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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출발이 늦어도, 가장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언제 시작했느냐’보다 ‘어떻게 지속했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by 최우형

25년 전, 외국계회사에서의 저의 첫출발은 대전지사였습니다.

당시에는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큰 제약인지,

그리고 그 제약이 얼마나 보이지 않게 작동하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꿈에 그리던 회사의 구성원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든 것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출장을 자주 다니며 서울 팀의 프로젝트도 지원했지만, 협업의 중심이 아닌 이유로 자연스럽게 좋은 기회에서 밀려났습니다.

심지어 어느 평가 시즌에는 이런 말까지 들었습니다.

“아직 나이도 어리고, 결혼도 안 했잖아. 이번에는 양보 좀 해.”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넘을 수 없는 벽이 분명 존재했습니다.


출발이 늦어도 괜찮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제 커리어의 ‘슬로 스타터’ 시절이었습니다.

첫 프로모션까지 무려 5년… 당시에는 점점 늦어지는 것 같아 초조했고, 늘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이게 최선일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니, 그 5년 동안 제가 쌓은 것은 실력보다 단단한 내구성이었습니다.

‘왜 나는 이 자리에 있는가’를 계속해서 질문했고,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은 내려놓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힘이 생겼습니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언젠가 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리더분들이 제 노력을 주의 깊게 바라봐 주셨습니다.

그 당시 SE Director는 저에게 더 큰 무대를 내어주셨고, 저는 서울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2~3년마다 빠르게 프로모션을 거듭했고,

결국 IC로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레벨까지 빠르게 오를 수 있었습니다.

느리게 시작했지만, 가장 멀리까지 갈 수 있었던 이유는,

처음이 느렸다고 끝도 그럴 거라는 법은 없다는 믿음 덕분이었습니다.


커리어는 100m가 아니라, 마라톤입니다.


요즘도 1on1을 하다 보면,

“이미 다들 앞서 있고, 나는 한참 뒤처졌어요…”라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기다림과 지속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출발이 늦어도, 지속 가능하다면 결국 가장 멀리 갈 수 있고,

커리어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나만의 리듬으로 완주하는 마라톤입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결국 승자입니다.


기회가 늦게 오는 것도, 환경이 불리한 것도 처음에는 억울하고 속상합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버티며 성장한 사람은 결국 기회가 왔을 때 가장 잘 준비된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가 지금까지 얻은 커리어의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진실이었습니다.

“출발이 느리다고, 가장 멀리 도달하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커리어는 ‘언제 시작했느냐’보다 ‘어떻게 지속했느냐’가 훨씬 중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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