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먹자
절대 육식동물인 고양이는 동물의 단백질을 반드시 먹어야 한다. 사람들과 같이 사는 집냥이나 야생에 사능 길냥이들 모두 식물에 있는 영양소를 고양이에게 필요한 영양소로 충분하게 바꾸지 못한다. 고양이는 동물의 조직에 있는 타우린을 포함한 아미노산들, 아라키돈산, 그리고 비타민A과 같은 영양소들에 의존해야 하게 때문이다. 집에 있는 고양이일지라도 가능한 다른 고양이과 동물들이 먹는 것과 같은 음식을 급여해주는 것이 좋다. 바로 습윤도가 높고, 동물성 단백질이 풍부하고 탄수화물이 적은 식이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UC DAVIS 수의과대학에서 고양이의 필요한 식이를 위한 조사를 진행했다. 야생고양이 혹은 길냥이들이 밖에서 먹는 식이를 조사한 것이다. 고양이들은 작은 새나 설치류의 사체들을 먹으면서 지내는데 사체의 영양성분을 분석해보니 아래와 같았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야생고양이가 먹는 식이는 영양소의 교과서라고 불리우는 NRC (National Research Council) 에서 2006년에 출판한 고양이의 일일 권장량 영양소 (지방, 단백질, 필수 지방산)들을 모두 훌쩍 초과한다.
고양이가 비둘기를 사냥하는 동영상이다. 마지막에 결국 성공ㅋㅋ
물, 탈수, 그리고 방광염
고양이는 개들보다 탈수에 대해서 덜 민감하다. 그리고 물에 대한 갈증도 잘 느끼지 않기 때문에 물을 적게 마시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야생 고양이들의 섭식 습관을 보면 물을 소비하는데 먹잇감이 큰 역할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루에 대략 6~10마리의 설치류와 작은 조류를 사냥하고 잡아먹는 고양이들은 주기적으로 먹잇감안에 있는 수분을 섭취함으로써 몸에 수분을 공급한다.
고양이들은 체내에 수분을 보존하기 위해서 소변을 아주 농축할 수 있다. 그러나 농축된 오줌은 방광벽의 염증이나 방광염을 일으키는 미네랄의 농도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 오줌에 생긴 작은 크리스탈들은 결국 요결석을 만든다. 아래 고양이의 요농축 능력을 보면 1.080까지 농축할 수 있는 걸 볼 수 있다.
고양이가 탈수가 되면, 단순히 물을 마심으로써 몸에 수분을 보충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물도 잘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몇가지 연구결과들은 식이에 들어있는 수분을 섭취할 때 몸에 수분이 더 잘 보충된다고 한다. 만약 집에서 살고 있는 실내고양이들에게 수분을 보충해주고 싶다면 단순히 물을 주기보다는 높은 습윤도의 음식을 주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식이성 단백질과 아미노산
고양이는 높은 식이성 단백질 요구량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특정 아미노산을 필요로 한다. 동물조직 섭취할 수 있는 타우린이 하나의 예이다. 야생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설치류와 작은 새들이 가지고 있는 타우린은 대략 0.92 ± 0.33g / 16g N (아미노산 계산할 때 단위로 16g N을 자주 쓴다) 정도가 들어있는 데, 이것 역시 NRC 권고량을 넘기는 권장량이다.
타우린은 고양이의 필수지방산이다. 원래 타우린은 식이로 섭취한 아미노산인 시스테인과 메싸이오닌으로부터 생성되는데 고양이는 타우린을 생성하지 못한다. 심장, 눈, 면역 기능을 위해 필요한 아미노산으로 고기와 내부장기, 특히 심장에 풍부하게 들어있고, 해산물에도 들어있다. 하지만 식물, 우유, 그리고 달걀에는 타우린이 적게 들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양이가 타우린을 섭취하기 위해 반드시 육류 단백질로부터 섭취해야 한다.
또한 고양이는 필수 아미노산 중 하나인 아르기닌 부족으로 인해 큰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야생 고양이들이 먹는 설치류와 작은 새들이 가지고 있는 아르기닌은 5.63 ± 0.46g/16g N인데, 타우린과 마찬가지로 아르기닌 함량 또한 NRC 권장사항보다 많다. 심지어 아르기닌이 없이 몇끼만 식사를 거르게 된다면 고양이는 심각한 고암모니아혈증을 나타낸다. 육식동물은 많은 양의 육류 단백질 식사를 하게 되는데 단백질 섭취량이 많기 때문에 몸에서 질소 생성량이 많아지고, 이 질소들은 요소 사이클을 통해 요소로 배출된다. 아르기닌은 요소 사이클에 필수적인데 만약 아르기닌이 없다면 요소와 암모니아가 분해되지 않고 혈액에 축적되면서 경련이나, 구토, 몸에 힘이 없어지는 운동 실조와 같은 증상을 일으키고 심하면 혼수상태 혹은 죽음에 이르게 된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육류 단백질 식이는 충분한 양의 아르기닌을 가지고 있다.
고유의 비타민과 미네랄
고양이는 아미노산중 하나인 트립토판을 비타민B3인 니아신으로 바꿀 수 없다. 그래서 다른 동물보다 니아신을 더 많이 섭취해야한다. 그리고 베타카로틴을 비타민A인 레티놀로 바꿀 수 없으며 피부에 있는 7-디하이드로콜레스테롤을 비타민D로 바꿀 수 없다. 이 내용은 블로그에 수차례 올린 적이 있다.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당 조절과 탄수화물 대사과정도 독특하다. 보통 포유류는 두가지 방법으로 혈당을 조절한다.
첫번째는 식이로 섭취하는 탄수화물이나 당을 통해서 섭취하는 방법.
두번째는 포도당신생과정 (gluconeogenesis) 라는 과정을 통해서 당을 생산.
후자인 포도당신생과정은 식이로 섭취한 단백질이 분해된 아미노산이 당 (glucose)으로 바뀌면서 일어난다. 이 과정은 하루를 통틀어 계속 일어난다. 건강한 고양이는 포도당신생과정을 통해서 하루내내 일정한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혈당도 일정하게 유지한다. 여기에 추가로 음식을 먹었을 때 혈당이 근소하게 증가한다.
만약 고양이가 고탄수화물식이에 노출된다면 어떤일이 벌어질까?
위에서 야생고양이들이 먹는 식이에 대한 연구를 보면 탄수화물 함량이 2%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날 것이다. 건사료는 탄수화물 함량이 높기로 악명이 높다. 왜냐하면 건사료가 만들어지는 압출 (extrusion) 성형기간동안 그 형태를 유지하려면 탄수화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건사료들은 보통 41%, 최대 60%까지 탄수화물 함량이 높다.
탄수화물은 췌장효소들을 통해 포도당으로 분해된다. 포도당은 간에 있는 간문맥을 통해서 흡수되고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간 안에서는 포도당은 인산화되면서 활성화된 대사 상태의 인산-6-포도당 형태가 된다. 이걸 인산화라고 한다. 인산화에서는 두가지 효소가 필요하다.
글루코키네이스 (glucokinase): 혈당이 높을 때 활성화 됨
헥소키네이즈 (hexokinase) : 혈당이 낮을 때 활성화 됨
고양이의 몸은 글루코키네이즈의 활성도는 최소한의 비율로 유지만 하고, 헥소키네이즈의 활성도는 높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글루코키네이즈가 고양이의 혈당이 높을 때에도 더 높아지거나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나 사람과 비교했을 때 고양이는 높은 양의 혈당을 제대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탄수화물을 섭취한 뒤에 높은 혈당을 가지게 된다.
고양이는 또한 식후주기 (postprandial period)가 8~15시간으로 2~3시간인 사람, 3~6시간인 개보다 훨씬 길다. 고양이가 가지고 있는 생리학적 특징인 당신생과정을 통해서 혈당을 조절한다면 식이성 혈당에 비해서 혈당곡선이 확 솟는 일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고양이가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식이를 먹는다면
위에서 말했듯, 고양이의 간은 높은혈당을 대사적인 활성상태의 포도당 (gluocose-6-phosphate) 형태로 바꾸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고양이가 건사료를 먹은 뒤에는 혈당이 높은 상태로 유지되어 있다. 잡식동물에 비해서 높은 혈당을 오랜시간 유지하는 것이다. 육식동물은 이런 갑작스러운 혈당증가에 몸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며 오랜기간동안 지속되는 고혈당에 취약하다.
높은 혈당으로 발생하는 고양이 비만은 아주 흔한일이 되었다. 비만과 관련된 만성적인 고혈당은 결국 생리학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의 연쇄반응인 셈이다. 고혈당은 췌장에 있는 인슐린에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췌장은 혈당과의 싸움에서 패배하게 되고, 조직에 있는 인슐린에 반응하는 수용기들을 무감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높은 혈당 때문에 췌장에서 인슐린은 더욱 많이 생산되어 결국에는 고인슐린혈증이 발생한다. 혈중에 높은 인슐린 농도는 비정상적인 지방의 축적과 비만 그리고 끊임없는 배고픔을 일으킨다. 악순환은 계속되고 탄수화물 중독은 멈출 줄 모르게 된다. 비만 + 카바홀릭 (Carbaholic: 제일 아래에 용어에 대한 정의 설명) 고양이는 지속적으로 부적절한 고탄수화물 식이에 노출됨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갑자기 기존에 먹는 사료를 ‘고단백질’, ‘저탄수화물’사료로 바꾸기는 힘들다. 고양이들도 처음에는 사료의 변화를 거부할 것이다. 췌장은 인슐린을 과생산하는 데 익숙해져 있고, 이미 인슐린에 저항성을 가지고 있는 조직들은 더 많은 탄수화물을 달라고 비명을 지를 것이다. 고양이가 배고픔을 느끼면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을것이다. 그리고 이런 나쁜 기분에서 평소에 익숙하지 않던 식이를 먹으려고 할까?? 야생고양이를 예로 들었지만 실제로 실내에서 사는 집냥이들의 삶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우리는 반드시 그들이 생리를 이해해야 한다. 고양이들의 영양학적인 요구는 특별하고 고양잉에 대한 복지는 상식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고습윤도, 고동물성단백질, 저탄수화물 식이는 고양이의 평생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임에 틀림없다.
개인적으로 미래의 고양이 식이에 대한 추세도 이 글에서 언급했던 방향으로 변할 것이라 믿는다.
* Carbabolic
(Carbohydrate + holic) 합성어로 탄수화물 중독을 의미한다. 카바홀릭 고양이는 바삭한 건사료의 질감과, 동물용 소화 향미제(palatants)에 맛에 익숙해진 고양이들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고양이들의 식이를 바꿔주고 싶다면 천천히 바꿔 주어야 한다. 처음에는 신선한 음식이나 분쇄육을 조금씩 건사료위에 놓아주고 점차적으로 탄수화물이 높은 건사료를 줄여주면서 신선한 음식의 비율을 높혀준다.
아래는 반려동물 사료에 들어가는 향미제들이다.
이 때 고양이 몸의 대사과정이 바뀌면서 혈당이 평소보다는 조금 내려가겠지만 곧 정상적으로 돌아올 것이다. 탄수화물이 적게 공급되는 만큼 인슐린을 인식하는 수용기들이 더 민감해짐과 동시에 세포에 에너지도 더 잘 전달될 것이다. 고양이의 식탐은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더 건강해질 것이다. 고양이가 기분이 좋으면 평소에도 더 활동적으로 바뀌며 체중도 정상적으로 돌아올 것이다.
제가 구독해서 보는 잡지 중 IVC (Innovative veterinary care)에서 나온 기사입니다. 기본적인 고양이 식이에 대한 글이 올라왔는데 가볍게 읽기 좋은 것 같아서 번역 및 약간의 설명을 덧 붙여 올립니다. 특히 고양이 2형 당뇨와 탄수화물에 대해 이해하기 좋은 설명입니다.
출처
IVC journal V101 Winter 2019 +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