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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애넷맘 Feb 01. 2024

미라클 없는 모닝   

일어났지만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새벽 5시가 지나면 알람 없이도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7년째 새벽 출근을 하는 남편 덕분에 생긴 버릇이다. 남들은 미라클 모닝이다 뭐다해서 일부러 기를 쓰고 새벽에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독서를 하고 글을 쓰고 강의를 듣고 운동을 한다던데 나는 굳이 애쓰지 않아도 잠에서 깨는 것이다.


하지만 기적을 일으킨다는 미라클 모닝과는 거리가 먼 새벽을 보내고 있다. 수년째 일찍 기상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뒹굴뒹굴, 이불속에서 꼼지락 거리며 아침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당연히 주로 휴대폰을 들고 누워있다. 옆으로 누웠다가 반대로 누웠다가 똑바로 눕기를 되풀이할 뿐 휴대폰은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남편은 나의 노안이 다 그놈의 휴대폰 때문이라며 제발 폰 사용시간을 제한하라고 당부하지만  내가 십 년째 아이들에게 "TV 볼 때 더 뒤로 가라"라고 잔소리하는 것처럼 한 귀로 흘려듣는 것 같다.


아침부터 휴대폰으로 할 일이 너무 많다. 일어나면 우선 문자 앱을 먼저 열어 밤새 들어온 문자가 있는지 확인한다. 종종 시차 때문에 해외에 있는 지인들이 연락을 할 뿐 문자가 아예 오지 않은 날이 훨씬 많은데도 매일 그렇게 궁금하다. 그다음은 구글 포토 앱을 열고 검색창에 오늘 날짜를 검색해 과거의 사진들을 쭉 훑어본다. 3년 전 큰 아들을 하늘로 보낸 후 생긴 루틴인데 매일 아침 유일하게 아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이라 나에겐 매우 소중하다. 그리고는 이메일 확인을 한다. 미국에서 거의 십 년간 온라인 사업을 운영할 때 주문을 이메일로 확인했던 터라 습관처럼 자주 이메일을 확인한다. 이젠 주문서 들어오는 그런 짜릿한 설렘은 없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글을 쓰는 채널인 블로그와 브런치스토리도 확인한다. 종종 독자들이 남겨주는 댓글과 쪽지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여유가 있을 때는 바로 답을 남기기도 한다. 자, 아직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남아있다. 내가 올린 포스팅에 댓글도 확인하고 메시지함도 확인하고 지인을 비롯해 가상세계의 인연들 소식도 살핀다. 소통의 창구가 이렇게 많다니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다. 그래도 아이들이 일어날 때까지 시간이 더 남았다면 뉴스도 읽고 숏츠 영상도 본다.  


원래 미라클 모닝은 미국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작가인 할 엘로드가 2012년에 쓴 책에서 시작되었는데 그는 아침을 보내는 습관을 통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나처럼 단순히 일찍 일어나는 것은 별 소용이 없고 아침 일찍 일어난 후 계획한 일을 실행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 아침에 눈을 떠서 허겁지겁 출근 준비를 하고 쫓기듯 집을 나서는 것이 아니라 출근 시간 6분 전에 일어나 독서, 운동, 명상, 감사일기 등 1분씩 시간을 쪼개어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시간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미라클 모닝이 유행하기 전에는 "아침형 인간"이라는 말이 유행하며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와 같이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인 것처럼 몰아가기도 했었다. 그런데 국내에서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미라클 모닝에 뛰어든 것은 최근 2-3년으로 이제는 미라클 모닝을 함께 실천하는 그룹도 쉽게 찾을 수 있고 돈을 내고 미라클 모닝 챌린지에 참여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미라클 모닝이라 하면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되기 한두 시간 전인 이른 아침, 독서나 운동 등 자기 계발의 시간을 생활 습관으로 행하는 것이다. 하루 24시간 중 새벽시간으로 특정한 것은 이 시간이 나의 생업이나 가사의 의무에서 벗어나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기 최적의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때 주의할 것은 일찍 기상한다고 단순히 수면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수면시간을 지켜야 하는데 한마디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는 소리다. 평소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내게는 일어났으면 진짜 일어나서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란 소리쯤 되겠다. 알지만 새벽은 조용한 것이 좋다. 아무도 깨우지 않고 나만 조용히 있다가 식구들이 제 발로 내게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게 좋다.


오늘 나는 평소보다도 일찍 눈이 떠져서 새벽 4시에 기상했다. 남편은 어둠 속에서 환한 휴대폰을 코앞에 두고 누워있는 내 모습이 영락없는 달걀귀신 같단다. 그래도 그렇게 누워서 남편이 출근하는 뒷모습도 지켜보고 아이들이 하나씩 일어나서 내 침대에 모여드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나름 나의 소중하고 특별한 순간이다. 특히 아침마다 내 이불속으로 파고들던 아이가 한 명 줄어든 이후로 부쩍 더 그렇다. 밤새 아이들 휴대폰 충전을 내 방에서 하다 보니 싫으나 좋으나 일어나면 무조건 내방으로 오게 되어 있다. ㅋㅋ


그렇게 미라클은 없어도 나의 아침은 시작된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그리움을 삭이고, 하루 일과와 해야 할 일들, 내 마음과 생각을 정리하고 세상과 소통하고 하루를 살아낼 용기를 다잡는 나의 귀하고 소중한 아침이다. 오늘도 준비 완료! 자 이제 일어나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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