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1화
결혼 전, 이런 것을 체크해야 이혼고민 덜 할 수 있다
"변호사님, 저는 남편이랑 연애를 고등학교 때부터 했으니, 벌써 16년을 사귀었네요. 그런데, 지금 3년도 못살고 이렇게 안 맞아서 헤어지는 게 참 그렇긴 한데 남편이랑은 정말 정말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아요”
수많은 분과 상담을 진행해보면 연애 기간이 길수록 이혼을 덜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말은, 오래 연애를 해도 이혼을 쉽게 결정하는 부부가 있고, 정말 만난 지 단 3개월 또는 한달 만에 결혼을 해도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이 없다면서 행복하게 사는 부부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나랑 맞는 사람일까, 그것을 안다면 그 누구도 이혼하지 않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혼을 고민하는 당사자들의 상담을 수년간 반복해온 경험에 따르면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일 중요한 기능을 하는 ‘돈’에 대한 가치관인 “경제관”이 맞아야 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막상 연애 단계에서는 이 중요한 포인트를 간과하게 된다는 것이 문제다.
연애할 때는 나에게 넉넉하게 돈 잘 쓰고, 적당히 허세를 부리며 멋진 소비(?)를 하는 사람에게 쉽게 끌리기 마련이다. 오히려 음식점을 가거나 물건을 살때 포인트 할인이나 적립 등에 신경 쓰는 알뜰한 모습이 약간은 찌질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짧은 연애 기간을 지나 긴 결혼 기간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는 나의 본래 가치관과 비슷한 경제관을 가진 상대를 배우자로 선택해야 후회가 없다.
『아내는 24세에 대학 졸업 후 30세에 남편과 결혼하기 전까지 대기업에 다니며 착실하게 급여를 모았고, 친정 부모님에게도 경제적인 지원을 해드리곤 했다. 아내는 워낙 알뜰하고 야무진 성격이라 결혼 당시 2억 원가량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반면 남편은 대학 휴학과 군 복무 등으로 29세가 되어서야 대학을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하여 번 돈으로 6개월 정도 유럽 여행을 다녀왔고, 개인사업을 하려다 여의치 않아, 중소기업에 취직해서 1년 정도 지난 32세에 결혼을 했다. 아내는 자신과 달리 자유분방하고 도전적인 성향의 남편에게 끌려서 결혼을 결심했고, 둘은 결혼 초 아내가 번 돈으로 작은 전셋집을 얻어 혼인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아내는 남편의 규모 없는 씀씀이가 못마땅해서 자꾸 잔소리하게 되었고, 급기야 남편은 "나는 예전에 유럽에서 배워온 이탈리아 음식 기술로 이탈리아 식당을 열겠다"라고 고집을 부렸다. 결국, 남편은 아내의 신용대출을 일으켜 1억 정도의 자금을 마련하여 이탈리아 식당을 열었으나, 경영을 제대로 배워본 적 없고, 씀씀이가 큰 남편의 성향상 식당이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아 계속 적자가 쌓여만 갔다. 둘은 돈 문제로 계속 다투다가 결국 별거를 시작하고 이혼을 고민하게 되었다』
『인테리어 일을 하는 남편은 프리랜서로 알뜰살뜰 일해서 돈을 모아 결혼 전부터 지방에 빌라 2채를 보유하고, 예금도 1억 정도 가지고 있었다. 아내는 맛집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친구도 많고 유행하는 물건은 꼭 사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며, 언제나 남에게 밥을 사주는 것을 좋아해서 결혼 전에 직장생활을 꾸준히 하긴 했지만 모은 돈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했고, 결혼 후 아내는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낳고 육아를 전담하게 되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매달 생활비 카드를 사용하도록 하고, 현금은 필요할 때 얘기하면 주겠다"라고 했고, 아내는 그렇게 일일이 보고하고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 너무 불편했다. 그리고 아내가 카드로 결제할 때마다 남편에게 알림 문자가 가서, 남편으로부터 감시받는 느낌이 드는 것도 너무 숨이 막혔다. 결국, 아내는 남편에게 “나에게 경제권을 달라. 내가 돈 관리를 하겠다”라고 했고, 남편은 “너의 씀씀이를 보았을 때 절대로 우린 돈을 모을 수 없다. 내가 관리하고, 너는 필요한 만큼 나에게 받아서 쓰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두 사람은 돈 문제로 잦은 다툼을 하게 되었고, 언성이 높아지다가 급기야 이혼 절차까지 밟게 되었다.』
위 부부들처럼 경제적인 문제로 헤어지는 부부가 전체 이혼 부부의 절반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소위 말하는 성격 차이라는 것도 깊이 파고들다 보면 결국 경제적인 문제와 연관된 경우가 상당히 많다.
‘나는 절약하는데 상대방이 많이 소비하는 것이 불만이다' 라거나, ‘나는 꼭 필요한데 사용하는 것인데 나의 소비를 일일이 참견하고 지적하는 것이 너무 큰 불만이다’라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부부들을 보면 ‘차라리 같이 펑펑 쓰거나, 둘 다 알뜰한 부부였으면 이렇게 서로 미워하고 힘들지 않았을 텐데’라는 안타까움과 함께, ‘저 사실을 왜 결혼 전에는 몰랐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혼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들에게 내가 “결혼 전에는 상대방이 그런 사람인 것 모르셨어요?”라고 물으면, 열 명 중 과반수가 “그냥, 그때는 연애하는 과정이라 저랑 다른 면이 좋아 보였어요”라는 답하곤 한다. 그런데 정말 돈 문제만큼은 서로가 다른 것이 매력일 수 없다. 현실을 상항 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혼인 생활을 할 때 이혼을 염두에 두고 사는 사람은 없겠지만, 사실 이혼하게 된다면 부부간의 경제적인 관념의 차이는 이혼 시 재산분할에서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이 글의 뒷부분쯤에서 이야기될 “이혼 시 재산분할”은 이혼하는 시점의 아내와 남편의 재산을 재산형성에 관한 기여도 비율로 나누는 것인데 혼인 기간에 한쪽이 아등바등 아끼고 모은 재산을 이혼하면서 둘의 노력에 비례하게 정확히 나누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실은 두 사람이 노력한 것이 크게 반영되지 않고, 대강 비슷하게 혼인 기간의 장단에 따라 “적당히” 나눠 갖는 판결을 받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이혼 시 재산분할은 재산형성에 관한 기여도를 대강의 혼인 관계 전반에 대해 듣고 판단하기 때문에, 열심히 아끼고 산 사람은 다소 억울할 수 있고, 자유롭게 소비한 사람은 생각보다 많은 재산분할을 나눠 받는 결과를 직면한다.
그래서 상담하고, 이혼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위 사례에서 설명한 부부들처럼 경제 관념이 극명히 다른 부부들은 재산 분할제도 자체에 대해서 상당한 이의를 제기하며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이 나눠주어야 하느냐? 그럴 줄 알았으면 편하게 쓰고 아끼지 말 걸 그랬다. 돈 펑펑 쓴 사람만 이익 아니냐”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 말이 다 맞지는 않지만 전부 틀리지도 않는다. 재산분할은 “대강” 이루어 지기 때문에 자기 명의로 재산이 많은 사람 또는 재산 상실을 막으려고 열심히 애쓴 사람이 억울한 면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 같은 경우도 남편과 정말 사소한 문제들로 빈번히(?) 싸우는데, 최소한 돈 문제로는 싸우지 않는다. 다른 것은 몰라도 최소한 둘의 경제 관념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인 것 같다. 돈 문제로만 안 싸워도 부부싸움이 50% 이상 줄어들지 않을까?
'다름'이 매력일 수 있지만,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평생을 두고 함께 할 배우자를 찾는다면 반드시 나와 '경제 관념이 비슷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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