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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리로 인생핥기 Jul 01. 2023

도파민이라는 이름의 요괴

중독 시대에서 생존하는 법

우리 아이의 최근 관심사는 요괴입니다.


요괴 대백과, 요괴 배틀 등등 많은 요괴책들에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요괴들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아직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아이가 너무 요괴를 좋아하니 부모로서 걱정도 되고… 어른 입장에서 봐도 징그러운 이 책들을 계속 사주어야 하는가… 아주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우리 아이가 왜 이렇게 요괴를 좋아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는데요.


일단 아이의 취향도 있겠죠. (요괴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은 아예 울면서 쳐다보지도 않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단순 취향이라고 하기엔 하루 종일 요괴책을 붙잡고 그림 그리고…


그러다 문득,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도파민” 과다 분비가 이 문제에 일조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쾌락 중추에서 형성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은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이지만,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여러 문제를 낳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말 큰 문제는 쾌락을 느끼는 뇌의 부분만 활용하다 보면 나머지 뇌의 기능이 퇴화된다는 점인데요,*


혹시 우리 아이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요괴책들 중에서도 점점 더 자극적인 그림만을 찾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칸트(Immanuel Kant, 1724-1804)는 인간의 의지가 두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나는 자연적 경향성, 즉 욕구이고, 다른 하나는 이성적 판단에 따르고자 하는 의지, 즉 선의지입니다. 칸트는 인간의 의지가 욕구를 따른다면, 그러한 의지는 타율적인 의지라고 명합니다. 쉽게 말해, 욕구만을 따르고자 하는 삶은 욕구의 노예가 되는 삶이므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인데요.


칸트의 분류 방식이 따른다면, 쾌락만을 추구하는 인간은 결국 쾌락의 노예로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산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논의에 따른다면, 우리는 도파민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는 것 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도파민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한 방법은 쾌락을 주는 매개체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최소 4주 이상 중단하게 되면 쾌락에만 몰두하던 뇌는 점차 균형을 찾는다고 하더라고요. 중독시대에서 생존하는 법은 결국 “절제”에 있었네요. 진부하다면 진부하지만, 어쩌면 유일한 결론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몇개의 괴물 책을 남기고 지나친 그림이 그려진 요괴 그림책은 치우게 되었습니다. 쾌락이 없는 삶은 지루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지나치다면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지나친 쾌락으로부터 아이를 잘 지켜낼 수 있을지… 아이와 함께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아빠도 유튜브 좀 줄여야겠다… 함께 해보자 아가야!



오늘의 다짐.


삶에 도움이 되는 적절하고 긍정적인 즐거움을 누리기를, 고민하고 노력하자.


*출처: https://www.nhis.or.kr/magazin/151/html/sub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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