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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1일 -
칼의 노래 김훈 작가님이 말씀하셨다.
"글은 지우개로 쓰는 겁니다."
글을 쓰다 보면 알게 된다. 글은 지우면서 쓴다는 걸.
작가는 쌓이는 지우개가루 속에서 뒤적뒤적 글을 찾는다.
글을 쓴다는 건 지우는 것이었다.
사실 제일 글을 못쓰는 사람이 작가다.
글을 쓰고는 못마땅해하고 계속 지우고 자책한다.
어쩌면 작가는 지우고 좌절하기 위해 글을 쓴다.
도공이 가마에서 나온 도자기를 망치로 깨듯
작가는 자신의 글을 지우고 글로 남긴다.
글이 쓰이는 시간까지 기다리는 것.
그것이 작가의 시간이다.
지우다 보면 글이 남는 시간이 온다.
그때까지 작가는 괴로움을 사고 인내를 팔아야 한다.
작가는 반복하는 사람이다.
쓰고 지우고 남는 글을 모아서 엮는 일을 반복한다.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작가는 항상 외롭다.
모든 걸 내가 내 손으로 나만이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한편으로 작가는 멋있다.
오로지 나만이 내 글을 내 시간으로 쓸 수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