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럴드형제 Aug 05. 2020

전직 기자 출신이 미용 제품 회사에 다니는 이유

전직 기자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에세이 18


요즘 이런저런 사건 사고로 기사를 접할 때면 언론사에서 기자로 살던 때가 생각나곤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낮밤 없이 취재가 될 때까지 현장에서 버티는 이른바 ‘뻗치기’를 하고 있을 동기들과 선·후배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안쓰럽기도 하다가 마감을 끝내고 삼삼오오 모여 ‘석양 반주’를 마시던 추억을 되새기면서 흐뭇해지기도 한다.          


어쨌든 나는 이제 더 이상 기자가 아니다. 나는 현재 전국 미용실에만 들어가는 헤어 프로페셔널 브랜드 회사에 다닌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기자로서 살아온 세월이 더 길기 때문에 일종의 직업병이나 습관 같은 게 남아있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이 내가 미용제품 회사에 다니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자는 취재를 하고 그 취재를 기초로 기사를 작성하여 보도하는 사람이다. 취재는 대부분 취재원을 통해 이뤄지며, 소문과 정황에 머물지 않는 진짜 팩트와 정보는 결국 현장에서 나온다. 따라서 기자는 현장의 목소리가 중요할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도 소문과 팩트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이같은 이유로 생기는 습관이 ‘의심’과 ‘질문’이다. 언론사로 쏟아지는 수많은 제보를 모두 사실로 믿는다면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단 하루도 살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사건 사고 제보가 많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기자는 취재에 있어서 이것이 과연 사실인지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그 사실을 추적하기 위해 수없이 ‘질문’할 수박에 없다. 오보를 막기 위해서도,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도 그렇다.   

  


‘국정농단’ 등 범국민적 사건이 언론사를 통해 알려졌듯 기사 하나의 파급력은 엄청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여부는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나는 현재 우리 회사에 입사한 뒤에도 분야는 다르지만 여전히 끊임없이 ‘의심’하고 수없이 ‘질문’한다. 예컨대 신제품이 출시되기 전까지 과연 이 제형과 이 향이 최선일지, 또 다른 방법은 없을지에 대해 의심하고, 상급자와 미용사 출신 직원들에게 이 제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아이디어는 없을지를 수없이 질문한다.

     

기자로서의 의심과 질문이 결국 명쾌한 사실과 좋은 정보에 이르도록 이끌어준다는 것을 경험해 봤기에 명쾌한 제품과 좋은 브랜드에 이르려면 마찬가지로 의심과 질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방법이 옳다면 나는 미용사들 역시 합리적인 의심과 열정적인 질문이 자신의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예를 들어, 주어진 정보와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서부터 ‘의심’은 시작되기 때문에 염색·펌 등 시술에 있어서 무작정 수동적인 수용만 하는 것이 아닌 능동적인 의심으로써 자신만의 레시피나 시술 노하우를 찾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선배나 동료 미용사들에게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수없이 질문하는 습관은 몇 년 뒤 남들보다 더 전문적이고 유능한 미용사로 성장시켜주는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질문이란 새로운 정보를 얻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격언처럼, 모르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알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잘못이다.    



필자 또한 우리 회사를 위해 더 많은 의심과 더 많은 질문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 브랜드가 나아가야할 길과 미용업계와의 상생, 좋은 제품, 현재와 미래 모두에 도움이 되는 마케팅, 더 높은 인지도, 신뢰를 기반으로 한 영업력 등 과연 지금이 최선인지를 의심하고, 더 나은 최선을 찾기 위해 질문하고 있다.      


안주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성일 수 있지만 성장하고 싶은 것도 사람의 또 다른 본성이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결국 그 본성끼리 맞붙었을 때 어느 본성이 더 강하냐에 싸움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필자도 이미 다 성장한 사람이 아닌 앞으로 더 많이 성장해야 하는 사람이지만 미용업계, 미용사들도 같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주제넘게 이런 글을 써봤다.         


필자에게 ‘의심’과 ‘질문’은 나쁜 습관보다는 좋은 습관에 더 가까웠고, 이 글을 읽고 있을 누군가에게도 그 습관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고 기쁠 것 같다. 앞으로도 ‘미용인을 가장 존중하는 브랜드’라는 슬로건에 걸맞은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의심하고 더 많이 질문하는 사람이 되기로 다짐해 본다.      


좋은 기자는 본질적으로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기사를 쓴다. 좋은 미용제품 브랜드도 사람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 제품을 만든다. 각기 분야는 많이 다르지만 ‘아름다움’이라는 주제 아래 나아가려는 길은 같다고 믿는다. 전직 기자 출신이 미용 제품 회사에 다니는 이유다. 

작가의 이전글 미용사에게 로드 자전거를 추천하는 두 가지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