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플레이어(3)
플레이어는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경기장 속에서 활약한다.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남보다 못한 리더와 함께하는 특별한 순간을 경험할 때가 있다. 국내 유명 회사에 재직 중인 리더 A는 과거 입찰 비즈니스 업무에서 견적 담당업무를 수행했었다. 당시 해당 업무는 많은 것들을 담당자가 판단하고, 실제 행동(비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촉박했다고 한다. 결과에 대한 리스크는 큰데, 행동에 대한 리더의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구조이다. 어느 날처럼 정신없이 일하고 있었던 A, 너무 긴급했던 나머지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으로 입찰을 하는 대형 실수를 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의 시간은 다른 사람들의 10배 아니 100배로 느리게 흘러갔다. 오만가지 걱정과 영겁과 같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어느 누구도 실무자인 A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리더 역시 무조건 담당자 책임으로 몰아갔다. 다행히 제시할 수 있는 가격 레인지 범위를 훨씬 벗어나는 경쟁업체가 있음이 확인되었고, 그제야 A는 무거운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A는 지금도 이야기한다. 당시 리더나 동료 중 단 한 명이라도 누군가 괜찮아 괜찮아해 줬다면. 만약 실수를 감싸주고 격려해 주는 리더가 있었다면! 유명 컨설팅 회사에 재직 중인 B. 그녀는 이전 회사의 리더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어느 날 공식 회의 석상에서 "머리털을 뽑아버리겠다"는 폭언을 들은 그녀는 이후 업무뿐만 아니라 회사생활에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 아무리 메시, 호날두도 감독이 사소한 패스 하나에도 육두문자를 구사한다면 어찌 경기에 집중할 수 있으랴? 이와 같은 상사의 비인격적 감독과 무시, 공격성 발언은 주도성이 무기인 플레이어에게는 마치 사약과 같은 존재이다. 플레이어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능동성이다. 이들은 시켜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에게는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펼치고, 설사 사소한 실수를 하더라도 비판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즉, 심리적 안전감은 플레이어가 숨 쉴 수 있는 공기와 같다.
생각해 보자. 다음 중 더 조급한 사람은 누구일까? 돈을 빌려준 사람일까 아니면 돈을 갚아야 되는 사람일까. 이 난제의 정답은 주변 지인들에게 실제 일상에서 돈을 빌려준 경험과 빌려본 경험을 물어본다면 손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물론 관련 경험이 모두 최근에 있으셨다면 더 크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해당 질문에 대한 대부분의 답변은 한결같다. 우선 내가 돈을 빌려준 것보다 돈을 빌렸던 경험을 기억하는 일에 월등히 긴 시간을 요한다. 사람은 누구나 불확실한 손해, 리스크에 대해 높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와 같은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장기 기억에 저장된다. 더욱 재미있는 문제는 당연히 받아야 될 빌려준 돈을 다시 달라고 말하는 행위에도 우리가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이와 같은 대화는 다음과 같은 형태로 시작된다. “미안한데… 혹시 지난번…” 결국 돈을 빌려준 사람이 더 조급한 것이 이상과 대비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당연한 일, 내 일을 하는데 주변의 시선, 눈치, 암묵적인 규범에 얽매이는 것 자체가 문제다. 심리적 안정감은 조직에서 플레이어들에게 제공해야 될 지극히 자연스러운 환경이다.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훌륭한 경기장을 제공해 주고, 이후에 플레이어들이 마음껏 플레이할 수 있도록. 조직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는 플레이어를 원한다면 당연한 일을 미안하다고 이야기하지 않을 수 있는 문화쯤은 반드시 만들어 주어야만 한다. 최고의 플레이어가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비며 관중(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말이다. 그것이 우리가 하고 있는 비즈니스의 본질적인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