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문한 새 일기장을 받았다. 기존에 쓰던 일기장은 앞에 몇 페이지 빼고는 내 마음을 힘들게 하는 말들로 꽉 채워졌다. 병원에서의 생활은 물론, 아팠다, 슬펐다, 짜증 났다, 난 왜 그럴까… 등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말들만 가득했다. 그런 말들이 나를 좀먹는다는 것을 알지만, 내 손은 계속 그렇게 쓰고 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새로 산 일기장에는 좋은 말만 쓰기로. 즐겁다, 행복하다, 오늘 좋았다, 신났다, 사랑스럽다... 등의 말만 써야지 하고 스스로와 약속했다. 병원에 가고 치료를 하는 내용으로 꽤 채워지겠지만, 그래도 좋게 생각하고 오늘을 잘 살아낸 나를 칭찬하기로 했다.
글씨는 피곤한지 옆으로 눕는 중...;;;
전보다 운동하는 것이 즐겁다. 산책 겸 걷는 것은 무리하지 않고 시작할 수 있고 주변의 풍경이나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며 걸으면 내 기분까지 활기차진다. 아침을 먹고 이어폰과 부채, 물을 챙겨서 집 근처 공원으로 갔다. 넓진 않지만 화장실도 공원 내에 있고, 나무도 많고 가끔은 분수를 뿜는 작은 연못도 있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공원에서 음악을 들으며 걷다가 잠시 쉬면서 물도 마시고, 음악도 골라 다시 재생을 하고... 사실, 눈앞이 두 개로 보이기도 하고,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운동이 필수이기 때문에 나간다. 어쨌든 힘들어도 그 과정 자체가 너무 좋고 행복했다.
항암 후에는 입맛이 뚝 떨어져서 먹고 싶은 음식이 없었다. 밥만 봐도 짜증이 날 정도였다. 그래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입맛이 조금이라도 당기면 챙겨 먹었다. 그러다가 신기하게도 항암 맞기 며칠 전부터는 식욕이 조금 생겨서 먹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입맛이 없을 때보다 좀 더 먹는다는 뜻이다.
항암 전 입맛이 조금 돌 때 먹으려고 나름 세팅해본 것. 없는 솜씨에 흉내를 내 본건데 역시나 거의 못 먹었다. 내가 싫어하는 방울토마토와 양배추.!..방토 껍질은 다 뱉어버렸다.
그리고 화장실 때문에 너무 불편했다. 급해지면 그냥 뛰어야 했다. 그래서 조금 먼 거리를 외출하기 전에는 약을 먹고 나갔지만 계속 신경 쓰였다. 교수님께 여쭤보니 식사를 급하게 하면 그럴 수 있다고 하셨는데, 알쏭달쏭했다. 아마도 잘 자리 잡고 안정이 될 때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너무 싫어!
참, 그리고 1주일 정도 집을 수리하는 과정이 있었다. 천천히라도 몸을 움직였던 나는 그것에 신경 쓰고 정리하느라 수리가 끝나고 완전 체력이 고갈되어 며칠 동안 종일 잠만 잤다. 먹는 것이 부족해서 기운도 없는데,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여러분, 환자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주지 마세요! 쓰러져요!
< 현재 발행 중인 ‘없는 여자’ 시리즈는 작년 위암 진단 및 수술 후, 마지막 항암까지의 스토리를 회상하며 썼습니다.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생활은 다른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걱정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