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견고하게 쌓아 올린 모래성

부서지기 쉬운

by 오뚝이


바닷가 해변에 모래성 하나가 있다.

견고하게 쌓아 올린 모래성.

그러나 모래성은 아무리 견고하게 쌓아도 거센 파도 한 번이면 무너져 내린다.


(출처: pinterest)



“학교를 그만두던지 아니면 휴학을 하는 게 나을까요?”


“많이 힘들 때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이 좋아요. “


끄덕끄덕.


“엄마는 제가 힘들다고 하면 외면해요. 아예 아무 대꾸도 안 해요.”


“유진님의 어머니는 공감보다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어 하는 분이잖아요. 어머니는 아마 힘들어하고 있는 유진님에게 어떠한 도움도 줄 수 없기 때문에 그에 대해 자책을 하고 계실 확률이 높아요. 그게 회피로 발현되는 것이죠. 그리고 유진님이 힘들다고 말하지 않아도 어머니가 그걸 알아주기를 기대하지는 마세요. 힘들면 왜 힘든지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설명을 해야 유진님의 어머니는 납득을 하실 거예요. “


“그런데 저는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할 힘이 없어요…”


“물론 그건 유진님이 어머니에게 말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을 때, 그때 해도 충분해요. 지금은 우선 유진님이 건강해지는 게 먼저예요.”


끄덕끄덕.


“요즘 많이 좋아진 거 같아요. 이제는 더 이상 죽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정말 다행이네요. 그건 사실 약 때문이라기보다 애초에 유진님 안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유진님은 충분히 강한 사람이에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약을 먹고 상담이 거듭될수록 익사 직전의 나는 점점 물 위로 떠올라서 숨을 쉴 수 있었다. 나의 첫 정신과 의사는 내 생명의 은인이다. 언젠가 꼭 그녀를 찾아가서 합격 소식을 전하리라 생각했다. 영원히 그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당시에는 전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지만…



6월, 8월, 그리고 10월 모의고사는 전국적으로 치러지고 변호사시험과 동일한 시간표로 진행된다. 내가 다닌 로스쿨은 이 세 번의 시험 점수의 평균을 내서 졸업여부를 결정했다. 졸업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은 변호사시험을 볼 수 없었으므로 졸업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내 숨통을 조여왔다.


(출처: pinterest)



결과적으로 졸업시험은 가까스로 통과했다.

그러나 첫 변호사시험에는 낙방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3학년 내내 나는 변호사시험 공부에 전력을 다하는 대신 나 자신을 죽이지 않기 위해 내 모든 에너지를 썼으니까.



그렇게 또 한 번 모래성을 쌓았다. 졸업시험 통과라는 모래성. 다음은 변호사시험 합격이라는 모래성을 쌓을 차례였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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