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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았더라면.

8년차 프리랜서의 회고록.

by 말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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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독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현재 진행형일지도 모르지만. 가장 큰 이유는 어린 시절의 원만하지 못했던 또래 관계라고 생각해왔다. 한 학년에 한 학급만 존재하는 시골 학교에서의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중학교 3학년때까지의 시간은 그닥 행복한 기억이 없다.

그렇다고 관계가 좋지 않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인연을 오랫동안 이어온 친구들이 있었고, 고등학교, 대학교 때 만난 인연들은 나의 인생의 몇 페이지를 채워주었다. 그럼에도 사회 생활을 하면서, 특히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눈치게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특수교육과 학부 편입 여부를 결정할 때도, 대학원 진학을 결정할 때도, 이직을 할 때도, 가장 신경이 쓰였던 부분은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였다. 30대 중반까지는 그런 생각의 자리가 꽤나 크고 무거웠다. SNS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타인의 시선이 두려웠다. 건너건너 들려지는 나에 대한 판단에 대한 이야기로 때로는 잠을 설치기도 했고, 일에 대한 현타가 느껴졌다.


과연 내가 눈치를 보는 사람은 몇 명일까?


대학원에 복학하면서 육아를 거의 전담하고 있는 남편에게 미안함에 대한 눈치, 직장에서 마주하는 부모님들에 대한 눈치,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보여지는 나의 모습과 무형의 사람들의 판단에 대한 눈치. 생각해보니 한두명이 아니었다. 지나가던 고양이의 눈치까지 볼 판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치를 보지 않고 살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 일에 있어서, 내 결정에 있어서는 타인의 시선을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해보았다. 생각해보니 남들은 나의 삶에 큰 관심이 없는데. 나 역시도 타인의 삶에 큰 관심이 없는데, 나는 대체 누구의 눈치를 보았던 걸까?


1. 타인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2. 내가 어떠한 선택을 하든, 내 선택이 가장 옳다.

3. 내 신념에 반하지 않는 일이라면, 밀고 나가도 된다.


이 세 가지의 원칙을 새겨두며 일을 하기 시작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게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닐까? 콘텐츠를 세상에 내보내는 이상은 판단을 받기로 각오했다는 암묵적인 사인 아닐까? 나 조차도 타인의 글이 100% 마음에 드는게 아닌데.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짐을 느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목적지와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끼면서.


타인의 삶을 판단할 시간에 나의 일에 매진하자.

타인의 판단을 신경쓸 시간에 나의 가족에게 매진하자.

타인의 무언가를 상상할 시간에 나의 앞날을 상상하자.



혹시 이제 막 프리랜서 일을 시작한 누군가가 있다면, 조금 더 용기를 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다. 감히 내가 조언을 드릴 자격은 되지 않지만, 나 스스로를 내가 먼저 사랑해야 한다. 이기심의 선을 넘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래야 타인도, 자녀도 아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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