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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현 작가 Jun 04. 2023

학교생활 잘하는 아이는 부모의 말이 다릅니다

#수용하는말 #용기있게가르치는말 #기다리는말 #말보다행동


연우 어머님 안녕하세요.
오늘 상담 가능하실까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생각하며 무탈한 날들을 보내던 어느 날, 아이의 담임 선생님께 상담요청 연락을 받았다. 상담 시간이 다가올수록 가슴이 벌렁거리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온갖 상상을 했다. 상담을 진행하며 담임선생님께서는 아이의 수업시간 모습, 친구와 생활하는 모습을 말씀하시며 가정에서도 지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 아이 옆 자리에 앉아 하나하나 짚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전부터 보여왔던 아이의 행동은 생각보다 쉽게 변하지 않았고, 할 만큼 다 해본 것 같은데 도저히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답답한 마음에 화까지 났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앞으로 집에서도 학교생활 잘하도록 아이와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연락 주셔서 감사드려요." 보이지도 않을 텐데 전화기 너머로 연신 고개를 숙이며 상담을 마치고 나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이랑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수많은 상담을 진행하며 우리 반 아이들의 성장을 도왔던 선생님이 아니라, 한 아이의 부모로 내 아이의 일을 해결해 보려 하자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어디서부터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천천히 그동안 상담을 진행했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긍정적으로 변화한 아이들의 부모님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가 있지만, 결국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부모님의 대화 방법은 한결같았다.



첫째,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하는 말
둘째, 훈육이 필요할 때 놓치지 않고 아이를 용기 있게 가르치는 말
셋째, 아무리 불안하더라도 내색하지 않고 기다리는 말
넷째, 말 보다 더 힘인 센, 행동으로 보여주기



이런 모습은 부모의 '말'에서 드러났다.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처음에 "어떻게 해야 할까요?"를 묻던 부모님께서 "이럴 때 이렇게 이야기를 해 보았더니, 이번에는 잘 받아들이더라고요."말씀하시며 아이와 조금씩 소통해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렇게 대화가 진심으로 통하는 시기에 아이도 조금씩 변화해 나가기 시작했다.


첫째 아이 담임선생님과 상담 후, 가정에서 애쓰고 노력하는 것과 달리 아이의 변화는 더디게만 느껴졌다. 학급에서 아이들의 성장은 눈에 띄게 보이는데 왜 우리 아이의 변화는 더디기만 한 걸까. 비슷한 문제로 첫째 아이 담임선생님과 다시 상담을 나눈 후 여쭈어 보았다. "선생님 가정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교사로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쉬울 수 있는데,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더라고요.
이렇게 엄마가 고민하고 노력하는데, 잘 클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말'이 바뀌는 것이 쉬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한 사람의 생각 체계, 신념이 바뀌어야 바뀌는 것이 '말'이다. 어떤 '말'을 그냥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부모의 '말'에 아이를 위하는 진심이 담겨 있어야 아이의 마음을 울리고, 결국 아이는 성장했다.

위기는 항상 기회였다.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에 따라 성장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학교생활을 '잘'한다는 것도 이런 의미다. 학교 생활을 하며 겪는 공부의 어려움, 친구와의 갈등을 해결해 나가며 성장하는 것이 학교 생활을 '잘' 해나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모의 말'이 아이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



" 어머님, 연우가 집중력이 부족해도 창의력은 100점이에요! "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를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대화를 나누었다. 쉽지 않은 대화였지만 훈육이 필요한 때에 놓치지 않고 가르치는 용기가 필요했다. 매일 아침, 아이와 정한 구호를 외친다. 

"연우야, 무언가 하고 싶을 때 생각해 봐야 하는 말이 뭐였지?"

"해도 되나?"

"딩동댕! 오늘도 머릿속에 '해도 되나?' 꼭꼭 기억하는 하루 보내! 행복한 하루 보내고!"

"응! 엄마도~"

아이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엄마도!' 맞다. 나부터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하기 전에 '해도 되나?' 한번 즈음 더 생각하고 말하리라 다짐한다. 수용하는 말,  가르치는 말, 기다리는 말 이런 '말' 보다 가장 힘이 센 건 어쩌면 내가 아이에게 보여주는 모습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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