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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경화 Mar 21. 2024

평위천과 다제스

"점심은 어떻게 할래... 뭐 좀 먹어야 하지 않겠어?" 남편의 전화다.

"아니, 그냥 속을 비우는 게 나을 거 같아. 식사 잘 챙겨 들어요." 대답하니, "혼자만 먹으려니 미안해서 그러지.... " 대답이 돌아온다.  괜찮다, 맛있는 걸로 잘 챙겨 먹어라 하며 피식 웃음이 난다. 

집에서도 혼자 식사를 잘만 했으면서.... 


하품이 계속 난다.  크게 하품을 하고 나면 눈물도 난다. 

하도 눈물을 닦아내서 눈이 부었다. 


체하면 꼭 이러더라.... 

무엇보다 두통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어제는 출근도 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집에서 컴컴한 동굴에 갇힌 것처럼 누워 지냈다. 


강제 금식 이틀 째. 

4시간 간격으로 평위천과 다제스 두 알을 먹는다. 

물 마시기도 두렵다. 





젊어서부터 잘 체했던 것 같다. 

병원에 가면 대부분 "무얼 드셨어요?" 한다. 

그 무엇이 너무나 평범하다.  그냥 단팥빵 한 조각일 때도 있고 생선 한 입일 때도, 물 한 모금일 때도 있다. 이유를 모를 때도 대부분이다. 

좋다는 한의원 다니면서 약도 몇 재씩 먹어보고 위 전문병원에 오래 다녀도 봤지만, 그때뿐이다. 

이 체함은 아플 만큼 아파야 낫는다. 예전에는 하루이틀이면 나았었는데 이젠 사나흘은 고생을 한다. 

길어지는 며칠은 일상이 모두 흐트러 진다.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그 흐트러지는 일상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함의 시간이 싫다, 





"이런 내가 너무 싫어"하며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내 손을 주무르며 남편이 말한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나이 드는 게 그런 거지... 친구처럼 왔구나 하고 편하게 여기자." 




내 기분은 내가 선택해야한다. 

'그래, 오늘은 어제보다 훨씬 괜찮아. 나아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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