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보며 내 몸을 살폈다. 살이 많이 빠져서 팔, 다리는 전보다 훨씬 가늘어졌고, 허리를 두르고 있던 살도 사라졌다. 눈에 잘 띄지 않던 쇄골과 어깨뼈가 불거졌고, 살이 빠지니까 가슴까지 작아졌다. 전에는 가슴이라도 커서 좋았는데 이젠 아무것도 없네.
그 와중에서도 좋은 걸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맞아, 위는 없지만 슬림한 몸매, 스몰 사이즈에 도전할 수 있는 핏, 날씬이들만 입을 수 있는 예쁜 옷을 얻었구나. 입던 바지는 다 버리고 새로 사야겠네... 그래, 그걸로 위로하자 했지만 그림자에서 드러나는 마른 몸과 바람에 펄럭이는 바지를 보면 씁쓸했다.
온몸이 건조해서 얼굴도 퍼석거리고, 두피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일과 중 일정 시간이 지나면 올라오던 피지 분비도 전혀 없었고, 머리는 며칠씩 감지 않아도 전혀 간지럽지 않았다. 몸에서 일어나던 각질은 좀 덜해졌지만 다리의 모공이나 허벅지, 손에는 군데군데 갈색 반점 같은 것도 생겼다.
발바닥 각질은 점점 심해져서 양말을 꼭 신어야 했고, 저림을 완화하기 위해 수없이 핫팩을 데웠다. 항암이 끝나면 다시 돌아온다고 하지만, 인중이 까매진 내 얼굴을 보면 너무 속상했다. 그나마 마스크를 끼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또 주사 맞으러 왔습니다..^^
6차 항암도 무사히 지나가고, 벌써 7차 항암. 아침에 일찍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고 기다렸다. 항암 주사를 맞기 전 교수님께 외래진료를 받는데, 혈소판 수치가 전보다 낮아졌다며 좀 더 떨어지면 수혈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수혈이란 말을 들으니 오싹했다. 남의 피를 내 몸에 넣는다는 사실과 빨간 피가 투입되는 것을 본다는 것이 너무 공포스러웠다. 피가 났는데 멈추지 않거나, 몸에 멍이 잘 드는 것도 혈소판 수치가 낮아지면 생기는 현상이라고 하니 잘 지켜봐야 했다.
항암 주사를 맞고 링거를 빼주는 간호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보통 환자분들이 6~7차쯤에 많이 힘들어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신경 쓰였다. 왜 그런 말을 들어서는… 간호사 선생님도 걱정해서 얘기해 주신 거겠지만, 괜히 찝찝해서 잊어버리려고 애썼다. 계속 생각하면 다음 주사 맞을 때 미리 겁먹을까 봐. 집에 와서는 다행히 입맛이 괜찮아져서 전보다 조금씩 더 먹었다. 엄마는 매일 저녁에 전화해서 잘 먹었냐고 물었다. 그 말 들을 때마다 힘들어도 많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7차 항암은 1박 2일이 아닌 당일 입원이라 남편은 내가 주사를 맞는 동안 한참 기다려야 했다. 바쁜 와중에도 일부러 시간 내서 온 건데 한참을 또 기다려야 하니. 남편은 기다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내 입장에서는 미안함이 컸다. 남편 고마워!
7차 항암이 끝나고 혈소판 수치 때문에 한 번 더 병원에 갔는데, 전보다 조금 더 떨어졌다고 했다. 다행히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8차 항암 때 수치를 다시 체크해 보고 주사를 맞을지 못 맞을지 보신다고 했다. 재발이나 전이, 생존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제 나는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살아야지 싶었다. 좀 더 의지가 생겼다고나 할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더 열심히, 더 즐겁게 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현재 발행 중인 ‘없는 여자’ 시리즈는 작년 위암 진단 및 수술 후, 마지막 항암까지의 스토리를 회상하며 썼습니다.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생활은 다른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걱정해 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