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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시켜드릴 순 있는데 오늘은 아닌것 같아요

이혼전문변호사, 이혼을 만류하는 순간

최근의 한 상담자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변호사님, 저는 남편의 강한 사투리, 큰목소리, 화가나면 쌍욕을 하는 다혈질의 성격, 밥먹고 퍼 자는 모습 전부다 싫어요. 그래서 이혼을 하고 싶어요. 요즘 남편이랑 냉전이라 말을 거의 안하니 평화롭고 조용해서 좋으네요. 근데 어제 남편이 갑자기 저한테 내일 등산을 가자고해서 제가 여기 상담을 와야해서 안간다고 했거든요. 저 이혼할 수있을까요?"라고 찾아오셨습니다.


결혼한지 10년정도 됐고, 자녀도 있는 평범한 젊은 부부였는데, 아내는 남편의 모든것이 너무 싫고 정이떨어져 하는 느낌이었거든요.

남편의 화내는 목소리를 녹음해 온것을 같이 들어보니 남편이 화내면 정말 무섭고, 가까이 하기 싫겠다 싶긴했어요.

그런데 남편은 원래 목소리가 크고 지방사람이어서 사투리가 센 면이 있고, 전반적인 대화패턴에 세련되지 못하고, 대화를 주고 받는 것을 잘 하지 못하는 스타일인것 같았어요. 그리고 10여년동안 한 중소기업을 성실히 다니면서 급여를 아내에게 갖다주고, 그것으로 자녀들을 키우면서 사는 성실한 가장이기도하고, 아무리 냉랭해도 집에 꼬박꼬박오고, 술도 거의 안마시고, 친구도 잘 안만나고 가족만 사랑하는 약간 집돌이였어요.


그래서 제가 조심스럽게 상담자에게 이렇게 조언드렸어요.

"단편적인 증거들로 판단되는 이혼소송은 지금의 자료들로도 진행가능해요. 사실 이혼을 진행하는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오늘 이혼소제기를 급히 하셔야 할 사건은 아닌것 같아요. 일단 남편이랑 등산도 해보시고, 지금 내가 너무 힘든거 편지든, 카톡으로든 자세히 써서 전달해 보신다음에 그래도 너무 개선이 안되고 힘들다 싶으면 그때 다시 뵐께요."라고 말씀드렸어요.


이혼상담을 많이 하다보니 대단한 이혼사유가 없는것 같지만 이 부부는 다시 못살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부부가 있고, 큰소리내며 싸우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는것 같은 부부에 대한 느낌들이 있습니다. 

제 느낌이 항상 맞는것은 아니지만, 애정이 남아있는 부부였는데 섣부른 소제기로 이혼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 이혼으로 비화되는 슬픈 사태가 발생하는것은 정말 원치 않기에 이혼소제기에는 항상 신중한 편입니다. 


이 부부는 남편의 등산제안만 보아도, 그리고 상담 내도록 "남편이 조금만 바뀌면 좋겠어요"라는 아내의 토로를 보아도, 둘의 핀트가 좀 안맞을 뿐이지 이혼까지는 아직 아니다 라는 느낌이었어요.


물론 이분이 몇달 후 저를 다시 찾아오거나, 또는 이혼을 빨리 시켜주겠다는 다른변호사를 찾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이혼의 때는 아닌 많은 갈등부부들이 어떤방법으로든 돌파구를 찾아 이혼을 한번더 신중하게 고민해 보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혼소제기와 이혼은 쉽지만, 그것을 물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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