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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쳐라이즈 Jul 27. 2021

언니는 잃고, 동생은 얻은...

-서현 1935-1961일, 서아 161-187일

코로나로 인해 집콕을 하고 있는 요즘, 일상에 변화가 없다. 아이들도 정체기다. 변화가 거의 없다. 변화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다 보니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이번에 생긴 변화는 제법 신기하다.


2021년 7월 14일. 서아 분유를 먹이고 역류 방지 쿠션에 눕히는데 뭔가 어색하다. 입속에서 무엇인가를 본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손가락으로 입술을 들고 봤다. 그랬더니 서아의 아랫니가 어느새 자리를 잡고 있는 것 아닌가? 서현이는 이가 나올 때 제법 칭얼댔던 것 같은데 서아는 그런 것도 없었다. 역시 순둥이.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다시 잘 살펴본다. 서아 기준 아랫니 중에서도 앞니가 나왔는데 그중에서도 왼쪽니가 더 올라왔다. 아직 오른쪽니는 올라오려고 하는 중. 우리가 서아의 이빨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는 '진주종'을 가지고 태어난 서의 특성도 한몫했다. 잇몸 근처에 하얀색 진주종이 있어 이빨이 나오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어쨌거나, 서아도 이가 올라오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신기했던 하루.


이와는 달리 서현이는 시무룩하다. 아래쪽 앞니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조금 흔들려서 병원에 가야 할까 하다 그러지 못했다. 서현이가 치과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사실, 서현이는 치과에 대한 안 좋은 첫인상을 가지고 있다. 어린이집 계단에서 넘어져 구르는 바람에 잇몸이 찢어져 꿰멘 곳이 치과다. 그래서 서현이는 치과에 대한 두려움이 무척이나 커서 차마 치과에 가자고 하지 못했다.(안 그래도 무서운 곳이 치과인데 하필이면...) 그래서 마침 잠깐 만나게 된 치위생사 여동생에게 상태를 보여줬다. 이리저리 살펴보던 동생은 아직 빠지려면 더 있어야 한다면서 좀 더 흔들리면 병원에 가라며 서현이를 안심시켜줬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1년 7월 25일. 바로 사건이 발생했다. 점심을 먹고 양치도 한 뒤, 낮잠을 잘까 말까 고민하던 서현이가 입에서 피맛이 난다고 했다. 살펴보니 빠지려는 앞니 근처에 살짝 피가 나고 있었다. 이걸 본 나는 서현이에게 물었다.


"서현아, 이가 빠지려는 것 같아. 오늘은 주말이라 병원도 문 안 열고. 서현이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아빠가 빼볼까? 아니면 내일 치과에 가볼까?"


그때부터 서현이가 울먹이기 시작했다. 자기 딴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답이 안 떠오르는지 말을 하지 못했다. 사실 서현이 입장에서는 치과에 가는 것도 무섭고, 그렇다고 이를 지금 빼는 것도 무서웠을 것 같다. 결국 내가 결정해야 했다. 아이를 달래서 이를 빼기로 결정! 안 그래도 요즘 이가 흔들린다고 예민했는데 이참에 그 고민을 해결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이를 빼기 전에 일단 어떻게 뺄지 고민해 봐야 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실을 묶어 하는 방법이 인터넷상에 가장 많이 보였다. 서현이의 긴장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자기 또래의 아이가 이빼는 영상을 보여줬는데 이마를 맞고 휘청이다 빠진 이를 보고 웃는 영상을 보며 서현이도 잠시 미소 지었다. 하지만 영상과 달리 서현이에게 자신의 이를 빼는 것은 실전이었다. 다시 빼려고 하니 울먹이기 시작. 게다가 나도 아이를 때릴 자신이 없었다. 엉덩이를 토닥이는 장난은 자주 쳤지만 도저히 아이를 때릴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잘못 때리면 아프기만 하고 이는 빠지지도 않을 것 같아서 고민! 그래서 대안을 제시했다.


"서현아, 아빠가 도저히 서현이를 때릴 자신이 없어. 그러니 문에다 실을 걸고 아빠가 문을 확 차줄까?"


서현이는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싫다고 했다. 결국 다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 그러다 거즈로 잡고 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입안에 침이 많아 미끈거리기 때문에 맨손으로는 빠지질 않았다. 그렇기에 거즈를 이용해 힘을 주기로 결정!


예상 수행 과정

1. 구급낭에서 거즈를 빼서 서현이 이 위에 잘 놓기

2. 흔들리는 이가 맞는지 잘 확인한 뒤 손가락으로 잡기

3. 위로 쑥 뽑기!

4. 우는 아이 달래며 뽑은 이 보여주기


라는 과정은 참 쉽게 생각되었는데 막상 첫 시도에 실패했다. 서현이가 아플까 봐 힘을 잘 주지 않은 것이 패인. 괜히 잘못 건드려서 피만 조금 올라왔다. 다시 서현이는 울음 모드!


우는 아이를 잘 달래고 이번에는 꼭 빼리라 다짐하며 2번째 시도. 이번에는 이를 힘줘서 쥐고 위로 쑥 당겼다. 그리고 빠진 이. 결국 서현이는 이를 뺐지만 울었다. 재빨리 피가 나오는 잇몸에 거즈를 껴줘서 지혈. 빠지기 직전이 맞았는지 피는 곧 멈췄다.


이어서 우는 서현이를 달래며 잠을 자면 기분이 좋아질 거라고 이야기해서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5분 뒤, 잠을 자려 시도하던 서현이가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잠을 자지 않겠다고 했다. 그냥 졸려서 우울감이 더 심했던 것인가? 웃으며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서현이와 함께 이를 보관할 수 있는 보관함을 주문했다. 나중에 쓸 서아 것도 미리 주문!


아이가 어느새 자라서 한 명은 이가 자라고, 한 명은 이가 빠지고 참 의미 깊은 2021년 7월도 조금씩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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