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단테 Apr 09. 2023

해야 하는 일 하고 삽니다.

적당히 짧은 생각



한 부부의 주말

어제 아침은 남성이 밥을 차렸기에 오늘 아침에는 여성이 일어나자 밥을 하려 쌀을 씻었다.  여성이 쌀을 씻고 밥솥에 불에 올려놓고 소리가 들리면 일어나야지 하고 잠깐 누웠다. 그런데 여성이 깊이 잠들어버렸다. 이때, 남성이 일어나서 이 상황을 확인했다. 남성은 두말하지 않고 짜증도 부리지 않고 밥솥에 불을 줄이고 아침 계란 프라이를 만들고 밥상을 차렸다.  밥을 차리고 한 30분이 지난 후에 여성을 깨워 함께 밥을 먹었다. 그리고 별일 없는 하루를 잘 보냈다.


만약 남성이 자신이 어제 했던 할 일만 생각하고 짜증을 내고 여성을 깨웠다면 어떤 하루가 벌어졌을까. 주말에 함께 보내는 휴식은 아마 엉망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란 내게 주어진 약속된 일을 하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상황을 생각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함께 즐거울 수 있을지까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당장의 편함을 생각했다면 짜증만 밀려왔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함께 휴식하는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선택을 했을 것이다. 기껏해야 10분~20분 가벼운 식사를 차려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나는 오늘 밀려있었던 그림들을 그리고 책을 읽고 운동을 하며 내가 계획했던 일들을 마무리했다. 계획을 했기에 해야 하는 일이었을까? 아니, 나는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인 그림을 그렸고 더 나은 문장을 발견하고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책을 읽었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운동을 했다. 모든 해야 하는 일에는 적당한 이유가 있다. 때로는 하기 싫고 때로는 너무 지겹지만 그 적당한 이유들이 내 삶이 행동하도록 도와준다.


가끔은 적당한 이유들이 반대의 작용을 하기도 한다. 책을 읽어야 하는데 너무 쉬고 싶어서 잠을 선택했다던지, 운동을 해야 하는데 너무 맛있는 음식과 술이 나를 유혹하여 먹는 것을 선택했다던지 말이다. 그런 반대의 작용이 발생할 때는 내 의지의 약함을 탓하며 괴로워하지 말자. '아~ 오늘 낮잠은 정말 꿀잠이었지', '오늘 먹었던 파스타는 정말 환상적이었어' 이런 적당한 이유를 또 찾아보자. 행복했다면 나름 좋은 하루 아니었겠는가.


해야 하는 일은 이렇게 계획하고 상황에 맞춰서 하는 것 아닐까. 계획에는 이유가 있고 상황에는 판단들이 있다. 오늘 하루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못했더라도 혹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상황에 맞게 흘러가지 못해 다른 판단들을 했더라도 오늘 하루를 잘 보냈다면 나름 괜찮은 것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누가 옳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