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자의 대처법 5
넷플릭스의 회사 문화를 소개하는 컬처덱이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많은 회사들이 청렴, 소통, 존중, 탁월함 등을 회사 로비에 세워두지만 회사의 진짜 가치는 그럴듯한 구호가 아닌 누가 승진받고, 구원받고, 해고되는 지라고 한다. 생각해 보면 그럴듯한 말들로 우리는 나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요즘은 말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통해서 나의 뛰어난 몸관리, 재미, 부유한 환경을 보여주기 위해 더더욱 많은 시간들을 할애한다. 그렇다면 보여주기 위한 내가 아닌 나 자신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내 진정한 가치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내 업무를 사랑하고 술을 사랑... 했었다. 그런데 이 사랑이라는 게 단순히 따뜻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내 사랑은 다양한 과정들을 거치면서 때로는 실패했고 때로는 오만했으며 때로는 의존했다. 생각해 보면 사이클이 있는 것 같다. 모두가 동의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위기 -> 혁신 -> 발전 -> 오만 -> 무관심 -> 의존심 -> 위기
어느 날 아무렇지도 않게 찾아온 사랑은 마음을 설레게 하고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또는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든다. 그렇게 찾아왔던 너무나 소중한 순간들이 시간이 흘러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게 되고 오만한 거짓말들을 하다 보면 관계에 위기가 다시 찾아온다. 우리는 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서로를 돕고 솔직한 요구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사랑은 관계와 함께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흘러가게 되어 버린다.
발전된 상황에서 익숙함은 언제나 위기 상황을 잊게 만든다. 내 옆자리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느끼고 오만해진다면 옆사람이 내 이기적인 행동들에도 언제나 있을 것이라며 상대방에 대한 무관심을 서서히 키워간다. 상황을 단순히 유지하고 나빠지지 않게 하려는 태도는 의존심을 키워나가게 된다. 그리고 당연하게 내 곁에 있을 것이라는 의존심은 결국 위기의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다.
사랑뿐만이 아니라 나의 많은 것들이 이런 사이클로 돌아가고 있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태어난 순간부터 겪는 모든 사이클일지도 모르겠다. 위기의 순간을 거쳐 막 태어난 아이는 걷지도 못하고 말도 못 하지만 부모의 도움으로 발전한다. 그 발전을 토대로 조금씩 그 사랑이 진부하고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러다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어떤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그것을 깨닫고 해결하기 전까지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찾아온다.
위기는 작은 사건을 통해 짧은 사이클을 돌기도 하고 쌓이고 쌓여 긴 시간을 통해 돌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관계에서도 사이클 앞뒤에 찾아오는 위기는 어쩔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많이 한다. 깨져버린 사랑이 존재하는 만큼 잘 이루어져 마지막까지 유지되는 사랑도 있는 걸 보면 분명 이 사이클 자체가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