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다
매일 죽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사실은 살고 싶었다. 그것도 아주 잘 살고 싶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정말 잘하고 싶은데 실력이 오르지 않는 것에 대한 좌절감 때문이었다. 너무 잘하고 싶은데 그게 좌절된다고 죽어버리고 싶다니… 극단으로만 치닫는 생각들. 이성은 마비된 지 오래였다. 이러다 정말 내가 나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밀려왔다. 그래서 내 발로 정신과를 찾아갔다.
태어나서 처음 가본 정신과.
사람이 많았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양유진 님, 진료실로 들어가세요.”
긴장되는 마음을 안고 천천히 진료실로 들어갔다.
“양유진 님, 어서 오세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화장끼 없는 여성 의사였다. 굉장히 열심히 일하는 사람 같다는 인상을 줬다. 진료실 분위기는 아늑했다.
의사를 보자마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한번 터진 울음은 멈출 줄을 몰랐다. 그냥 꺼이꺼이 울었다.
“선생님… 제가… 너무 죽고 싶어요…”
의사는 침착하게 나의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려줬다.
간단한 검사가 시작됐다. 머리에 뇌파를 측정하는 선들을 붙인 후 모니터에 나오는 질문들을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문장 완성 검사도 하였다. 검사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양유진 님. 일단 지금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바로 약물 치료를 해야 할 거 같아요. 이틀 치 약 드릴게요. 이틀 후에 검사 결과 들으러 오세요.”
나는 오히려 안도했다. 내 상태가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좋지 않다니. 그렇다면 약을 먹고 치료를 받으면 내가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니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이틀 후 다시 찾은 병원.
“양유진 님, 여기 보시면 스트레스, 우울, 불안 지수가 70점이에요. 이 정도면 당장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어요. 공부에 집중이 잘 안 됐을 거 같은데… 공부하느라 바쁠 테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올 수 있겠어요?”
“네… 선생님…”
두 번째 진료에서도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펑펑 울다가 나왔다. 눈물이 왜 났을까? 드디어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이었을까? 그동안 쌓인 울분의 표출이었을까? 알 수 없지만 눈물을 쏟고 난 후에는 마음이 후련했다. 그동안 살면서 힘들다고 울어본 적은 없는 거 같은데 그때 삼킨 울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 같다. 차라리 그때그때 울어버렸으면 속이 시원했을까. 언제부터인지 나는 울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나의 나약함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온 것이다. 그래야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니까.
병원을 다니기 시작한 이후로 내 삶의 유일한 낙은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내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