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자의 대처법 4
어렸을 때 착하게 살아야 한다. 솔직하게 살아야 한다. 여러 가지 살아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게 어느 정도까지를 말하는지는 배우지 못했다. 어렸을 때는 착한 게 좋은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착한 게 어떤 사람에게는 관계를 끊고 싶은 조건이기도 했다. 솔직한 게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관계에서 너무 솔직하면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했다.
무엇 하나 부족함 없는 완벽한 솔직함, 선함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떤 사람에게는 30% 정도 솔직해야 했고 어떤 사람에게는 70% 정도 선함을 보여야 했다. 내 마음속에 진실 보다 거울 속에 진실이 더 중요한 순간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 속에서 나는 방황하고 이렇게 삶의 방향이 흘러가는 것이 맞는 것일까 아직도 의문점을 던지는 순간들이 많다.
전라도에서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해안가에서 즐겨 먹던 음식 중에 하나가 홍어이다. 홍어는 물고기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적당하게 발효하여 먹는 음식을 주로 말한다. 이 발효과정을 우리는 삭힌다고 표현을 하는데 삭힘의 과정은 부패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발효를 하여 특정한 쏘는 맛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그 쏘는 맛을 즐기는 사람들은 삭힐수록 좋아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삭힘을 적게 한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쏘는 맛을 너무 좋아해서 많이 삭힌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홍어 삭힘의 적정선이라는 것은 내 입맛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적정선은 많이 먹어보고 많이 느껴봐야 알 수 있다. 애초에 입맛에 맞지 않으면 홍어라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이지만 삭힘의 정도를 알고 싶다면 다양한 홍어를 먹어봐야 하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무인양품"의 고객상담실에 대한 정의는 남다르다. 고객의 쓴소리를 듣는 곳이 고객상담실이 아니라 그들이 판매하는 제품이 고객에게 본질적으로 유용한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곳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제품에 대한 가격, 품질, 디자인등을 성실하게 수행하기 위해 내린 정의였다. 제품에 대한 솔직함과 성실함이 없었다면 이와 같은 정의를 쉽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무인양품은 세계적인 제품으로 가기 위한 적정선을 잘 찾은 듯하다.
솔직함도 선함도 적정선을 찾기 위해서는 부지런하고 성실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많이 부딪혀 보고 많이 느끼고 그것들을 정리해 나가다 보면 내가 취해야 할 태도의 적정선을 찾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홍어의 적당한 삭힘도 내가 좋아하는 제품을 찾는 일도 어느 정도는 부지런해야 찾을 수 있듯이 관계에서의 솔직함도 착함도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감정의 솔직함, 선함이라는 것은 경험을 통해서 상처를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일까? 노력이라는 중압감을 가지고 스스로에 대한 감각을 단련하는 것만이 방법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노력이라는 것이 쉴세 없고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적정한 기준이라는 것은 백점 만점의 완벽함도 존재하지 않고 답을 맞혀보기 위한 해답집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종종 사색에 잠겨 있다 문득 고민하고 있던 문제의 적정선을 찾곤 한다. 스스로에게 상처 입히지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찾은 적정은 나를 안도하게 한다. 나의 솔직함의 적정선, 나의 선함의 적정선을 찾는 시간이 당신에게도 평안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