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기자의 슬프지만 아름다운 에세이 25
결론부터 말하자면 있다. 미용사들은 분명 ‘곤조’(=고집·성깔)가 있다. 필자와 회사에서 같이 근무하는 미용사 출신들부터 입접 교육 등 필드에서 만나는 미용사들까지 모두 하나 같이 ‘곤조’가 있었다. 그러자 문득 왜 이런 공통점이 있는지 궁금했다.
가장 큰 이유는 ‘자기 기술에 대한 자부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용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고생했던 시간들을 포함해 필드에서 갈고 닦으면서 자신만의 업무 노하우가 쌓일수록 그 자부심은 더 커져갔을 것이다.
이를테면 손을 통해 매스, 바늘, 핀셋 등을 섬세하게 다뤄야하는 외과의사가 수술 경험이 늘어날수록 자신감과 실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처럼 손을 통해 가위, 솔, 롯드 등을 섬세하게 다뤄야하는 미용사들 역시 시술 경험이 늘어날수록 자신감과 실력은 높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곤조’가 새로운 배움을 거부하는 쪽으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신과 아집은 다르기 때문이다. 필자가 만나본 성공한 미용사들은 ‘곤조’만 있지 않았고 더 많이 배우려고 하는 ‘도전의식’도 같이 있었다.
말하자면 미용사들의 ‘곤조’는 양날의 검일 수도 있다.
잘 사용하면 자신의 일에 대한 긍지와 지치지 않는 에너지로 작용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고집불통, 독불장군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방법만이 옳다는 독단적 사고는 누구에게나 위험하다. 더 발전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에 그렇다.
미용사들의 ‘곤조’가 그저 우기기 위한 수단이 아닌, 부족한 것을 채우고 자랑스러운 것을 더 자랑스럽게 하는 기폭제로 활용될 수 있다면 필자는 미용사라는 직업이야 말로 자긍심을 크게 느낄 수 있는 직업이라고 확신한다.
미용은 자신의 실력이 곧 성과로 직결되는 직업인 이유에서다.
외과의사가 손으로 생명을 살린다면, 미용사는 손으로 아름다움을 살린다. 그래서 자기 기술에 대한 ‘곤조’가 있기 마련이다. 또 자기가 겪어온 미용의 길에 대한 애환이 있기 마련이다. 필자는 그 두 가지를 존중한다. 그러나 그 ‘곤조’가 자신을 퇴보시키는 ‘후진 고집’이 아닌 진보시키는 ‘멋진 고집’이 되길 희망한다.
인간은 (이미 완성 된 것이 아닌)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한 말이다. 명언이라고 믿는다. 우리의 ‘곤조’가 완성형이 아닌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 된다면 더 많은 성장과 더 커다란 성공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필자와 미용사 모두에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