좋겠다.
(*2018년에 본인이 쓴 글 발췌)
참고 : 경향신문 애니캔스피크 ①비둘기 “도시의 삶, 우리가 선택한 것은 아니었어요” 2021.05.14.
이미지 출처 : pexels.com - Elina Fairytale, Ashithosh 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