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열심히 했는데, 왜 인정해주지 않을까요?”
마음에 불덩이를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불덩이 때문에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자꾸만 자책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떠오른다고 말합니다.
이야기를 듣다가,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잠잘 수 있는 방법 하나 알려드릴게요…. 몸이 피곤하면, 잠도 잘 와요.
부질없는 걱정들이 밤을 붙들고 있는 겁니다. “
“걱정은 밤이 아니라, 아침에 함께 하는 거예요.”
“몸을 피곤하게 해 보세요.”
이직을 결심했던 6년 전, 깊은 불안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잘할 수 있을까?” “새로운 환경에서 버틸 수 있을까?”
“내가 가진 건 충분한가?”
그 질문들에 답을 찾지 못한 채, 남은 한 달 동안 도서관에 매일 출근하듯 나갔습니다.
자격증을 하나 따고, 교보문고에서 책을 10권쯤 사 모아 수험생처럼 공부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건 불안을 잠시 눌러두기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공부를 하면 덜 불안한 것 같았습니다.
‘나는 준비하고 있어’라는 감각이 , 그 시기 제게는 유일한 방어기제였습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그때 읽었던 책들은 지금의 업무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고,
자격증은 이력서에 한 줄 남았을 뿐이었습니다.
불안을 없애려 하기보다, 그저 몸 안에서 흘려보내는 시간.
심장이 뛰고, 숨이 가빠지고,
생각이 끊기고, 오직 내 몸에 집중하게 되는 그 시간들이
저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걱정과 불안은 머리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흘려보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배운 순간이었습니다.
러닝과 등산을 꾸준히 이어간 지 2년쯤 되는 해,
2023년 건강검진에서 처음으로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수면은 깊어졌고, 숨은 길어졌으며, 마음은 훨씬 단단해졌습니다.
그때 확신했습니다.
"체력이 실력이다."
단단한 체력이 있어야 불안도, 성장도 오래 감당할 수 있다는 걸…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불안을 더 많은 일로 덮으려는 패턴은 남아 있습니다.
완벽하게 바뀐 건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 달라진 건 있습니다.
회복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불안과 성장을 어떻게 균형 잡아야 하는지 감각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체력이라는 기반이 있었습니다.
지식도, 전략도,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걸 지탱해 줄 몸이 없으면,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됩니다.
모든 불안을 제거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안에서 나를 지키며 함께 걷는 법을 배울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함께 멀리 가는 길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직장인들의 불안은, 일을 그만둘 때까지 멈추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단단한 몸은, 그 불안을 끌고 함께 걸어갈 수 있게 해주는 꽤 괜찮은 도구입니다.
지식은 방향을 주지만, 끝까지 그 방향으로 걷게 해주는 건 체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