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플레이어(5)
“회사생활과 스포츠의 공통점”
우선 기존 팔로워의 모습은 어떠할까. 예전에 많은 선배들은 회사업무를 스포츠에 많이 비유하고는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일하는 모습은 스포츠와 매우 닮아 있다. 우선 팀의 성과에 따라 리그가 나뉜다. 많은 관중들의 관심과 언론의 스팟라이트는 대부분 1부 리그의 메이저 팀에게 쏠린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은 모두가 상위 리그의 좋은 구단에 속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개인의 스펙과 실력을 쌓아 올린다. 물론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는 선수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보통의 선수들은 친구들과 만나 보내는 여가 시간을 줄이고, 남몰래 훈련하며, 일류 선수들의 동작과 기술을 학습하며 자신의 기량과 역량을 꾸준히 개발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해당 선수의 역량을 누군가 알아봐 주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출전 기회를 부여해 주어야 비로소 시작이다. 그리고 실제 경기에서 실력을 무수히 입증해 내야만 비로소 그토록 바라던 1부 리그에 도달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회사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매 순간이 치열하고,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며 한시도 방심할 수 없고, 때로는 운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좋은 인연, 특히 나를 인정해 줄 수 있는 리더와 동료를 필요로 한다.
“매 순간 전력투구를 한다는 것”
매 공을 던질 때마다 사력을 다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다만 이를 경기 내내 지속할 수 있다면 말이다. 제아무리 20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릴 수 있는 투수라 할지라도, 매 순간마다 전력을 다한다면 채 3이닝을 넘기기가 어려울 것이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최고의 선수라 할지라도 회차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힘이 빠지게 되고, 이는 실투로 이어진다. 그리고 실투는 곧 팀의 승리를 위협하는 리스크가 되어버린다. 사실 야구의 목적은 심플하다. 상대보다 더 많은 득점을 해서 승리하는 것이다. 만약 투수 후보층이 얇은 팀에서 최고의 방패로 불리는 에이스 투수라면 이 본질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렇기에 적절하게 변화구도 던지고, 다양한 구위뿐만 아니라 우리 팀 수비들을 믿고 상대 실책을 유도하면서 적절히 체력을 관리해야 한다. 초반에 아무리 탈삼진을 잡아도, 팀 전체의 승리를 고려하지 못하는 투수는 이류다. 그렇기에 승리투수가 진정으로 값진 타이틀이다. 자신이 아무리 초반에 공을 잘 던져도, 팀이 함께 싸우는 9회전에 점수를 잃어버리면 그 수고는 빛을 잃어버린다.
정말 열심히 하는데도 기존의 팔로워가 대체로 조직에서 그들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거나,
빛을 못 내는 경우가 바로 이런 케이스이다. 열심히도 했고, 분명 잘했는데 그들의 시야는 제한적이었고, 눈앞의 공에만 최선을 다했다. 전체 경기의 흐름과 다른 선수들을 못 본 것이다. 반대로 플레이어는 경기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야와 동료에 대한 믿음, 나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책임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포츠 경기도, 조직에서의 업무도 기본적으로 팀 플레이다.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팀 전술, 동료와의 협동 없이는 결코 경기에서 승리할 수 없다. 간혹 우리가 축구 경기를 보다 보면 빠른 역습과 패스를 요하는 순간에서 쓸데없이 화려한 개인기로 개인기를 뽐내느라 최적의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플레이어는 당장의 앞이 아니라 전체를 본다. 이 작은 차이 하나가 팀의 승리를 만들고, 완전히 다른 성과를 만든다. 당신은 별 볼 일 없는 꼴찌 팀에서 발기술 하나만큼은 자부한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팔로워가 될 텐가, 아니면 팀의 승리를 만드는 결정적인 순간을 제공하는 탁월한 플레이가 될 것인가.
“플레이어의 적절한 균형감”
수행해야 하는 task가 1개라면 상관없겠지만, 세상에 그런 직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 여러 가지의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팔로워에 비해 훌륭한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여기 긴급하지만 쉬운 일과, 아직 납기가 많이 남았지만 내 업무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과제가 있다. 이때 시급한 업무만 하다 정작 중요한 업무를 놓치는 것도 문제이지만, 중요한 업무만 하다가 시급한 업무를 여러 번 놓치게 되는 것도 플레이어에게는 크나큰 스트레스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끊임없이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다. 필자가 목격한 가장 훌륭한 플레이어는 이 납기와 중요도를 잘게 쪼겠다. 그리고 자신의 시간을 이 모두에게 고르게 배분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걸 사람이 어떻게 다 잘해’를 몸소 실천해 보여주었다. 사실 이와 같은 일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시급한 문제는 대부분 찾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수시로 받는 납기에 대한 주변의 압박을 적절히 이겨내고 스스로의 페이스와 성과를 지킬 수 있는 능력, 이 것이 바로 플레이어의 균형감이다.
“단, 책임과 권한 내에서 움직여야 한다”
스포츠에서도, 그리고 우리의 직장에서도 명확한 포지션이 존재한다. 포지션은 곧 해당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책임과 해당 책임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의사결정, 행동의 권한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계속해서 전반전에 실점한 골키퍼가 골을 넣지 못한 공격수를 나무라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 만약 팀에서 주장이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맡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더욱이 그의 행동은 동료뿐만 아니라 코치, 감독, 나아가 팬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역적 행위다. 또한 감독이 선수들의 행동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보다 정확히는 선수의 책임과 권한을 침해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기는 결국 선수들의 발에서 시작되고 끝이 난다. 시키지 않아도 해당 경기와 포지션에서 필요한 행동이었다면 마땅히 손뼉 쳐주고 인정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창의적인 플레이와 주도적인 성과가 창출된다.
그렇기에 훌륭한 플레이어는 때때로 자신의 책임과 권한을 조정하기도 한다. 리더와 동료 혹은 이해관계자와의 협의를 통해 자신이 다룰 수 있는 정보나 업무의 접근 권한을 확대한다거나, 전체 업무 프로세스에 비효율을 초래하는 Task나 역할의 경우 과감히 축소하려는 시도를 한다. 어디까지나 팀의 승리(성과)를 위한 플레이어의 제안은 꽤 성공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당한 요구를 마다할 리더나 동료는 대부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해당 요구가 주변에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플레이어에 대한 기본적인 인정과 신뢰가 형성돼야 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주어진 역할에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은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상호 이해와 인정이 뒷받침된 이후 시점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주장하는 바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