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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하 Apr 07. 2023

플레이어의 시대가 온다

모두가 플레이어(1)

불과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역사와 전통, 규모를 자랑하는 제조, 유통, 금융 등 안정적 산업, 기업에서 오래오래 근무하는 것이 우리 일반적인 직장인들의 바람이었다. 외환위기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시 잘나가던 사업이 한 순간에 몰락하거나, 반대로 혜성처럼 등장한 IT, 스타트업이 전체 산업 트렌드를 변화시키는 선도기업이 되는 일은 그리 흔치 않았다. 모두가 선호하는 대규모의 조직에서 더 빨리, 오래 근무한 리더와 선배들의 존재력은 막강했다. 오랜 기간 반복되고 발전해온 프로세스는 더 이상 손댈 곳이 없는 것처럼 보이거나, 반대로 전체에 미치는 영향, 히스토리에 인해 무엇인가를 바꾸려고 하는 시도나 목소리는 조용히 그 힘을 잃어버리고는 했다. 기존 리더와 선배의 경험과 지식, 평가(이로 인한 레퍼런스)는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개인의 직장 내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인 직장인들은 나의 리더, 선배와 보다 가까워지기 위해, 혹은 호감을 얻기 위해 실제 업무와는 별개로 심지어 개인 영역까지 많은 교류를 개인적인 영역보다 중요시했다. 경조사는 기본이고 퇴근 후 술자리, 복사 심부름과 같은 소소한 심부름까지도 말이다. 분명 과거 팔로워십은 관계에 특히 집중했다. 


그러다 조용히 그리고 은밀하게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 변화에 중심에는 무선 인터넷, 모바일 기술 발전이 존재한다. 이들 기술은 기존 산업 구조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편리함은 실제 제품, 서비스를 만났을 때 발휘하는 기쁨을 가뿐히 넘어섰다. 상상하는 대부분의 소비, 여가 행위가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가지고 있는 휴대폰을 통해 이루어졌다. 여기에 최근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라는 펜데믹 상황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 시켰다. 그렇게 이제 더 이상 변화의 속도를 기업이 예상하고, 따라가기가 힘든 VUCA 시대가 도래한다. 이제 누구도 앞으로 5년 아니 당장 1년 뒤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이다. 항상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 니즈는 더욱더 세분화되었고, 매스 미디어는 몰락했다. 기업은 이제 덩치가 큰 조직보다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조직이 생존에 보다 유리한 구조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변화 흐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평생 직장과 직무가 사라졌다. 어제까지는 분명 우리 회사의 핵심인재였던 사람, 리더도 당장 오늘부터는 필요가 없어질 수 있다. 폐쇄적이었던 기업 정보. 즉, 근무환경, 복리후생, 처우, 문화, 일하는 방식을 과거처럼 지인 찬스 없이 관련 관련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확인해 볼 수 있다. 과거처럼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한 사람보다, 다채로운 경험을 가진 사람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관계의 힘이 그 힘을 잃어가는 동안, 상대적으로 업무 성과에 대한 가치는 더욱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존의 ‘팔로워’에 대한 수요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쉽게 말해 업무 역량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나, 갑작스러운 연장 근무 요청이나 상사의 잔소리에도 티내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구성원에 대한 니즈보다 예측불가능하고,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시대에서 현재 나와 우리 팀의 성과에 당장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재.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고, 시키지 않아도 받는 연봉보다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주도적 구성원을 더욱 원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플레이어’이다. 신입사원이든, 어제 갓 들어온 경력사원이든 3개월, 6개월 뒤가 아니라 출근한 바로 그 시점부터 성과를 만들어 내는 이들. 스스로 필요한 업무를 계획하고, 필요한 사람을 스스로 찾아 관계를 맺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도움을 받거나, 성과를 창출하는데 활용하는 능한 요즘 일잘러. 플레이어는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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