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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필시인 Aug 25. 2024

여름에 보는 꿈, 교토국제고 고시엔 우승

/ 고시엔은 "여름에 보는 꿈"이다. / 

  교토 국제고 고시엔 우승의 순간.

2024년 08월 23일 일본의 고시엔 구장은 35도의 날씨로 뜨거웠다.

가장 뜨거운 여름의 정점은 가장 뜨거운 청춘의 정점과 만나 꿈의 무대를 쓰고 있었다.

47,000석의 관람석은 이미 꽉 찼고 복도와 구석자리, 사람이 서 있을 만한 자리는 어디에도 틈이 없었다.

NHK에서 전국에 생중계하고 있는 고시엔 결승전 10회 말 연장전 2대 1의 점수 투아웃.

투수와 타자 사이 18.44미터에는 긴장감이 블랙홀처럼 모여 있었다.

아웃카운터를 하나만 남은 상황에서 좌완투수는 침을 삼키고 자세를 잡고 투구동작에 들어갔다. 

왼손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다리를 들고 배트를 힘껏 휘둘렀다. 

헛스윙 스트라이크 타자 아웃!

교토국제고가 106회 여름 고시엔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하는 순간이었다.

지축을 흔드는 함성과 몰려드는 선수들, 엉엉 우는 선수들과 2,800여 명의 응원단, 고시엔 구장은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하지만 정말 뜨거운 지금은 또 다른 뜨거운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

 

  고시엔은 왕들의 싸움이다.

교토 국제고가 고시엔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72개교가 치르는 지역예선에서 최종우승을 해야 한다.

한 번이라도 지면 고시엔은 끝이다. 

모두 승리해야 한다. 2등도 안 된다. 1등을 해야 한다.

지역대회에서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보통 5연승을 해야 한다. 

승리할 때마다 승리하고 올라온 다른 팀을 또 이기고 승리해야 다음 경기를 치를 수 있다.

이렇게 5연승을 하고 올라온 지역대회 우승자 49개 팀이 다시 모여서 본선을 치르는 것이 고시엔이다.

지역 우승팀만이 참가하는 곳에서 다시 5연승을 해야 우승깃발을 들어 올릴 수 있다.

우승깃발은 우승한 학교에 1년간 보관을 하고 1년 후에 반납을 한다. 

이때 진짜 우승깃발은 반납하고 똑같이 만든 다른 깃발을 받아서 학교에 보관한다.

이런 이유로 고시엔은 고등학생들만의 축제가 아닌 지역의 축제가 된다.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야구팀이 나가서 전국의 지역우승자들과 경기를 통해 싸우는 것이다.

작은 전쟁이 야구를 통해 재현되는 것이다.

그래서 고시엔 본선이 시작되면 각 지역의 주민들이 함께 올라와서 열띤 응원을 펼치고 공영방송 NHK에서는 모든 경기를 생중계한다. 

고시엔 결승전의 시청률은 보통 20%를 넘고 47,000여 석은 만석이 되어 축제의 장이 되는 것이다.


  고시엔의 확률적 접근

일본 고교야구 전국대회를 줄여서 고시엔이라고 부른다. 

고시엔은 일본 고교야구를 상징적으로 부르는 이름으로 일본 효고현에 있는 야구장 이름이다.

일본 프로야구의 한신타이거즈가 이용하는 야구장의 이름인데 이곳에서 봄과 여름에 고교야구 대회가 열린다.

우리가 말하는 고시엔은 여름 고시엔을 말한다.

봄의 고시엔은 실력과 상관없이 초청되는 학교도 있지만 여름 고시엔은 철저한 실력위주의 토너먼트로 진행된다. 

고시엔은 1915년을 시작으로 2018년에 100회 대회를 맞이했고 2024년에 106회 대회를 치르게 되었다.

2021년 기준으로 일본 고교야구팀은 3,890개에 선수는 134,282명이었다.

(참고로 대한민국의 고교야구팀은 대략 80여 개다.)

이중에 49개교가 본선에 진출한다.

대략 위의 통계를 기준으로 하면 한 팀에 평균 35명의 선수가 있고 9명만이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치른다.

양 팀 18명이 경기를 하니까 0.0013% 참의 선수만이 고시엔 결승 경기를 하는 셈이다.

참고로 한국 로또 1등 당첨확률은 대략 0.00000123%이고 벼락 맞을 확률은 0.000357% 정도이다.

내가 일본 고등학교 야구팀에 속해서 고시엔 경기 결승전에 참여할 확률은 0.00075% 정도이다.

여기에서 2 배면 내가 벼락 맞을 확률이 된다.


  여름에 보는 꿈 고시엔.

왜 고시엔은 가슴에 뜨거운 방아쇠를 당길까?

고등학생일 때는 인생에 있어 여드름처럼 폭발하는 청춘의 상징이다. 

그토록 가장 뜨거운 순간을 고시엔이 담고 있다.

가장 뜨거운 청춘의 꿈은 가장 뜨거운 여름을 만나 한순간 타오르고 꺼지는 것이 고시엔이다.

누구는 승리 가고 누구는 좌절하며, 승리할 것 같은 팀은 눈물을 뿌리고 패배할 것 같은 팀은 함성을 지른다.

그래서 청춘의 야구 경기는 드라마가 되고 눈물과 감동을 준다.

승리한 팀도 패배한 팀도 고시엔의 경기가 끝나면 자신의 꽃봉오리를 터뜨린 현장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그라운드의 흙을 작은 자루에 퍼 담는다. 

이 흙을 고향에 가져가서는 작은 유리방에 나누어 담고 자신의 방에 놓고, 주위의 친구와 지인들에게 함께 했던 이 순간을 선물한다.

경기에서 패배한 패자는 승자에게 말한다.

"너의 팀이 우리를 이겼으니 절대 다른 팀에게 지지 마라, 우리를 이긴 너희가 고시엔을 밟아줘."

고시엔을 "여름에 보는 꿈"이라고도 말한다.

꿈과 좌절 근성이 만드는 청춘의 드라마가 되는 것이다.


*


  2024년 08월 23일 106회 여름고시엔의 우승 교토 국제고.

교토국제고는 1947년 교토에 살고 있는 재일교포 자녀를 교육하기 위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민족학교로 개교를 했다. 

어렵게 학교는 유지가 되었고 학생수는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1999년에 야구부라도 있으면 학생들을 유치하기 쉬울까 해서 만든 게 야구부이다. 

말이 야구부이지 동아리 수준이었다.

첫 경기에서 한 선수는 첫 안타를 치고 너무 흥분해서 3루로 뛰었다고 한다. 

처음 참가한 경기에서는 0:34로 패배를 했다.

2004년에 국제학교로 변경이 되면서 다양한 국적의 학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중고등학교를 합친 학생수는 160여 명 정도이고 운동장의 길이는 70미터라서 상당히 좁다. 

좁은 운동장에 세운 회색 기둥에 그물을 쳤고 그물사이에는 구멍이 보였다.

비좁은 운동장으로 인해 타격훈련을 할 수 없어서 수비훈련 위주로 해야 했고 장타연습은 다른 학교의 운동장을 빌려야 겨우 할 수 있었다. 

야구부실은 없고 장비를 보관하는 창고에서 쉬며 에어컨은 당연히 없고 낡은 선풍기 몇 대에 샤워시설도 마땅치 않아 씻기조차 어렵다.

일본의 여름은 고온다습하여 열대지방에서 살던 사람도 힘들어한다.

2007년이 되어서야 고마키씨가 코치로 선임되었고 2008년에  고마키 감독이 되었다.

고마키감독은 전문선수 출신이 아닌 고등학교에서 야구부 활동을 한 은행에 다니던 분으로 은행에 다니면서 틈틈이 교토국제고를 지도해 주던 분으로 은행을 그만두고 이름 없는 학교의 감독이 된 것이다.

고마키 감독은 0:32의 점수를 냈던 경기에서 교토국제고의 상대팀 선수로 뛰었던 인연이 있다.

야구부를 만든 지 22년이 지나고 고마키 감독이 부임한 지 13년이 지나서 고시엔 4강에 올랐다.

고시엔 4강에 오르며 언론의 관심이 있었고 이때 학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야구공이라고 해서 한국의 프로야구단 기아 타이거즈에서 야구공 1,000개를 후원해 주었다고 한다.

야구공이 귀한 거지에서 이제는 고시엔의 왕관을 쓴 왕이 되었다.


  고시엔의 한국어 교가.

2024년 106회 대회 고시엔의 역사상 국제고가 우승한 경우는 처음이었고 우승팀의 교가로 한국어 교가가 나온 건 처음이었다. (고시에 본선에서는 1회에 양쪽 학교의 교가가 나오고 경기가 끝나면 승리한 학교의 교가를 다시 틀어주는 전통이 있다.)

교토국제고의 교가를 들어 보자. (원래 4절까지 있지만 1절만 틀어준다.)

"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저녁 뭄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

여기에서 또 한 번 이슈가 되었던 것은 '동해'라는 표현이다.

동해는 한국에서 말하는 동해이고 일본은 일본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일까 NHK의 자막에서는 한국어의 '동해'를 일본어로 '동쪽의 바다'라고 썼다.

하이만 여러 논란에도 교토국제고 야구부의 학생들은 의연하다.

스포츠는 스포츠이다.



 ( 자잘한 이야기 )

* 고시엔은 봄의 고시엔과 여름의 고시엔으로 나뉜다.

봄의 고시엔은 실력 있는 팀 외에 선발위원회에서 별도로 팀을 초대할 수 있다. 여름의 고시엔은 철저한 실력위주로 경기가 진행된다. 우리가 말하는 고시엔은 여름의 고시엔을 말한다.

* 국제 교토고와 도쿄의 간토다이이치고는 9회 말까지 0:0이었다. 

이번대회부터 승부치기 방식이 채택이 되었는데 선수들이 무리하지 않게 보호하고 승부를 결정짓기 위해서이다. 승부치 기기 시작되면 1루와 2루에 주자가 나간 상태에서 경기가 치러지고 점수를 많이 낸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연장 승부치기에서 2:1로 도쿄국제고가 승리했다.

* 이번 대회부터 야구배트의 소재가 바뀌어서 홈런이 적게 나왔다. 그래서 투수와 수비가 좋은 교토국제고가 우승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 교토국제고의 이번 우승팀 야구부는 60여 명으로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일본학생선수로 구성이 되었다.

* 고시엔 경기가 열리면 참가팀의 이름이 새겨진 야구공을 판매한다. 결승전이 진행될 때면 최종 2 학교의 이름이 새겨진 야구공을 판매하게 된다.

* 교토의 야구팀이 도쿄의 야구팀을 이긴 것은 60여 년만이라서 교토 신문사에서 호외신문을 발행해서 이 소식을 전했다.

* 오타니 선수도 고등학교 때 봄의 고시엔 대회에 출전하여 8이닝 동안 9 실점하고 패배한 경험이 있다. 그만큼 우승과는 별도로 1승을 거두기도 힘든 대회이다.

* 교토국제고는 일본에 있는 재외한국학교이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으며 교장선생님도 국내에서 파견되고 지금은 최근 박경수 교장선생님이었고 지금은 백승환 교장선생님이 계신다.

* 2023년 박경수 교장선생님이 계실 때 한국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체육관을 개보수하고, 인조 잔디를 깔고 LED라이트로 개보수를 학생들이 너무 좋아했다고 한다.

* 학생들이 교가를 한국어로 그대로 사용하는 걸 원했다고 한다. 학생의 대부분은 일본인 학생들이다. 

* 한국어 교가가 고시엔에서 울린 건 여러 해 전이라 지금은 한국어 교가에 대한 논란은 없다고 한다.

이번에 고시엔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게 되었다. 





#교토국제고 #한국어교가 #고시엔 #고시엔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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