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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애넷맘 Feb 13. 2024

제 운명은 뭐죠?

영화 포레스트 검프


영화 제목: 포레스트 검프

장르: 드라마, 로맨스, 코미디, 시대극

원작: 윈스턴 F. 그룸 Jr. - 소설 《포레스트 검프》

출연: 톰 행크스, 로빈 라이트, 게리 시니스 

개봉: 1994년 7월 6일


1994년 나는 미국살이 2년 차로 미국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햄버거, 콜라로 볼살이 통통하게 차오르고 있었다. 학교에 다녀오면 전화기를 붙잡고 누워 친구들과 잡담을 즐겼고 나는 언제쯤 남들처럼 남자친구가 생기려나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보내고 있었다. 그해 6월 미식축구 선수 O.J 심슨의 아내 니콜 심슨이 살해되었고 일주일 후에 용의자 O.J 심슨을 쫓는 도주극이 공중파 방송국을 통해 생중계되었는데 도주극은 NBA 파이널 중계를 중단시켰고 역시 학교 수업 중에 중계를 지켜봤었다. 그리고 유난히 더웠던 그해 7월 8일, 김일성이 8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영원히 죽지 않을 것만 같았던 독재자의 죽음은 여고생이었던 나에게도 꽤나 충격적이었다. 




같은 해 7월에 개봉한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어느 버스 정류장에 앉아있던 포레스트 검프가 그 옆에 앉아 있던 한 여성에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정류장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은 계속 바뀌지만 그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다리가 불편한 아이큐 75의 포레스트 검프는 자식을 위해 헌신적이고 강인한 어머니의 보살핌 아래 바보와 정상인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성장한다. 사회적 편견과 괴롭힘 속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첫사랑 제니를 만나고 본인이 누구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재능도 발견하며 순수하고 선한 마음으로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간다. 


늘 달리는 삶을 살아가던 차에 우연하게도 세계사에 기록될 역사적 사건마다 등장하고 그의 순하고 선한 마음은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는 끝까지 해내는 끈기와 집념으로 운동선수, 사업가로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그저 묵묵히 하고 싶을 것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항상 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그는 어떤 문제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임했다. 그럴 때마다 그의 인생은 수월하게 흘러갔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고 따랐으며 많은 문제들이 자연스레 해결되었다. 




영화 속에는 주옥같은 명대사들도 많이 등장하는데 내가 손꼽는 장면은 사랑하는 어머니의 임종 장면이다. 

"왜 죽어가세요?"

"때가 된 것뿐이야. 절대 두려워하지 마라. 죽음도 인생의 일부란다.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운명이지. 네 엄마가 된 것도 나도 모르는 운명이었어. 난 최선을 다했다. 넌 네 운명을 잘 개척했어. 신이 주신 능력으로 최선을 다해야 해."

"제 운명은 뭐죠?"

"그건 네가 알아내야 해. 인생이란 한 상자의 초콜릿 같단다. 뭐가 걸릴지 아무도 모르거든."


포레스트 검프는 개봉 이후 제6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관왕에 올랐으며 흥행적으로도 대단한 성공을 이뤘고 원작 소설도 베스트셀러로 기록되었다. 2007년 미국 영화 연구소 AFI 100대 영화 선정 76위로 올랐고 영화의 완성도가 높고 미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도 재치 있게 보여주는 호불호가 없는 무난한 영화로 거론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나의 부모님께서 비디오가게를 운영하셨고 대학에서 영화 전공을 한 터라 영화만큼은 정말 그 누구보다 많이 봤다고 자신하지만 이상하게도 누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를 물으면 제일 먼저 "포레스트 검프"가 떠오른다. 이 영화가 가장 잘 만들어진 영화여서도,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여서도 아니고 내 인생을 바꿔놓은 영화여서도 아니다. 그저 풋풋한 첫사랑 같은 느낌이랄까? 가장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영화여서 그런 것 같다. 그전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보던 무료한 여고생에게 난생처음으로 "제 운명은 뭐죠?"하고 강한 울림을 주었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손꼽는 영화로 남았다. 


우연이 가득한 삶에서 운명을 마주하며 성숙해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삶이 지치거나 무기력할 때 든든한 위로를 주는 영화로 추천할만하다. 나만의 응답하라 1994를 떠올리며 나의 추억의 영화인 포레스트 검프를 조만간 한번 더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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