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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화 Feb 14. 2022

2021년을 보내며...

2021.12.31 연말이면 늘 쓰는 한 해 정리

2021년이 다 지나갔다. 올해는 나에게 어떤 해였는지 묻는 질문을 보고 인스타를 뒤졌다. 잘 먹고 잘 노는 것만 올리는 인스타이지만, 대부분 클라이머들만 보고, 클라이머들만 좋아하는, 클라이밍 포스트 말고는 없었다. 올해는 페북도 많이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회사를 다니게 되면서 이래저래 보는 눈이 의식되어 솔직한 심정을 담은 글을 거의 쓰지도, 올리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흘려버린 경험이, 일상이, 감정이 많았던 듯하다. 


사실 올해는 2년을 기다려 들어간 해운대의 새 집에서 폼 나게 살아볼 생각이었다. 내 취향대로 꾸민 나만의 공간에서 매일 창밖의 산을 보며 일어나고, 아침마다 달맞이고개를 산책하고, 원하면 언제든 바다 뷰 카페에서 작업하며, 만들 것이라 약속했던 게임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정에 없이 늦게 다시 시작한 서울살이에 새집은 한 달 밖에 못 있어보고, 서울의 25년 된 빌라에 월세로 입주하게 됐다. 그 집은 결국 한 달밖에 살아보지 못한 채 빼야 했다.


굳이 서울 생활을, 회사 생활을 하지는 않았어도 됐다. 어차피 처음 한동안은 테스트 기간이었고, 그 이후 그만둬도 그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난 한번 더 계속해보기로 했다. 그 선택이 새로운 환경에서의 도전인지,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작업하기 어려워 안전한 길을 택하는 것인지 헷갈렸다. 인생에서 선택지에 놓이면 더 어려운 길을 택하라고 어디서 주워 들었는데, 무엇이 더 어려운 선택지인지 헷갈렸다. 이삿짐을 트럭에 가득 담아 서울로 가며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것인지, 이 순간을 두고두고 후회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속이 쓰렸다. 그저 여기까지 오기 위해 포기했던 것들을 아깝지 않게 하기 위해 조금만 더 해보자는 생각으로 서울 생활을 버텼다.


그렇게 추울 때 와서 다시 추울 때가 됐다. 한 해 동안 이런저런 좋은 일, 싫은 일이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한 번쯤 해볼 만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유저들에게 좋은 소리 싫은 소리 들어가며 게임의 큰 업데이트를 나름 성공적으로 마쳤고, 그 도중에 함께 고생한 동료들을 얻었다. 뒤늦게 들어간 클라이밍 소모임에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나름 꾸준히 운동한 덕분에 빨강 클라이머가 됐다. 낙원상가에서 대학시절처럼 기타를 사고, 한강공원에서 홀로 버스킹 아닌 버스킹 같은 것도 해봤다.


아직도 종종 부산에서의 집과 그곳에서 가능했을 삶이 생각난다. 지금보다 훨씬 자유로웠겠지만 아마 많이 불안하고 한편으로는 지루했을 것이다. 그 속에서 꾸준히 뭔가를 만들어갔다면 그 또한 무엇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값진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 오지 않았으면 못했을 일들,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려고 하고, 내년엔 그런 일들이 더 많았으면 한다. 그때 서울 안 갔으면 어쩔 뻔했어? 누구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쩔 뻔했어? 그런 일이 내년에는 더 많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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