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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티아 May 08. 2023

냥이별로 돌아간 너

변명과 위로의 그림

얼마 전,무지개 다리를 건넌 아이:  D141

생각을 바로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타입의 인간이 바로 나다.


구축 아파트 단지인 우리 아파트 지하에는 길냥이들이 산다. 일층 베란다 밑으로 지하 창문이 있고, 그 창문 앞은 바로 화단이어서, 냥이들은 그곳으로 들고나며, 때로는 볕 잘 드는 화단에 누워 오수를 즐기곤 한다. 꾸준히 물과 사료를 공급해 주시는 분이 계셔서, 이곳 길냥이들의 삶은 비교적 평화로워 보인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평화와는 달리. 길 위의 삶이 다 그렇듯이 이들의 삶에도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터이다.

 나는  그들의 세상에서 지나가는 행인 역할을 맡고 있다.  

그 행인은 어느 날, 강아지 산책을 나가다가  멀리서 바라보는 어떤 눈빛을 느끼고, 그곳을  쳐다보게 된다. 리싸이클 수집하는 장소 근처에서 몸이 안 좋은 듯한 냥이가 잔뜩 두려움에 움츠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노려보고 있음을 발견한다. 망고가 으르렁 거려 가까이 가볼 수도 없었지만, 지나가는 행인은 그날도 일부러 그 아일 외면하고 지나가야만 했다. 가슴에는 무거운 돌멩이 하나를 추가하고서.


멀리서 보기에도 몸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그 후 그 아인 어떻게 되었을까. 집에 돌아와서도 그 눈빛이 사라지지 않았다.


마음속으로만 걱정하는 극소심형 동물애호가인 나는 그날의 그 눈빛을 품고 살아간다. 열심히 구조활동을 하는 분들의 별그램을 팔로우하면서 좋아요만 누르는 방관자적 사색가로서의 자세를 취하면서.

간혹 약간의 간식비 내지는 병원비를 기부하는 것으로 그 유죄의식을 상쇄해보고자 한다. 물론 그것으로 맘이 홀가분해지는 건 아니지만.

그러던 중, 위 그림 속 아이가 냥이별로 돌아갔음을 알게 되었다.

등에 상처를 잔뜩 입은 채, 발견된 아이였다. 외상 이외에도 전반적인 몸상태가 안 좋았다. 구조하신 분의 애틋한 치료와 돌봄으로 호전되는 듯했으나, 4월 30일 그 고단한 생을 마감했다.

그분의 슬픔에 빠진 글이 너무 애절하게 다가왔다.  


냥이별에서 행복하게 있을 너를 그려보고 싶었다. 고통에 늘 회색빛이었을 네 머릿속을 쨍하고 밝은 색으로 채워주고 싶었다.

이 그림으로 널 구조하고 돌봐준 집사님이 작은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오늘 밤엔 집사님 꿈속에 예쁜 얼굴로 나타나 주어라.

 안녕.


행동가이지는 못하지만, 이렇게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 *미안해. 그날의 날 바라보던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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