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스테라 Mar 31. 2022

목이 말랐다

목이 말랐다. 바다에서 실컷 수영을 하다가 짠 바닷물을 들이켜서일까. 

a는 생각이 많아지면 줄곧 물로 뛰어들곤 했다. 

너무나 작게 느껴져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여겨지면 풍덩 뛰어들어 팔을 휘젓기라도 해야했다. 다리를 바쁘게 움직이고 호흡을 일정하게 쉬고 팔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손을 물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면 변하는 물의 흐름이 내 존재를 느끼게 해주었다. 


여기 내가 있구나. 나는 멈추면 가라앉는구나. 


물속에서 a는 생각했다. 

다리에 쥐가 날듯 할 때가 되면 a는 해변가로 나와 모래 위에 몸을 뉘였다. 온몸의 수분이 바닷물과 함께 증발하는 기분을 즐겼다.


"너 또 여기에 왔구나?" 해질 때가 되면 노을을 보러 바다에 온다는 짝꿍이 생수병을 건네며 말했다. 

a는 말없이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오늘 선생님이 너한테 모질게 말한거. 그거 신경쓰지마. 넌 잘할거야. " 

a는 확신에 찬 b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나도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네가 어떻게 알아? 


"선생님이라고 항상 옳은 건 아니잖아. 정답은 누구도 몰라. 스스로 찾아야지. 네가 여기에 온 거 보면 넌 너를 잘 아는 사람이야." b는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a는 그제서야 미소를 띄었다. 


해가 스믈스믈 가라앉고 있었다. 둘은 뜨거운 모래 위에 앉아 지는 해를 쳐다봤다. 둘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빈 생수병이 파도에 휩쓸려가 버렸다. 

작가의 이전글 정신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